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금융

국내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금융 자산. 눈에 띄는 수치는 아니지만, 부동산 자산 비중이 조금씩 줄어드는 반면, 금융 자산 비중은 다소 증가하는 추세라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금리에 불확실성마저 큰 요즘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현금 자산만 쌓이는 상황이니 이럴 때일수록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박진영 기자
[COVER STORY] 글로벌 펀드 휘청…‘포기하진 마’ 단기 자금 늘려 유동성 확보해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한국 부자의 금융 자산은 매년 증가세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저금리를 넘어 초저금리가 계속되고 있고 주가는 거의 박스권에 묶여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내외적 위기 상황은 계속 발생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금융 관련 투자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투자처를 찾지 못해 쌓여가는 부동 자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자산이 있어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으니 답답하기는 자산가들도 마찬가지. 요즘 증권사 및 은행 프라이빗뱅크(PB) 센터를 비롯해 자산관리 전문가들에게 쏟아지는 질문이 바로 포트폴리오 점검과 재구성에 대한 것이다.


애물단지가 된 글로벌 채권의 대안
“여기저기서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들 물어보는데, 사실 그동안에도 자산가들은 경제 상황에 따라 조금씩 포트폴리오를 바꿔왔어요. 최근 포트폴리오에 가장 많이 편입됐던 글로벌 채권의 현재 상황과 향후 투자 방향을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VIP 자산관리 센터인 WM강남파이낸스센터 수석웰스매니저 최철식 부장의 얘기다.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산가들은 물가상승률도 받쳐주지 않는 은행 금리와 리스크가 큰 주식시장의 대안으로 글로벌 채권에 몰렸다. 특히 그중에서도 주목받은 게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과 브라질 채권. 그런데 최근 이 두 글로벌 채권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이 됐다. 신용등급이 좀 낮은 하이일드 채권은 그동안 꾸준히 성과를 내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다고 판단돼 자금이 몰렸으나,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움직임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많은 경우 10% 이상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 우리나라에서만 4조 원가량의 돈이 몰리며 투자 시장의 또 다른 이슈였던 브라질 채권도 최근 들어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자,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일단 브라질 채권에 대해서 최 부장은 “아직 환율이 바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의견이다.

“브라질 채권의 최대 리스크는 국가 부도인데 그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이 갖고 있는 외채 중 단기 외채는 10%밖에 되지 않거든요. 다만 국가 내부 사태 등에 대한 리스크가 있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영향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게 문제죠. 하지만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을 앞두고 있고, 비과세라는 점에서도 브라질 채권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브라질 채권에 이미 많이 투자한 분들이 추가로 하기엔 무리가 있고, 현재 브라질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분이라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전체 투자 금액의 5~10% 정도는 분할해서 들어가기에 좋은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해도 10% 이상의 비중은 무리예요.”

