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보험 전문가 3인 리얼 코멘트
경제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를 점검 또는 재편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며, 지켜야 할 원칙과 전략은 무엇일까. 김지숙 미래에셋증권 센터원 영업부 지점장,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지점장,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 등 증권·은행·보험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현답(賢答)’을 구했다.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이슈에 대한 자산가들의 인식은 어떻습니까.김지숙 미래에셋증권 센터원 영업부 지점장(이하 김지숙) “안정적인 고금리 정기예금은 과거 수십 년간 재테크 수단의 1순위였지만, 지금의 투자 환경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0%에 가깝습니다. 과거 부동산 가격과 현재 가격과의 괴리 때문에 분명한 투자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자산가도 많아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자산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대부분의 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 재편을 고려하며 향후 글로벌 경제 흐름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죠. 현재 자산관리 전략에 있어 ‘자산 배분’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이하 최성환) “최근 저스틴 울퍼스, 벳시 스티븐슨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슈퍼리치들조차 재산이 더 많을수록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부동산을 통해 큰 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국내 자산가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다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산 증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요.”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지점장(이하 박승안) “재테크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 같은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금융시장 동조화, 저금리 기조, 수익형 부동산의 대두 등에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까.
최성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자산가들은 보통 안전 자산은 더 안전한 방향으로, 투자 자산은 고위험·고수익 위주로 과감히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전 자산과 투자 자산의 적절한 비율과 분배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위험·중수익 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보수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고위험 자산 비중을 낮추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무리하게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보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정적 자산 운용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유지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숙 “일부 고객들의 경우 예금 상품 등에서 ‘시중금리+알파(α)’의 안정적 수익을 꾸준하게 추구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나 ‘투자 상품’으로 포트폴리오 재편 시기를 고려 중이거나 이미 실행한 분들이 있습니다. 또 부동산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절세 효과를 노린 비과세 장기 보험 등으로의 이동이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경제 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 점검 또는 재편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김지숙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장기적 수익률을 결정짓는 데 90% 이상은 자산의 배분 활동에 의해 결정되며, 사고파는 시장 타이밍의 기여도는 5%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주식을 언제 사서 언제 팔까도 중요하지만 투자 자산을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할 것인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5년 이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전에 겪어보지 못한 상황들이지요. 이로 인해 과거 중요시했던 주식, 채권 중심의 전통적 자산 배분보다 세밀한 대안 상품군까지 활용한 전체적 자산 배분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박승안 “급박한 이슈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구성은 한계가 있고, 금융시장 환경의 큰 흐름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슈에 따른 재구성은 결국 흐름을 뒤따라가는 단기적 대응이지만 큰 흐름 속에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흐름의 투자이기 때문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크지 않을 순 있지만, 멀리 보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 고려해야 할 이슈는 무엇인가요.
박승안 “리스크 관리입니다. 결국은 시장에서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요. 도박에서 카지노와 고객 중에 카지노가 항상 이길 수 있는 것은 카지노는 칩을 발행함으로써 끝까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우리도 투자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잘해 퇴출당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최성환 “인구구조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자산 형성과 처분 과정 주기상 40~50대는 생애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시기로 소득과 저축률이 가장 높고 자산 운용에도 매우 적극적인 시기입니다. 그런데 2009~2026년 사이 국내 40~50대 인구 비중은 3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인구구조상 40~50대가 현재처럼 많았던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자산 운용과 증식에 가장 적극적인 세대의 비중이 확대된다는 것은 투자형 상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지요. 또 하나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사례를 보면 저금리 지속은 투자형 상품 비중의 확대로 이어지는 흐름을 볼 수 있는데, 1980년대 후반 미국 베이비부머의 선두주자인 1946년생들이 40대에 접어들면서 금융시장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저금리에 따른 개인 주식 투자자의 시장 참여 확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40~50대 인구 비중 증가와 저금리가 맞물린 현재 상황은 장기적으로 증시 상승 추세를 예상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김지숙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또 하나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만큼 뼈아픈 것이 바로 세금입니다. 낮아지는 금리에 세금마저 떼고 나면 실질 수익률은 더 떨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그나마 남아 있는 세금 우대 상품도 정부의 증세 정책으로 축소 또는 점진적으로 폐지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의 개막과 점증하는 세금 부담으로 점차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경우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최성환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과거 가계 자산 비중을 보면 1인당 소득 2만 달러 달성 이전에 이미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 감소 시작을 경험한 사실이 발견됩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추세가 진행 중인데, 특히 인구 고령화와 가족 구조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만큼 앞으로 부동산 자산의 비중 하락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승안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부동산이 60~70% 정도인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게 현재의 시각입니다. 그러나 사회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비중이 50% 선까지 줄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숙 “만약 포트폴리오 내 부동산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부동산에 대한 높은 보유 비율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비수익성 자산인 주거용 아파트나 토지의 비중이 높다면 과감히 이 비중을 축소해 수익성 자산으로의 이동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융 자산 내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전략을 말씀해 주신다면.
