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이효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정신검진을 받은 뒤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출연진들에게 “건강검진을 받듯 우리의 불완전한 정신도 한번쯤 검진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정신검진’은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로 떠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최근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면서 종합병원 및 개인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특화된 스트레스 클리닉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반드시 중증 환자가 아니어도 일상 속에서 나의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함으로써 마음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우울증과 같은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현대인 정신 건강 보고서]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챙기는 마음 건강
체험기
‘마감 전야’의 잡지 기자, 서울백병원 ‘스트레스 클리닉’방문해보니…

고백컨대, 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이 중증 환자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문턱이 낮아졌다지만 스트레스 조금 받는다고 정신과를 가기엔 뭔가 꺼림칙한 것이 사실이었다. 월간지 마감 기간이 다가오자 슬슬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두통과 함께 초조함이 엄습해왔다. 취재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내심 이런 나의 정신 건강 상태가 궁금했다.

직장인 스트레스 클리닉으로 유명한 서울백병원을 찾았다. 우종민 교수는 ‘직무 스트레스’ 분야의 국내 권위자로서 서울백병원은 일찍이 ‘스트레스 클리닉’을 마련해 직장인의 정신 건강에 기여해왔다.

클리닉은 을지로에 위치한 이 병원 8층에 있었다. 검사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스트레스 질문지 작성. 검사지는 문장 완성도 검사, 다면적 인성 검사, 직장인 마음 건강을 통합적으로 알아보는 ‘WIMS’ 검사 등으로 주관식 질문 9개와 객관식 질문 90여 개로 구성돼 있었다. 1시간은 족히 걸렸다. ‘나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나는 미래가 지금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 질문지에 솔직히 답을 하는 것만으로도 제법 후련했다. 배도희 임상심리 전문가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털어놓는 것은 내 마음을 스스로 토닥여주는 것 같은 이치”라며 “자신의 속마음을 숨긴 채 응한다면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자율신경계 검사(HRV)와 바이오피드백 검사를 받았다. 내 몸 자율신경계의 활동이 어떻게 항상성을 가지고 활동하는지 검사해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도를 측정한다.
[현대인 정신 건강 보고서]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챙기는 마음 건강
맥박 감지 센서를 왼손 검지에 부착하고 긴장과 이완 상황에 심장 박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크했다. 바이오피드백 검사는 명상과 문제 풀이로 구성해 몸의 긴장과 이완 상태를 본다. 스트레스에 내 몸이 얼마나 강한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혈액 검사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측정하기도 하지만 기자는 이 과정을 생략했다.

약 20분에 걸쳐 검사가 끝나면 담당 전문의와 상담한다. 결과는 보통 일주일 뒤에 나오며 환자의 상태에 맞게 인지행동치료(CBT), 약물치료,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근육이완법, 복식호흡법, 자율이완법, 생활습관 개선, 대인관계 훈련, 분노조절 훈련 등 솔루션이 제공된다.
[현대인 정신 건강 보고서]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챙기는 마음 건강
기자의 마음 건강 자원은 평이한 상태. 직장에서 받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삶의 활력도와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진단이 내려졌지만 치료를 요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취미생활 등을 하며 조금 더 여유를 갖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의사와 상담 이후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결 평온해진 느낌이었다. 굳이 ‘치료’를 받지 않아도 누군가로부터 공감을 얻고 위로와 격려를 받는 자체로 이미 마음은 건강해지고 있었다.

우 교수 팀이 개발한 마음 건강 진단검사 ‘WIMS’는 최근 국내 여러 기업에서도 도입하는 추세다. 선진국의 경우 기업이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사내 검진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실시하기 시작했다. 우 교수는 “개인에 따라 부족하거나 풍부한 자원을 확인해 스트레스에 대비할 수 있는 긍정심리 체력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며 “스트레스 클리닉을 통해 개인의 마음 건강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 정신 건강 보고서]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챙기는 마음 건강
검진
주요 종합병원 ‘정신검진’ 받을 수 있는 곳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스트레스 클리닉


서울 강남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39층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는 여느 고급 피트니스 센터 못지않은 스트레스 클리닉이 있다. 기존의 정신과 진료가 정신병리와 증상을 확인해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는 병리적 접근에 치중했다면, 이 클리닉은 병리적 접근은 기본이고 정상 심리에서 겪는 삶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공감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모색하는 ‘라이프스타일 의학’기반의 필러사피컬(philosophical) 카운슬링을 제공한다. 현대인에게 흔한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에 대한 심리, 약물치료, 검사 및 예방 프로그램이 주요 진료다. 02-21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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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스트레스 클리닉

서울백병원 스트레스 클리닉은 스트레스 반응의 원천지인 자율신경계 기능을 검사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뒤 바이오피드백, 근육 이완 프로그램 등으로 치료, 관리한다. 바이오피드백은 심박동, 근전도 등 스트레스와 연관된 지표들을 모니터를 통해 스스로 확인하면서 어떤 상태일 때 긴장과 이완이 되는지를 파악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약물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긴장된 마음을 이완 상태로 바꿀 수 있어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집단 워크숍을 통해 개인이 갖고 있던 부정적이고 왜곡된 생각들을 고쳐나가는 방식이다. 02-2270-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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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 클리닉

한방을 통한 치료를 원한다면 강동경희대병원의 화병·스트레스 클리닉을 방문하면 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화병 클리닉을 운영해온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곳은 침과 한약을 이용한 약물 치료 및 명상이 치료 주축을 이룬다. 한약을 쓰기 때문에 약물 중독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게 장점. 기본적인 검사 방법은 다른 병원과 비슷하지만 화병 검사를 위해 체열 검사를 실시한다. 필요에 따라 양방과의 협진도 가능하다. 화병은 재발하기 쉬워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스스로 스트레스 조절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02-440-7133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스트레스 클리닉

서울아산병원은 건강증진센터 내부에 스트레스 클리닉을 운영한다. 스트레스 검사, 자율신경계 검사 등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나타나는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치유한다. 일반적인 정신과 치료뿐 아니라 행동활성화 수용전념 치료, 연민집중 치료 등 상담을 기본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메디슨을 제공한다. 우울증 증상 및 공황장애,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반드시 중증 환자가 아니어도 힐링이 필요한 이들의 심리적인 고민을 덜어준다. 1688-7575





진료 과정
[현대인 정신 건강 보고서]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챙기는 마음 건강
1 스트레스 증상.
2 스트레스 클리닉 방문.
3 1단계 평가-스트레스 평가 면담, 스트레스 검사지 작성.
4 2단계 평가-유형별 평가, 심리검사, 기질 및 성격유형 평가.
5 신체상태 평가 1단계-자율신경검사(HRV), 바이오피드백 검사.
6 신체상태 평가 2단계-호르몬 검사, 신체질환 동반 여부 확인.
7 치료 프로그램-인지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 근육이완법, 복식호흡법, 자율이완법, 시간관리, 문제해결 기법, 분노조절 훈련, 약물치료, 직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생활습관 개선(폭식 비만 교정·건강한 수면·운동), 대인관계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