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서 구원투수 등판, 발로 뛰는 현장 경영서 답을 구하다

올 상반기 보험사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된 가운데, 위기의 보험 업계에 구원투수로 나선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월 말 대표에 오른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6월 선임된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윤순구 흥국화재 사장,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 그리고 지난 9월 16일 취임한 김병효 우리아비바생명 사장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새내기 CEO 6인의 ‘100일간 여정’을 돌아봤다.
1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이 안산 보안팀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2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제 49차 국제보험회의(IIS) 연차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3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 하는 모습.
1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이 안산 보안팀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2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제 49차 국제보험회의(IIS) 연차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3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 하는 모습.
신임 보험 업계 수장들은 발로 뛰는 현장 경영에 팔소매를 걷어 부쳤다. 저금리·저수익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다소 위축된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 다지기로 풀이된다.

지난 5월 말 취임한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은 6월부터 한 달여간 전국 12개 영업본부를 방문해 238개 지점의 지점장과 직원, 간부 설계사들을 직접 만났다. 지역 방문 후에는 세 번에 걸친 호프데이를 열어 본사 직원들과 일일이 대면하기도 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사장 취임 후 지점 방문은 으레 있는 일정이지만, 전국 영업점을 이처럼 단시간에 모두 방문한 CEO는 드물다”며 “신한은행 시절부터 유명했던 이 대표의 ‘발로 뛰는 경영법’이 다시 한 번 발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대학 졸업 직후인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올 5월 말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줄곧 은행에 몸담아 온 정통 은행원 출신이다.

그는 첫 경영전략 회의에서 보장성 보험 중심의 영업 강화와 손익기반 강화를 위한 자산 재분배 전략을 들고 나와 주목받았다. 마진율이 높은 보장성 보험으로 영업 수익성을 높여 2015년 생명보험 업계 선도그룹 진입을 위한 중장기 전략 목표인 ‘빅 신한 2015(Big Shinhan 2015)’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비슷한 시기에 대표에 오른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도 영업 현장 방문으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평택지역단, 부산지역단, 구미지역단 등 현장을 찾아 지점장, 매니저, 설계사들과 그룹별 간담회를 진행했다. 영업 현장의 어려움과 개선 사항 등을 들은 후 이를 경영에 적극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LIG손해보험 최초의 평사원 출신 CEO답게 밑바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수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경영 첫해 목표를 ‘품질 중심의 경영을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로 설정했다. 부실 계약을 덜어내고 획기적인 지표 개선을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재보험사 코리안리를 새롭게 맡은 원종규 사장은 업계의 소문난 ‘성실맨’답게 모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평소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 출근 전에 운동, 영어 공부 등을 하며 자기 관리에 힘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코리안리의 소유주인 원혁희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86년 코리안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래 인사, 재무, 교육 등 부서를 돌며 실무 능력을 길러 왔다. 원 사장은 세심하면서도 자율성을 중시하는 성격으로 취임 3개월 만에 코리안리의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보험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코리안리는 유일하게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코리안리의 지난 7월 당기순이익은 254억2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1% 증가했다. 올 1분기 중 자기자본이 늘어난 유일한 보험사이기도 하다.
[FOCUS] 보험사 새내기 CEO 6인의 취임 100일 스토리
영업점 돌며 직원과 소통, 조직 혁신에 앞장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은 한화그룹이 총수의 부재로 지난 4월부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사내에 혁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도약을 위한 조직 정비를 마쳤으며, 직원들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7월 1일에는 한화손해보험 봉사단 20여 명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사랑마을을 찾아 중증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체험을 함께 했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한화손해보험 부사장으로 오기 전 제일은행과 아더앤더슨코리아, PWC컨설팅을 거쳐 2003년부터 동부화재에서 변화 혁신과 기획, 경영 지원, 리스크 관리, 상품 및 마케팅 부문을 총괄했다.

흥국화재의 새 얼굴 윤순구 사장은 메리츠화재 출신으로 기획 및 마케팅 업무와 상품, 보험 업무 등 핵심 요직을 거친 ‘정통 보험맨’이다. 윤 사장 취임 전 흥국화재는 전산 시스템 안정화 작업이 지연돼 3개월 이상 업무 차질을 빚는 등 여러 악재에 시달렸다. 어려운 시기에 수장에 오른 만큼 총체적인 난관을 헤쳐 나갈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조직 관리, 상품 개발 등 전 부문에서 흥국화재의 체질을 개선하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그는 취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경영 전략으로 제시하며, 철저한 수익 관리로 지속 성장하는 회사가 될 것을 다짐했다.

9월 16일 취임한 김병효 우리아비바생명 신임 사장은 회사를 작지만 강한 기업, 즉 ‘강소 보험사’로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 전국 지점을 순방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본사 직원들과의 스킨십 경영을 통해 조직 업무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아비바생명 관계자는 “우리은행 부행장 시절에도 직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안다”며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보험 업계가 처한 위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