박승안 “투자 자산:현금 자산:보장성 자산=30:30:40 비중으로 가져갈 것을 추천합니다. 투자 자산으로는 복잡한 상품보다는 시장 상황에 대해 자신이 예측 가능한 단순한 상품이 좋습니다. 우선 주식형 상품으로는 종합지수연동 상장지수펀드(ETF)와 시스템적으로 투자하는 펀드, 그리고 일부 달러 예금을 추천합니다. 현금 자산으로는 은행 특정금전신탁(MMT),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은행 3개월 회전형 예금을 추천하고요. 보장성 자산은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정기예금(ELD) 상품 등을 추천합니다.”
김지숙 “예금과 부동산, 채권 및 주식, 그리고 장기 보험 상품까지 모든 부분에서 투자자의 투자 성향과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분산이 필요합니다. 다만 한 가지, 넘치는 유동성에도 투자할 곳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아우성 속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투자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10년 여간 빠른 속도로 성장한 신흥국 내수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 시장에 대한 장기 투자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신흥국의 내수시장, ‘컨슈머 섹터’라고 하면 소비 업종의 주식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단순 업종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투자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즉 브랜드 경쟁력을 통해 갈수록 확대되는 글로벌 소비시장에서 성공하는 선진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지속 가능성과 성장성 모두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런 ‘투자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자산관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최성환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큰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는 투자 기회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가장 유효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금융 상품 트렌드는 복합기능형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객의 생애주기별 필요 자산에 부응하는 다기능 맞춤 상품인 것이죠. 가령 경제적 정년기까지는 가족을 위한 보장 자산으로, 이후에는 금융 자산 적립 위주로 가고, 은퇴 이후에는 연금 전환을 통한 노후 자금 설계로 이어지는 멀티 보장성 상품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편, 해외 채권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 변액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어요. 해외 채권형 펀드는 매매 차익에 15.4%의 세금이 부과되는 데 반해, 해외 변액보험 상품은 10년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이 적용돼 직접 투자하기보다 변액보험을 거쳐 우회 투자하면 세제상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절세 상품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더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초 세제 개편을 앞두고 주목받았던 즉시연금은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품입니다. 납입보험료 2억 원 이하인 경우 보험 차익에 대한 비과세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은퇴 생활비 마련 목적으로 꾸준히 가입이 증가하고 있어요.” 끝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명심해야 할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뭘까요.
최성환 “자산을 증식하는 기본적인 방법 세 가지는 첫째가 투자 금액 자체 늘리기, 둘째가 수익률 높이기, 셋째가 일찍 시작하기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개인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통제하기 어렵지만 일찍 시작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저성장·저금리 환경일수록 자신의 투자 계획에 맞춰 적절한 상품을 선택해 남보다 일찍 시작하면 결국 시간의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더디지만 복리효과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 전략(low risk, long return)이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승안 “나를 제대로 아는 것과 리스크 관리입니다. 아무리 멋있는 옷이라 해도 내게 맞는 옷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옷이 있습니다. 즉, 내 스타일에 맞는 옷은 따로 있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재테크 고수가 하는 재테크 방법은 그 사람에게 맞는 방법이지 나에겐 맞지 않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에게 맞는 재테크 방법을 어떻게 찾느냐가 문젠데 그러려면 나 자신을 제대로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리스크 관리는 재테크에서 ‘불멸의 진리’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오더라도 내가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죠. 따라서 투자를 하기 전에 리스크가 얼마나 되는지 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인지 먼저 확인한 다음 투자해야 합니다.”
김지숙 “투자에서 변동성은 대체로 예측하지 못하는 위험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역설적으로는 변동성에 바로 투자의 기회가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리스크 관리, 둘째도 리스크 관리, 셋째도 리스크 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 번 투자를 잘 해도 한 번 실패하면 모든 성과가 사라지는 법이니까요. 결국 리스크 관리를 못한 투자는 언젠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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