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을 이끄는 사람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2년을 맞았다. 전 경영진의 분쟁으로 그룹이 역사상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한 시기에 그룹 수장에 오른 그는 빠른 시간에 조직을 안정시키고, 한편으로 조직 문화를 일신했다. 최근에는 신한생명과 신한카드에 새 사장을 임명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한금융그룹 리더들의 면면을 통해 그룹의 미래상을 그려본다.주변의 평가처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년간 보여준 경영 스타일은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것이다. ‘신한사태’로 인해 분열된 조직을 통합하고 신한의 명성을 회복하라는 특명을 받고 취임한 한 회장은 강한 리더십보다는 온화한 리더십을 실천한 덕장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 온화한 카리스마 덕분에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신한금융그룹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탁월한 성과를 냈다.
온화한 리더십의 덕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한 회장은 ‘정통 신한맨’이다.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2년 신한은행 설립사무국 개설준비위원으로 일하면서 신한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종합기획부장을 두 번이나 했고 인사부장, 여신담당 상무 등을 거쳐 부행장에 올랐다. 특히 여신담당 임원 재임 시에는 융자 신청 서류만 보고도 연체 가능성을 예견할 정도로 ‘여신의 달인’으로 불렸다. 2002년에는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신한생명을 업계 강자로 성장시켰고, 2005년에는 생명을 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 같은 공로에 힘입어 신한사태 직후인 2011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2년 6개월을 보낸 지금, 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취임 후 그의 행적을 보면 이 같은 평가에 수긍이 간다.
첫째, 그는 가장 먼저 ‘신한사태’의 원인이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한 점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했다.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자격 요건을 사전에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CEO 후보군을 육성하는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경영권 장기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 선임되는 CEO의 연령을 만 67세로 제한하고, 연임 시에는 재임 기한을 만 70세로 제한하는 내용도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아울러 이사회 산하에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해 이사회가 CEO 승계 과정 전반을 상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금융 전문가로서의 경영 능력이다. 신한금융그룹은 한 회장이 취임한 첫해인 2011년 사상 최대인 3조 원이 넘는 순익을 달성했다. 취임 2년 차인 지난해에도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금융지주회사 중 유일하게 2조 원대의 실적을 거두었다. 4대 금융지주 중 자산 규모는 제일 작지만 수익성과 건전성은 시장에서 인정하는 것처럼 부동의 1위다.
셋째, 전문성과 성과 중심을 강조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프로세스다. 출신과 배경에 상관없이 오직 능력과 성과를 갖춘 사람이라면 그룹 경영진으로 발탁되도록 했다. 이전에는 자회사 CEO는 은행 임원 출신이 대부분이었으나, 한 회장 취임 후에는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 등의 내부 출신 임원을 CEO로 발탁했다. 능력 있는 자회사 직원들이 CEO로 커갈 수 있는 비전을 갖도록 해준 것이다. 또한 우수한 성과와 조직 안정을 위한 노력이 엿보인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연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회장이 취임 당시 약속한 대로 내홍을 이겨내고 1등의 자리를 유지한 가장 큰 밑천이 이러한 시스템 중심의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철학 아래 그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신뢰와 상생’의 전도사
서진원 신한은행장 2010년 12월 신한생명에서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취임 일성은 “아픔을 잊고 전진하자”였다. 취임 후 1년 반이 지나며 서 행장은 신한사태로 불거진 조직 내부 문제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잘 봉합했다는 평을 듣는다.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그의 경영철학은 ‘신뢰와 상생’이다.
