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트렌드

여전히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조금씩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금융, 큰 변동 없는 기타 자산(예술품·회원권 등). 국내 자산가들의 자산 구성 현황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변화, 세대교체와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같은 추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자산가들의 자산 배분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예측되는 변화를 짚어본다.
[COVER STORY] 부동산 대세론 ‘흔들’…대안은 금융, 젊은 자산가들 해외 투자 ‘기웃’
지난 6월 발표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한국 부자(금융 자산 10억 원 이상인 개인)는 약 16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1년의 14만2000명에 비해 약 14.8% 증가한 수치. 한국 부자의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에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2년의 증가폭은 전년(약 8.9%)에 비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처럼 부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자산가들의 ‘직업적 특성’을 꼽았다. 한국 부자 중에는 사업가가 많기 때문에 사업의 성과, 수익의 창출 등으로 ‘부자 대열’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
[COVER STORY] 부동산 대세론 ‘흔들’…대안은 금융, 젊은 자산가들 해외 투자 ‘기웃’
한국 부자 수 꾸준히 증가
자산의 구성을 보면 평균적으로 부동산 자산(주택·건물·상가·토지 등)이 55.4%, 금융 자산이 38%, 기타 자산(예술품·회원권 등)이 6.6%인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자산 비중이 여전히 높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서 부동산 자산 비중이 58%, 금융 자산 비중이 35.2%였던 것에 비하면 부동산 자산 비중이 다소 감소하고 금융 자산 비중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부동산 자산 비중의 감소는 100억 원 이상의 총자산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 층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이들 초고액 자산가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지난해 78.3%에서 올해 72.5%로 5.8%포인트 하락한 반면 금융 자산 비중은 5.6%포인트 상승했다.
[COVER STORY] 부동산 대세론 ‘흔들’…대안은 금융, 젊은 자산가들 해외 투자 ‘기웃’
자산 구성 수치의 변화를 보면 부동산 자산 비중을 줄인 만큼 금융 자산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의미적으로 굉장히 ‘유효한’ 수치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볼 때 부동산 자산은 계속 감소하는 반면 그만큼 금융 자산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는 앞으로도 어느 선까지는 계속 부동산 자산에서 금융 자산으로 자금이 옮겨가게 될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 더구나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자산 축적 형태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금융 자산 비중의 증가는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연령대별 현재 자산 축적 방법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 투자의 경우 60대 이상이 37.2%인 것에 반해 50대는 31.7%, 40대 이하는 29.2%로 세대가 낮아질수록 부동산 투자는 감소하고 직간접적 금융 투자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부동산 자산의 세부적인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거주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이 37.5%였으며, 거주용 외 ‘빌딩·상가’(24.2%), ‘토지’(20.3%), ‘투자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17.7%)로 투자용 부동산의 비중이 62.2%를 차지했다. 자산 규모가 큰 부자일수록 전체 부동산 자산 중 투자용 부동산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총자산 50억 원 미만의 경우 56.5%, 50억~ 100억 원의 경우 67.8%, 100억 원 이상의 경우 73.8%가 투자용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산이 많을수록 ‘투자용 주택·아파트·오피스텔’ 및 ‘빌딩·상가’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특성을 보였다. 이처럼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현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팀장은 “예전에는 부동산을 저가에 매수해서 고가에 매도하는 방법으로 ‘시세 차익’을 노렸다면, 지금은 그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져 ‘임대 수익’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요즘 같은 저금리에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동산 쪽이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투자용 부동산의 연평균 수익률이 6.3%인 반면, 향후 기대수익률은 평균 9.1%로 나타나 부동산 투자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자산가들이 많다는 점도 노 팀장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COVER STORY] 부동산 대세론 ‘흔들’…대안은 금융, 젊은 자산가들 해외 투자 ‘기웃’
경제 상황보다 ‘성향’을 우선해야
한국 부자의 금융 자산 세부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현재 금융시장에 대한 자산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현금 및 예·적금이 4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투자 및 저축성 보험이 17.5%, 주식 15.6%, 펀드 12.2%, 주가연계증권(ELS)·상장지수펀드(ETF)·신탁 등이 4.9% 순으로 ‘안전 자산’ 비중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조사에서 현금 및 예·적금이 42.3%, 투자 및 저축성 보험이 15.6%, 주식 17.7%, 펀드 12.5%, ELS·ETF·신탁 등이 6.4%였던 것과 비교해 봐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금융 상품 비중은 증가한 반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금융 상품 비중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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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총자산 수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총자산이 많을수록 예·적금 비중이 감소하는 대신 주식투자와 ELS, ETF, 신탁 등 간접투자 상품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보고서는 이에 대해 ‘예금과 같은 안전한 금융 자산에 일정 금액을 투자한 후, 나머지 여유 자금은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리스크성 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행태’로 이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액 자산가일수록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주식이나 펀드 같은 비교적 리스크가 큰 상품의 경우,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해 수익을 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금융 자산 투자 의향 높아
그렇다면 현재 자산가들의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는 현 경제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얼마나 적절한 수준일까. 노 팀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포트폴리오는 수익률과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구성하는 것인데, 바로 그 두 가지가 시점마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자산가들은 10명이면 10명 모두 성향이 너무 다르고, 그 성향이란 웬만해선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게 선호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해요. 자산 배분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하나가 있다면 바로 ‘성향’입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아무리 매력적인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익숙지 않다면 함부로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령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자산가라면, 아무리 주식시장이 기회라고 하더라도 진입하는 게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이죠. 어차피 수익이나 리스크라는 게 ‘기대 대비’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겐 리스크가 아니지만, 그런 성향이 아니라면 엄청난 리스크인 겁니다. 시대적 특징이나 경제 상황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성향’은 그보다 앞서는 원칙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평균적’으로 향후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전망해 보면 금융 자산의 증가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지난 1년간 금융 자산이 증가한 자산가의 비율(54.4%)이 감소한 비율(13.8%)보다 40.6%포인트 높게 나타난 것도, 또 앞으로 금융 자산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겠다는 의향자(62.9%)도 감소시키겠다는 의향자(8.3%)에 비해 무려 54.6%포인트가 높다는 것도 향후 보다 적극적 금융 투자에 대한 니즈가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의 포트폴리오 운용에서 예·적금을 증가시키겠다는 경우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현금성 자산(현금·MMF·CMA 등)에 대한 증가 의향도 높게 나타나 당분간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금융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더, 지난해와 비교해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의 세대교체’를 근거로 제시한다. 해외 유학 등 글로벌 경험이 많은 젊은 자산가들은 해외 투자에도 익숙하기 때문에, 향후에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에 지속적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부동산 자산은 시장 침체에도 건물 및 상가 등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높게 나타났고 금, 보석 등의 실물 투자에 대한 투자 의향도 높게 나타났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