유럽·중국 경기 회복세 어디까지

Key word 1
미국의 정치 불안 두려워 마라

지난 9월 중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0월 초 미국 정부 폐쇄, 그리고 부채 한도 상향 조정 시한과 만에 하나의 디폴트 가능성. 이러한 일련의 정치 이벤트들이 세계 증시의 불안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가 언제쯤 어떤 수준에서 이루어질지 예측조차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정치적 공방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극적인 예산 증액과 부채 한도 상향 조정 합의가 도출됐다. 한시적인 미봉책으로 2014년 초반에 반복되는 진통을 다시 한 번 겪어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필자는 현시점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야 하는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정치 이벤트가 증시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정치 이벤트에 매우 민감했다. 그리고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2011년 8월 미국 부채 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미국은 신용등급 강등을 경험했고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2012년 5월과 6월의 유럽발 이벤트(프랑스 대선·그리스 총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가 전 세계 증시의 빠른 하락을 야기시켰다. 이와는 반대로 2011년 연말 유럽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2012년 7월 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강한 정책 의지 표명 등은 글로벌 증시의 안도감과 기대감을 발생시키는 호재로 작용했다.

과연 어떤 경우에 정치 이벤트가 주가 하락의 빌미로 작용하게 되는가? 필자가 생각하는 결론은 ‘정치 이벤트가 경기(둔화) 문제 와 직결된 경우에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건이 있기 전 이미 일본 대지진(2011년 3월)으로 자동차 등의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돼 있었다. 그러한 와중에 신용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일시적으로 커졌던 것이다. 2012년 5월과 6월의 경우는 당시 유럽 경기가 빠르게 하강 축소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정치 이벤트가 증시에 민감한 재료로 작용했던 것이다.
[WORLD MARKET] 정치적 이벤트…절호의 매수 기회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고 판단한다. 유럽의 경제 상황은 축소 국면을 지나 확장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지난 2년과는 분명 다른 수준에 있다. 미국의 집값을 보자. 이미 2007년의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경제와 소비의 원천이 지난 2년의 낮은 수준보다 높게 형성돼 있고 금융 위기 상황은 이미 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치적 이벤트는 오히려 주식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2011년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에도 실제로 미국의 소비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미국 달러나 채권 가격이 붕괴되지도 않았다. 수많은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학습효과를 갖고 있다.



Key word 2
이탈리아·스페인 경제 회복세 뚜렷

10월 후반 이후에 투자자들은 미국의 정치 문제보다는 경기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유럽과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유럽과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은 미국과는 다르게 최근 2년간 경기의 감속이 나타났던 지역이다. 한마디로 부진했던 경제권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부진했던 경제권의 회복 증거들을 만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ORLD MARKET] 정치적 이벤트…절호의 매수 기회
먼저 유로존의 경우 지난 2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주된 동력은 역시 독일이었다. 프랑스까지도 2분기 플러스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달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2분기까지 연속해서 8개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제 3분기에는 유로존 내에서도 부진했던 경제, 즉 이탈리아와 스페인 경제의 회복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탈리아는 3분기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고 스페인 또한 늦어도 4분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존 내 부진했던 경제의 회복이 나타남으로써 유로존의 성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유로존 3분기 경제성장률은 11월 15일에 발표된다. 또 한 번의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WORLD MARKET] 정치적 이벤트…절호의 매수 기회
중국도 한국 금융시장에 기대감을 키울 수 있는 증거들을 보여줄 것이다. 10월 18일 3분기 경제성장률은 2분기 7.5%보다 높은 7.8%로 발표됐다. 더 이상의 경기 감속, 그것도 지난 수개월간 시장의 컨센서스였던 빠른 감속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의 상승은 한국 증시 상승의 가장 강력한 트리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은 긍정적으로 전망된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경기 회복이 빨랐고, 그동안 유럽, 중국, 그리고 한국은 경기의 감속이 나타났다. 이제 후발주자들의 회복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본격적인 회복세를 가늠하게 해줬고, 금융시장에 활력을 더해줄 것으로 예상한다.

정치 이벤트가 금융시장의 커다란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은 지난 2년의 역사다. 이제 그 역사는 역사로 존재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정치 불안이 경기 하강을 빠르게 하지만 경기가 상승 반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치 불확실성은 더 이상 악재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이제는 경기 회복을 믿고 그 증거들을 하나씩 확인해 가는 과정만 필요한 것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