서 행장이 생각하는 신뢰와 상생은 조직 내외부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조직 내부로는 직원 상호 간, 영업 현장과 본부, 노사가 서로 믿고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해 궁극적으로 은행과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조직 밖에서는 고객과 주주, 지역사회 등 은행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미래 가치를 더욱 크게 키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현장 중시, 실행 중시, 원칙 중시 등 세 가지 경영 원칙을 제시한다. 좌우명은 ‘무지명 무용공(無智名 無勇功)’. ‘손자병법’ 형편(形篇)에 나오는 말로 ‘싸움을 잘하는 장수는 미리 준비하고 대처해 전쟁에서 쉽게 이기기 때문에 명장이라고 알려지거나 공이 많다고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고 물고기가 모이듯이 스스로 인격을 닦고 실력을 키우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인정받는다는 인생의 이치와 일맥상통한다.
‘무지명 무용공’은 서 행장의 인사 철학이기도 하다. 신한의 압축 성장 뒤에는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투철한 책임감으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수많은 직원들이 있다. 서 행장은 이런 인재들이 인정받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순수 신한맨’으로 승승장구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CEO 중 가장 최근에 취임했다. 서울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온 그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 부회장을 거쳐 지난 8월 신한카드 사장에 취임했다. 신한카드와는 전신인 LG카드 인수 때 실무 담당자로 일한 인연이 있다.
신한은행 공채 출신인 그는 지금까지 신한을 벗어난 적이 없는 순수 ‘신한맨’이다. 신한은행 입행 14년 만에 신한은행 반포터미널 지점장이 됐고 2004년 신한은행 PB사업부장으로 승진했다. PB사업본부장을 맡은 지 2년 만에 신한금융 통합기획팀장 자리에 올랐고, 다시 1년도 안 돼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신한사태 때에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신한사태가 진정된 후인 2011년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신한금융그룹 전체 자산관리를 총괄하는 WM부문장을 지냈다.
지난 8월 26일 취임식에서 위 사장은 신한카드가 단순한 외형 1등 카드사를 넘어 카드 업계 리더로서 확실한 컬러가 있는 1등이 되자고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임직원들에게 목표 달성을 위해 세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기존 사업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활 편리’를 넘어서 ‘고객 행복’의 추구다. 이를 위해 그는 국내 최대인 2200만 고객을 기반으로 한 빅 데이터(big-data)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카드업의 새로운 길’ 제시다. 카드에 상관없이 고객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참여형 모델이 그것이다. 카드슈랑스 등 그룹 연계 비즈니스뿐 아니라 지불결제 솔루션,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모바일 카드 시장도 포함된다.
셋째, 정도 경영이다. 이를 위해 그는 모든 업무 프로세스는 고객 권익 보호 관점에서 재점검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불완전 판매를 최소화하고, 최고 수준의 완벽한 정보 보안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한 조직 문화 구축을 주문했다. 1등 기업은 반드시 1등에 걸맞은 ‘정신’과 ‘문화’가 살아 있어야 한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이런 의식을 갖춘다면 이보다 더 큰 경쟁력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의리맨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신한생명은 지난 5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이성락 사장을 선임했다. 이 사장은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펀드 평가 서비스를 담당하는 신한아이타스 대표이사에서 신한생명의 수장에 취임했다.
신한금융그룹에서 이 사장은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함께 대표적인 신한맨으로 통한다. 지난 1985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지점장과 총무부장, 인사부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친 후, 리테일 영업, 리스크관리담당 임원을 지냈다. 인사부장이던 2008년에는 라응찬 전 회장의 전격 발탁으로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부행장보로 두 단계 승진했다. 그러나 2010년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사장을 고소한 것과 관련해 “정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신상훈계 인물로 꼽혔고, 신한사태 이후 계열사인 신한아이타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두고 ‘한동우식 탕평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룹 내에서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을 듣는 그는 주주총회 후 열린 취임식에서 품질 경영을 통해 ‘빅 신한 2015(Big Shinhan 2015)’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어려워진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다섯 가지 경영 방향을 밝혔다.