그리고 최철식 부장은 롱숏(long short) 펀드와 TOM 랩어카운트를 추천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진행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 말은 곧 쉽게 말해 이머징 국가에 머물던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회수될 거란 얘긴데, 그렇게 되면 이머징 국가의 펀드는 계속 수익률이 나빠질 겁니다. 물론 글로벌 채권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상품이긴 해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역시 장기화될 수도 있으니 비중을 줄인다든가 ‘롱숏’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안으로 최근 눈길을 끄는 게 바로 롱숏전략을 쓰는 펀드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주가가 박스권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죠.”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트러스톤 다이나믹 코리아50’이다. 5000억 원 정도의 제법 사이즈가 큰 펀드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국내 주식을 롱숏전략으로 운용하고 30% 정도는 채권 등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롱숏전략은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으로 롱(매수) 포트폴리오를,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으로 숏(매도) 포트폴리오를 짜는 전략이다. 롱 포트폴리오의 상대수익률이 숏 포트폴리오보다 높은 경우 그 차액이 이익으로 연결된다. 즉, 주식시장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포트폴리오 종목 구성에 따라 이익이 결정되는 구조를 띤다. 더구나 자산가들의 최대 관심사가 ‘세금’인 점을 감안해도 ‘트러스톤 다이나믹 코리아50’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채권 보유 비율을 빼고 나머지는 세금이 없기 때문. 국내 주식 롱숏전략은 주식 매매 차익이 비과세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가 있다. 비과세이면서 목표 수익은 연 7~8% 수준인 데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으니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인 것.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플렉서블 TOM 랩’도 변동성을 제한하면서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상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TOM(Turn Of the Month) 현상이란 월말과 월초 며칠간의 주식수익률이 월중보다 높게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월말·월초 현상은 1920년대부터 관찰된 것으로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인간의 지속적 행동 패턴으로 설명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속적 행동 패턴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 법. 바로 이 점에 중점을 둔 투자 아이디어가 바로 ‘미래에셋 플렉서블 TOM 랩’으로 코스피200 상장지수펀드(ETF) 또는 레버리지 ETF를 월말에 매수하고 월초에 매도한다. 손절매 기준을 설정해 놓고 매매함으로써 손실을 제한하고 변동성을 관리하는 전략을 실행한다. 또 시장 참여일을 최소화하면서 수익 발생 확률이 높은 기간에만 투자하는데, 여기에다 코스피200 ETF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상품이다.


장기적 시장 전망 ‘긍정적’
그렇다면 향후 시장 예측과 그에 따른 전체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의 비중 조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쉽게도 “정답은 없다”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포트폴리오는 결국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섣불리 포트폴리오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의 진리’가 있으니 ‘반드시 배분하되 분할해서 사고 꾸준히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예측이 맞는 경우도 거의 운이 좋다라고 봐야 해요. 다만 예측 자체는 불가능하지만, 시장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때도 내 자산을 지키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현명합니다. 누군가 예측을 내놓으면 그쪽으로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진짜 부자들이 꼭 지키는 원칙 중 하나가 안전한 우량 자산을 분할해서 사고, 버티는 것입니다. 다만 우량 자산이 언제까지나 우량 자산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그 부분에서도 리밸런싱이 필요합니다.”
[COVER STORY] 글로벌 펀드 휘청…‘포기하진 마’ 단기 자금 늘려 유동성 확보해야

이러한 맥락에서 최 부장이 제안하는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은 국내 주식 40%, 주가연계증권(ELS) 또는 파생결합증권(DLS) 20%, 글로벌 투자 20%, 단기 자금(예금) 15%, 국내 채권 5% 선이다. 리스크 정도로 보면 안정성이 30%, 투자성이 50%, 대안성이 20%로, 안정성은 다소 줄이고 투자성 상품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제안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큰 틀일 뿐 최 부장은 “시장 상황을 보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주식형을 늘리는 등 매월 일부씩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전제도 덧붙인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단기 자금의 비중은 다소 늘리는 게 좋다는 의견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통화를 분산해서 갖고 있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요즘 자산가들은 그 부분에 대해 많이들 인식하고 있어요. 해외 펀드 중에 달러로 투자하는 펀드도 있었는데, 해외 투자를 할 경우 현지 통화로 하는 게 환율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죠. 그렇다고 선진국 통화를 다 갖고 있을 순 없고, 개인적으로는 달러를 분산해서 보유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현재 금융 자산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측면이 바로 시장의 불확실성이지만, 최 부장은 향후 시나리오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재 가장 일반적 시나리오는 미국이 양적완화를 계속 축소하고 출구전략을 쓴다는 것인데, 출구전략은 기본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유동성을 회수해 간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곧 미국 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도 좋아지겠죠. 과거 경험을 봐도 미국의 금리 인상 후엔 주가가 올랐거든요. 미국의 주식시장은 전 세계 경기와 맞물려 있죠. 결국 한국도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물론 단기적으로는 양적완화 축소로 어려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봅니다.”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