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즐겨 입는 키톤(Kiton). 나폴리 슈트를 대표하는 키톤은 유독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남성복 슈트 중 하나다. 키톤은 요란한 광고 캠페인을 하지 않는다. 오직 품질만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향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키톤 코리아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성현기 대표이사를 만나 키톤의 브랜드 철학과 한국에서의 마케팅 전략 등을 들었다.
[CEO INTERVIEW] “우리는 타협을 선호하지만 품질에서 대충 타협하는 일은 없죠”
최고 중 최고, 그리고 우린 하나를 더한다

나폴리 슈트를 대표하는 브랜드, 키톤은 최고급 재료만을 고집하며 나폴리탄 테일러링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브랜드다. 최상의 원단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섬세하고 까다로운 장인 기술자들이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2~3년 한국 남성들의 옷차림이 달라지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키톤 코리아의 새로운 수장 성현기 대표이사는 말한다. “제가 할 일은 좋은 상품과 그에 맞는 고객의 만족을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입니다. 즉, 키톤의 기본 철학인 ‘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플러스 원(the best of the best Plus 1)’을 잊지 않고 충실히 지키는 것입니다.”


키톤이 추구하는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키톤은 전통적으로 고객에게 가장 완벽한 품질의 옷을 공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품의 가격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원단을 가지고 최고의 옷을 만듭니다. 우리 브랜드의 고객들은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그만큼 최고의 옷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플러스 원’이라는 브랜드의 슬로건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CEO INTERVIEW] “우리는 타협을 선호하지만 품질에서 대충 타협하는 일은 없죠”
이번 2013 가을·겨울 시즌, 키톤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남성 컬렉션의 경우 하룻동안 일어나는 순간 순간을 위해 다양한 원단과 텍스처, 컬러로 시대를 초월한 남성의 우아함을 선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독점적인 재단, 최고급 원단들과 나폴리 특유의 스타일이 만나 전 세계 키톤 남성 고객들을 위해 디자인됐습니다. 특히, 이번 시즌 키톤의 수석 테일러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스타일을 보면 슈트, 재킷 등이 더욱 슬림해진 라펠, 좁아진 소매와 남성의 가슴에 좀 더 밀착된 특징을 보입니다. 또 신체와의 조화로운 피팅감과 스타일을 주기 위해 모든 바지 주름을 없앴습니다.

여성 컬렉션은 절제된 남성적 터치와 함께 자신의 우아함을 극대화시키는 세련된 키톤 여성 고객들을 위해 디자인됐습니다. 키톤을 입는 여성 고객들은 주중 도시 생활은 물론 주말 외곽 별장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모든 T·P·O(시간·장소·목적)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스포티한 패딩이나 트렌치코트 또한, 부드럽고 온화한 캐시미어 소재를 다양하게 적용함으로써 키톤만의 우아함을 표현했습니다. 비큐나, 친칠라 캐시미어, 캐시미어 밍크, 캐시미어 스트레치, 듀블레 캐시미어 등은 이번 시즌 키톤이 독점으로 개발해 여성복에서 선보이는 대표적인 원단입니다. 소재와 디자인 모두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여성 컬렉션은 키톤의 완벽한 테일러링을 만나 완전한 키톤 여성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전략이든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키톤 브랜드만이 꼽을 수 있는 차별화는 무엇인가요.
“일단 원단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기본으로 컬러풀한 색감과 과감한 코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해피맨’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키톤을 입으면 우울했던 사람도 행복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엔 원단 회사 바르베라를 인수해 캐시미어나 비큐나 등 귀한 원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으며 오리락, 위즐, 렉스 등과 같은 밍크도 테크니컬 패브릭과 함께 매치해 아웃도어 개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타 브랜드에 비해 CEO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우리는 다른 패션 브랜드처럼 보이는 광고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 옷을 입는 CEO들은 중요한 자리에서 늘 키톤을 입었는데,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키톤의 퀄리티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게 됐지요. 이렇듯 키톤의 슈트는 입소문을 타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구전 광고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현재, 국내 키톤의 시장점유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멀티숍으로 유통되는 상품을 제외한 리테일 마켓으로만 봤을 때 전 세계 키톤 플래그십 스토어는 40개 정도 됩니다. 키톤 전체 매출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한국 시장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남성복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국내 남성복 시장도 치열해졌는데,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톤 다운된 컬러나 보수적인 스타일의 옷을 선택했지만, 점점 키톤만의 스타일링과 컬러감에 매혹돼 과감한 선택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었습니다. 어떤 고객의 경우, 작은 아이템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비비드한 레드 데님을 선택할 정도로 과감해졌습니다. 꾸준히 키톤을 애용하는 고객들만큼은 트렌드를 선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2~3년 사이 국내에서 유독 나폴리식 슈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나폴리 슈트는 핸드메이드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기식대로 재해석해서 입을 수 있고, 제2의 피부, 즉 ‘세컨드 스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좀 더 애착을 갖고 편하게 슈트를 접할 수 있고 유행으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키톤은 나폴리 슈트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따라서 남성복 브랜드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꽤 있는데요.
“키톤이 남성복으로 먼저 알려졌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는 남성복 브랜드로 인식돼 있는 것 같지만,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남성복에 비해 여성복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본사에서도 1995년 여성복 론칭 이후 많은 투자와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2013 가을·겨울 컬렉션은 기존보다 더 많은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패션 시장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요.
“슈트가 다시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이제는 일할 때 입는 제복이 아니라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포티한 아이템이나 컬러풀한 아이템 등을 적절히 함께 매치해 또 다른 룩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키톤은 더욱 다양한 아이템들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원단과 워크십을 봤을 때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우리는 퀄리티로 고객을 이해시키려 하는데,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퀄리티를 알고, 왜 비싼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결국, 높은 가격에도 고객들은 키톤 매장을 또다시 방문합니다. 우린 특정 아이템마다 키톤만을 찾는 마니아들이 많습니다.”


