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왜 치십니까?”

골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기도 하고, 비즈니스 파트너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접대의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하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사교 모임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기량을 점검하고 승부를 가르는 짜릿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건강, 접대, 사교, 스포츠 승부욕, 거기에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해지니 바로 품격과 매너다.
[GLOBAL LEADER'S MANNER] 이기고도 지는, 지고도 이기는 골프 매너
골프를 신사의 운동이라 할 만큼 ‘매너’가 중요한 이유는,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규정이 심판의 제재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룰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에 의한 것이라는 데 있다. 골프의 룰은 스코틀랜드의 젠틀맨이라는 사회 신분 계층에 의해 시작됐는데 골프 룰을 자세히 보면 젠틀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품성이 집약돼 있다. 그것은 바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으로 골프 룰 13조항의 초석이다. 자연환경을 바꿔서 본인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패널티, 본인의 기량만을 앞세우지 않고 부족한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핸디캡, 상대방이 실수했을 때 그것을 만회할 기회를 주는 멀리건이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골프는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다. 이기고 지는 것을 가르는 것과 좋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 게임의 묘미이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좋은 기록에 대한 열망이 클수록 경기는 흥미진진해지고 긴장감은 높아진다. 여기에 매너와 교양이라는 것이 더해지면 경쟁심과 배려 사이의 심리적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갈등 때문에 미국 대통령 중 손꼽히는 골프광인 빌 클린턴 대통령은 샷을 실수한 뒤 벌타를 받지 않고 다시 치는 멀리건을 남발하는 바람에 ‘빌리건’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마찬가지로 골프광이라고 불리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은 징크스처럼 자주 맞히는 나무를 없애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오히려 자신의 애칭인 아이크를 딴 ‘아이크의 나무’라는 불명예스런 증거를 남기게 됐다. 이는 골프를 좋아하면서도 골프의 품위를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말해 준다.
[GLOBAL LEADER'S MANNER] 이기고도 지는, 지고도 이기는 골프 매너


골프는 경쟁과 배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기 때문에 골프를 함께 쳐 보면 그 사람의 품성과 성격을 거의 정확히 읽어 낼 수 있다.



좋은 매너가 좋은 골퍼를 만든다

이처럼 골프는 경쟁과 배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기 때문에 골프를 함께 쳐 보면 그 사람의 품성과 성격을 거의 정확히 읽어 낼 수 있다. 아무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18홀을 거치는 5시간여를 가까이서 함께 지내다 보면 상대방이 정해진 룰은 잘 지키는지, 남몰래 속임수를 쓰지 않는지, 동반자를 잘 배려하는지, 코스에 접근하는 방식이 전략적인지, 위기에 대한 자제력이 있는지가 파악된다. 이런 태도는 기업 경영에 임하는 자세와도 연결된다.

실제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임원 승진 후보자들과 라운드를 한 뒤 그 평가 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전통이 있다. 경영뿐만 아니라 골프에서 보이는 자세가 정치에 대한 자세와 정책 방향에도 반영된다고 여겨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스윙 자세를 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렇듯 승부에서 깔끔하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위해, 또는 경기 스코어에서는 졌더라도 나의 품격을 손상시키지 않는 경기를 위해 골프 매너의 중요한 요소를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되짚어 보자.
[GLOBAL LEADER'S MANNER] 이기고도 지는, 지고도 이기는 골프 매너
첫째, 시간 관리다. 골프의 티오프 시간은 절대로 옮길 수가 없다. 최소한 30분 전에 클럽하우스에 도착하고 연습 스윙이 필요하다면 1시간 전에 도착하도록 한다. 동반자가 티샷에 들어가면 연습 스윙을 멈추고, 그린에서는 작은 방해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일찍 도착해 충분히 연습 스윙을 한다. 경기 진행 중에도 시간 관리는 중요하다. 동반자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다. 샷 전에 클럽은 미리 2~3개를 챙기고 아웃오브바운드(OB)가 나거나 페어웨이에 공이 잘 안 보이는 경우에는 5분 이상 지체하지 않도록 한다. 또 볼을 치고 나서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음 동반자의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경기가 늘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장갑과 볼, 티를 미리 준비한다.

둘째, 동반자 배려다. 동반자들이 샷을 할 때는 조용히 집중해서 함께 호흡하고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고 이동한다. 로스트볼은 함께 찾아 준다. 그린에서는 상대방의 퍼팅 라이를 밟아 손상해서는 안 되고 자신의 그림자로 방해되지 않도록 한다. 홀 아웃 역시 동반자 전원이 홀 아웃 할 때까지 함께 한다. 동반하는 캐디에 대해서는 캐디가 라운드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동반자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한다. 어떤 경우에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동반자들을 대하고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동반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셋째, 자연 존중(필드 보호)의 자세다. 스파이크 자국이나 볼이 떨어지면서 팬 피치마크를 보수한다. 본인이 만든 것 이외에 피치마크가 주변에 있다면 같이 보수한다. 벙커를 정리할 때는 샷 자국뿐 아니라 걸어간 발자국까지 정리한다. 홀 컵에서 홀인 된 볼을 꺼낼 때 퍼터를 짚고 힘주어 기대서 잔디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한다.
[GLOBAL LEADER'S MANNER] 이기고도 지는, 지고도 이기는 골프 매너
넷째, 원칙과 소신의 매너다. 골프의 중요한 원칙은 ‘있는 그대로’다. 마킹을 하지 않고 절대 볼에 손을 대지 않는다. 볼이 OB나 해저드 방향으로 날아가 분실할 우려가 있으면 동반자에게 의사를 밝힌 후 잠정구를 친다. 룰을 숙지하고 벌타와 타수에 대한 기록을 정직하게 한다.

‘가장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선수’ 1위에 선정된 아놀드 파머는 그 이유에 대해서 “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첫 번째 원칙은 동반자로 하여금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매너가 좋은 골퍼를 만든다’라는 스코틀랜드 속담처럼 함께 해서 즐거운 사람, 실력도 매너도 좋은 사람으로 나의 품격을 드러낼 수 있는 운동이 바로 골프다. 이런 골프 본연의 매력이 골프를 즐기는 주된 이유가 되길 바란다.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