우선, 상품 개발부터 판매, 사후관리(AS)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에서 고객을 핵심 가치로 삼아 고객과 회사가 함께 서로 윈윈(win-win)하는 ‘품질 경영’을 추진하고 ‘따뜻한 보험’ 실천을 통해 단기 이익보다는, 고객 신뢰 제고 및 협력 회사와의 동반자적 가치 실현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고객의 기업에 대한 신뢰는 임직원들이 기본을 지키는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하며, 원칙과 정도를 준수하는 ‘윤리 경영’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직원 스스로 역량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키는 ‘배움의 경영’과 가슴이 통하는 신뢰의 문화를 바탕으로, 서로가 소통하고 새로운 열정과 생각을 공감할 수 있는 ‘배려와 협력’의 조직 문화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희망을 융합시키고, 막힘없는 소통을 통해 항상 직원과 교감하며 활기찬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으며 “생명보험 업계 뉴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신한생명의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위해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리테일·마케팅 두루 거친 증권맨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외환은행 출신으로 1998년 신한증권에 입사해 압구정 지점장, 기획본부 상무, 리테일본부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KT뮤직과 신성투자자문 사장을 지낸 그는 2012년 2월 신한금융투자 사장에 취임했다.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강 사장은 취임 직후 2015년 업계 톱 5가 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본사 영업 강화, 자산 영업 강화라는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 다양한 과제들을 추진한 것이다.
부문별로 리테일과 웰스매니저(WM) 부문은 자산관리 사업 모델로의 전환을 위해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개선하고 정비했다. 또한 고객 기반 및 상품의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마이스터 제도와 고객수익률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원의 프로화에 힘을 썼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금융 상품 잔고 및 총 고객 예탁 자산이 증가했다. 특히 자산관리 부문의 신한금융그룹 협업 모델인 PWM은 2013년 5월 말 현재 총자산 8조2000억 원, 자산 1억 원 이상 고객 수 6113명을 확보해 은행과의 협업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은행과 증권을 통합한 신한PWM은 한 점포에서 은행, 증권, 세무, 보험, 부동산까지 해결할 수 있어 리테일의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리테일과 WM뿐만 아니라 홀세일, 투자은행(IB)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강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사람 중심’. 그는 리더십의 최고봉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마음을 얻고 신뢰하는 순간 조직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빠르게 움직이고, 조직의 발전은 가속도가 붙는다. 이런 신념 아래 그는 리더는 따뜻한 감성과 애정, 필요에 따라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통해 부하직원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믿는다.
직원들에게는 프로가 되라고 강조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노력과 헌신, 성실함이 필요하다. 그는 고객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분야의 최고에 오른 진정한 프로들에게는 아낌없는 신뢰를 보낸다고 믿는다.
현장 중시하는 소통의 리더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펀드슈퍼마켓 설립추진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은 신한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인이다. 1957년생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신한은행 인사부장, 기획부장, 뉴욕지점장, HR담당 전무, 부행장을 두루 거쳤다. 올 1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맡아 ‘프로페셔널 서비스사(Professional Service Firm)’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진두지휘 중이다.
조 사장은 자산운용사가 ‘주문자상표부착(OEM) 상품을 제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자본 시장과 매일 싸우고 있는 금융권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집단인 만큼, 자본 시장의 흐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직접 고객과 접하고 있는 판매사와 궁극적으로는 펀드 상품에 가입하는 개인 투자자들에 이르기까지 투자 전반에 대한 자문과 조언 등 창조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 서비스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조 사장은 취임 후 펀드 판매의 현장인 전국 영업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고객의 소리를 경청해 왔다. 신한금융그룹 17개 PWM센터를 방문해 자문을 구하고 현장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해외운용본부를 글로벌솔루션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조 사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단순히 BNP파리바의 해외 펀드를 소개하는 것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를 BNP파리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수출하고, 글로벌 자본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를 위해 조 사장은 직원들과의 내부 소통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월 1회 조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직원들과 소통하는 경영설명회, 매월 본부장들과의 미팅, 매주 팀장들과의 팀 미팅을 갖는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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