한국 고객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특별한 마케팅이 있는지요.
“일단 국내 고객들이 맞춤 서비스, 즉 MTM 서비스에 대해 더 이해하고 애용하길 바랍니다. 단편적으로 우리가 강조하는 100% 핸드메이드라는 건 옷을 뜯어 보기 전엔 알 수가 없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수석 마스터인 테일러 ‘파올로 팔롬보’가 재단부터 단추 구멍까지 시연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이 시연은 내년 1월부터 키톤 공식 웹사이트에서 공장 투어를 담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키톤은 국내 고객들을 위해 일 년에 두 번 정도 MTM 서비스 차원에서 이탈리아의 마스터 테일러가 직접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서울에서도 지난 8월 1일부터 이탈리아 본사에서 인정한 정식 ‘마스터 테일러’가 상주하게 됐습니다. 그는 분업 작업 없이 혼자서 전 공정을 100% 수작업(키톤 K50 모델_ 100% 마스터 테일러 1인 공정으로 제작하는 수작업 맞춤 슈트의 진수)으로 키톤 슈트 한 벌을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스터 테일러 중 한 사람으로 키톤에서 인정한 장인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 고객들은 이탈리아 본사에서 직접 맞춤 의뢰를 하는 것과 같은 MTM 서비스를 일 년 내내 상시 제공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키톤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지요.
“원래 저는 키톤을 애용하던 고객이었습니다. 키톤을 몸으로 체험한 저는 키톤을 잘 안다고 할 수 있죠. 키톤의 공장에 갔을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같은 키톤 창립자 치로 파오네(Ciro Paone)와 그의 가족들, 모두가 가족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또한 옷이 만들어지는 공장(갤러리라고 표현하고 싶음)에 갔을 때 소위 말하는 장인의 혼이 깃든 것을 보고 브랜드의 미래를 볼 수 있었죠. 과다한 포장을 지양하고 퀄리티로 승부하는 키톤을 보고 느끼고 선택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키톤을 즐겨 입으시나요.
“나폴리 감각의 키톤 스타일이라 하면 편안한 소재의 실루엣과 동시에 과감한 패턴과 컬러입니다. 저는 키톤의 과감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깅엄 체크나 글렌 체크 등의 다양한 패턴을 좋아합니다. 이런 패턴물은 다른 브랜드에서는 절대 찾아 볼 수 없는 키톤만의 특징이지요. 제 경험상 패턴 아이템들을 착용했을 때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 큰 활력소로 작용하고 자신감을 주었다고나 할까요.”


키톤의 예비 고객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 남자들이 많이 변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와 비슷한 40대 중후반의 남성들은 아직 보수적인 성향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옷을 입는 데 좀 더 과감해지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행커치프나 타이 정도로 멋을 내다가 점점 과감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키톤 코리아의 수장으로서 앞으로의 경영 전략이 궁금합니다.
“키톤을 맡게 되면서 패션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른 사업의 경우 최종 소비자가 대중적인 반면에 키톤은 매우 한정된 고객이 대상인 점에서 경영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떤 전략이든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기획해야 한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 절대적인 경영 철학입니다. 특히, 이번 하반기에는 남성복 시장에서 그동안 침체됐던 클래식 슈트의 흐름을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서울에 상주하는 마스터 테일러를 활용한 키톤 MTM 서비스를 적극 활성화하고, 여성복 경우에는 노블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고객층이 한정적이었는데 이번 가을·겨울 시즌을 기점으로 좀 더 다양한 라인의 컬렉션을 선보임으로써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사진 강건호(PIUS studio)│헤어·메이크업 박성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