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유키 구라모토는 말했다. “가을, 여름의 분주함이 가라앉고 어떤 면에서는 살짝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연애를 하고 싶은 감성이 샘솟는 계절이다”라고.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은 다분히 가을을 닮았다. 때론 청명한 가을하늘 같고 때론 쓸쓸하니 가을바람 같기도 하고, 때로는 화려한 가을 산처럼 아름답다. 몇 해 전 예술의 전당에서 그의 공연을 보았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넓은 무대 위 달랑 피아노 한 대, 이미 중년을 넘어섰던 그가 등장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에게 보내는 신뢰이자 기대였다. 그리고 공연이 다 끝난 뒤 박수는 한층 더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요즘 말로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의 피아노 선율은 무어라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돼 오래오래 여운을 남겼다.유키 구라모토에 대한 한국 팬들의 성원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1999년 5월 서울에서 첫 공연을 가진 이후 매진 행렬을 이어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매 공연 앨범과는 또 다른 편곡으로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음악을 들려주는 그는 또 하나, 관객을 위해 서툰 한국어로 최선을 다해 모든 음악을 직접 소개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의 해설이 곁들어진 콘서트, 공들여 써온 소개글을 최대한 한국어에 가깝게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읽는 모습에서 한국에 대한 유키 구라모토의 진심 어린 애정도 느껴진다. 지친 여름을 지나 힐링이 필요한 순간, 가만히 고요히 잔잔히 위로처럼 다가오는 유키 구라모토의 선율이 이 가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 데뷔 공연 이래 처음으로 피아노 솔로 콘서트로 특별한 편곡이 준비돼 있어 ‘심금을 울리는 그 순간’을 기대해도 좋겠다.
기간 9월 21일(서울), 23일(광주), 24일(전주), 27일(김천), 28일(춘천), 29일(하남) 장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서울) 외
문의 02-741-1523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위해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지킬 앤 하이드’, ‘스칼렛 핌퍼넬’, ‘몬테크리스토’의 세계적인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의 브로드웨이 최신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실존했던 남녀 2인조 강도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제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 둘은 미국 역사에서 악명 높은 듀오이자 대공황 시기 미국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세기의 커플. 두려움을 모르며 사회에 저항하던 그들의 러브 스토리와 범죄 행각은 1967년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화를 재구성해 탄생한 이 뮤지컬은 개성 강한 캐릭터의 매력과 흡인력 있는 뮤지컬 넘버로 채워져 파워풀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기간 9월 4일~10월 27일 장소 충무아트홀 대극장 문의 1588-0688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세계적인 팝펑크 밴드 그린데이의 그래미 수상 앨범인 ‘아메리칸 이디엇’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로 그동안 미국 뮤지컬이 도전해보지 못한 것에 도전한 새로운 뮤지컬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아티스트의 히트곡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기존의 주크박스 뮤지컬과 달리, 앨범 자체가 갖고 있는 주제와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암울한 교외 지역에서 살던 세 청년이 각자 다른 운명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이 주요 스토리.
기간 9월 5~22일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1588-5212 연극 ‘클로저’
영국의 젊은 극작가 패트릭 마버의 대표작. 뉴욕 출신의 스트리퍼 앨리스, 부고 전문 기자 댄, 사진작가 안나, 피부과 의사 래리 등 네 명의 엇갈린 사랑과 그로 인한 심리적 갈등, 인간 내면의 소통과 진실에 대해 깊이 조명한다. 사랑을 해본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공감할 스토리로, 이번 공연에는 배우 이윤지, 진세연, 소집해제 후 첫 복귀작으로 나선 배우 신성록 등 최강의 캐스팅도 돋보인다. 만 18세 이상 관람가.
기간 8월 31일~12월 1일 장소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 문의 1544-1555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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