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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나라 브라질. 수도는 브라질리아지만 세계의 여행자들은 리우데자네이루로 모여든다. 나폴리, 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인구 1200만 명에 이르는 해안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다. 백인과 흑인, 그리고 에스파냐계 백인과 아프리카계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가 부대끼며 살아가고 거리에는 화끈한 삼바 리듬과 세련되고 우아한 보사노바 리듬의 선율이 함께 흐른다.
아마도 브라질 사람들을 설명하는 데도 이 말이 고스란히 적용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뜨거운 커피처럼 열정적이고,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성정을 가지고 있으며, 코끝을 자극하는 커피의 향처럼 강렬한 삶을 살고, 혀끝을 즐겁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처럼 달콤한 인생을 누릴 줄 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이하 리우)다.
리우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정열의 도시다. 그리고 리우의 정열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코파카바나 해변이다. 길이 5km에 달하는 해변에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햇살이 내리쬔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글래머 아가씨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고 근육질의 젊은이들은 비치발리볼을 즐긴다. 선글라스를 쓰고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너무나 한가로워 보인다. 해변과 인접한 아틀란티카 거리에 들어서면 정말로 마이애미에 온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해안도로를 따라 고급 호텔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분위기 좋은 최고급 식당과 카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해변을 걷다 보면 끊임없이 보사노바가 흘러나온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치 속삭이듯 노래하는 주앙 질베르토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그 노래 ‘이파네마의 소녀’.
이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리우의 해변을 거니는 일. 그것은 어쩌면 생에 꼭 한 번은 해봐야 할 여행인지도 모른다.
삼바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몇 조각 되지 않는 의상과 형형색색의 깃털 모자로 한껏 치장한 삼바 댄서들이 줄지어 행진한다. 세상 모든 미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 같다. 농구공처럼 하늘 높이 튈 것만 같은 엉덩이, 세상을 모두 삼킬 것 같은 미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삼바 춤까지 여행객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꼭 2, 3월이 아닌 다른 때 이 도시를 방문해도 삼바를 만끽할 수 있으니 걱정은 마시길.
리우에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코르코바도 언덕(해발 700m) 위의 예수상이다. 세계 신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이 예수상은 1931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높이 39.6m, 무게 700톤이며 예수의 모습을 새긴 조각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리우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코르코바도 언덕에 서서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듯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사실 예수상의 방향을 두고 말이 많다. 빈민촌을 등지고 부촌인 해안을 바라보고 있는 탓에 현지 서민들은 “은총에도 차별이 있다”고 푸념한다.
코르코바도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리우 앞바다에 팡데아수카르가 떠 있어 리우를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다. 영어로는 ‘설탕덩어리’라는 의미인 ‘슈거로프’라고도 불린다. 거대한 화강암과 수정으로 이뤄진 바위산으로 둥근 돔처럼 생긴 모습이 무척 이색적이다. 마치 바다로부터 리우를 지키고 있는 파수꾼인 듯 느껴진다. 산기슭에 있는 프라이아 베르메라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데 왠지 기시감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산과 케이블카는 시도 때도 없이 재방송을 해댄 영화 ‘007 문레이커’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해발 396m로 가장 높이 솟아오른 이 산 꼭대기에서 세계 최고 미항을 굽어볼 수 있다. 진초록의 산들 사이로 우뚝 솟은 초고층 빌딩들이 서 있고 우르카, 플라멩코, 코파카바나, 이파네마, 레브론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하얀 요트가 점점이 떠 있다.
팡데아수카르에서는 반드시 리우의 야경을 볼 것. 360도 펼쳐지는 해변과 섬, 도시의 경치가 파노라마로 어우러지는 리우의 야경을 만끽하기에는 이곳만한 데가 없다. 해질녘의 리우는 가히 환상적이다. 붉은 노을이 번지고 도시에는 불빛이 환하게 켜진다. 하늘도 붉고 도시도 붉고 바다도 붉게 물드는 리우의 야경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라면 빼놓지 말고 가야 할 곳이 마라카낭 축구장이다. 1950년 건립됐다. 무려 2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축구 시즌인 11~12월이면 경기마다 수많은 관객이 모인다. 경기가 없어도 내부를 둘러볼 수 있으니 ‘축구의 나라’에 온 기념으로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평소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광객들을 위해 내부를 개방한다.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 꼬박 하루의 비행시간과 7시간의 버스 여행 등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꼭 봐야 할 만큼 감동적인 풍경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넓이와 수량을 자랑하는 이구아수(Iguazu) 폭포다. 이구아수 폭포와 맞닥뜨리는 순간 그동안의 고단함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폭포에 가까이 갈수록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는다.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세 나라 국경에 걸쳐 자리한 세계 최대의 폭포이자 세계 제일의 관광명소다. 275개의 폭포가 지름 3km, 높이 80m에서 떨어지는 이구아수 폭포는 빅토리아 폭포보다 넓고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 이곳의 전경은 말로 전해 듣고, 글이나 사진으로 보아서는 절대 그 위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원주민(파라과이 과리니 인디오) 말로 이구아수는 ‘큰물(big water)’이다. 폭포 전체의 폭만 4km 남짓. 평균 낙차는 64m다. 우기(11~3월)에는 초당 1만3000여 톤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이구아수 폭포 여행의 시작은 포스두이구아수시.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면 이구아수 국립공원에 닿는다. 입구에서 계곡과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5분쯤 걸으면 강 건너편에 입이 쩍 벌어질 장관이 펼쳐진다. 하나도 아닌 수십, 수백 개 폭포가 하얀 박무를 만들어내고 있다. 귀퉁이를 돌아서면 영화 ‘미션’ 촬영지로 유명한 ‘삼총사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개 폭포가 겹쳐 있는 그 절벽 바로 아래턱까지 200여 m의 데크를 밟고 둘러볼 수도 있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현기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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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을 비롯해 카타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이 취항한다. 약 24시간이 소요된다. 코파카바나 팰리스 호텔(Copacabana Palace Hotel)은 남아메리카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수영장은 리우에서 최고 수준. 영화 ‘플라잉다운 투 리우’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해졌다. 스위트룸인 751호는 브라질의 전설적인 여배우 카르멘 미란다가 4개월 동안 머문 곳이기도 하다. 브라질의 대표 요리는 ‘슈하스코’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을 꼬챙이에 꽂아 숯불에 구운 브라질의 전통 요리다.
식당을 나서기 전까지 끊임없이, 그리고 쉴 틈 없이 가지각색의 맛있는 고기들을 들고 나온다. 그러니까 처음 주는 고기가 맛있어 보인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손해다. 다음에 어떤 더 맛있는 고기가 나올지 모르니 적당히 조절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 숯불에 돌려가며 구운 고기들이라 기름기가 쫙 빠져 연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마리우스(Marius)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표적인 슈하스코 레스토랑.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도 최고다. 페트로니우스(Petronius)는 이파네마 해변의 캐사르 파크 호텔에 있다. 페이조아다 스튜가 일품. 페이조아다는 말린 고기와 베이컨, 돼지고기, 소시지, 쌀, 돼지 귀, 꼬리 등을 넣어 끓인 일종의 부대찌개다.
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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