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이고 백정림 대표
갤러리 이고(以古)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읍 고기리 별장촌에 자리 잡고 있다. 별장촌 맨 꼭대기에 자리한 이고에 들어서면 백정림 대표가 15년간 컬렉션한 동서양의 앤티크들이 격조 높은 분위기를 자아낸다.하우스 갤러리(house gallery)의 모범을 보여주는 갤러리 이고로 당신을 초대한다.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44.1.jpg)
백정림 갤러리 이고 대표의 앤티크 예찬이다. 백 대표는 15년 넘게 동서양의 앤티크 테이블웨어(antique tableware)와 홈 데커레이션(home decoration)을 모아온 컬렉터다. 오랜 수집으로 컬렉션이 늘면서 그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눌 별도의 공간을 생각하게 됐다.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45.1.jpg)
최고급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소품을 사용한 갤러리
그러다 찾아낸 곳이 현재 갤러리다. 용인 고기리 유원지와 인접한 이고 갤러리는 별장촌 맨 위쪽, 해발 600여 m에 자리하고 있다. 아래쪽보다 기온이 평균 섭씨 4도 이상 낮아 여름에도 시원하다.
원래 이곳은 별장촌을 지은 건설사 사장의 집으로, 대지 990㎡에 면적이 412.5㎡다. 건설사 사장의 집답게 최고급 건축자재로 집을 지었다. 벽돌 사이에는 건강을 생각해 황토와 숯을 넣었고, 창호는 독일제 시스템 창호를 사용했다. 바닥재는 핀란드산 나무를 사용했고, 거실에서 2층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은 장인이 직접 짰다. 2층에는 황토 찜질방인 한실을 따로 두었고, 운치 있는 다락방은 풍광이 최고였다.
인테리어도 최고급 제품을 사용했다. 유럽 앤티크 소파에 화장실 세면기와 변기는 세계적인 욕실 브랜드 콜러(Kohler)사의 도자기 제품을 썼다. 무엇보다 백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독일 명품 주방가구 브랜드인 마틴 불탑(Martin Bulthaup)의 식탁이었다. 전 주인은 탤런트 송혜교도 같은 불탑 식탁을 들여왔다고 자랑했다.
그는 처음부터 이곳의 탁 트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안동의 병산서원처럼 자연을 끌어들인 창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집이 생각보다 넓었지만 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남편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남편도 흡족해했다. 서초동 집에서 20분 거리라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이사 후 남편은 정원 가꾸기(gardening)에 빠져 주말에는 내내 밖에서 지낸다. 백 대표는 점심 때 말고는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편이 정원 가꾸기에 열중하는 동안 그는 앤티크 제품들을 정리하고 음식을 준비한다. 학원 사업으로 자산을 쌓은 백 대표는 30대 중반부터 컬렉션에 관심을 가졌다. 처음 한국 목가구와 장신구 등을 컬렉션하다 10여 년 전부터 커트러리(cutlery) 수집을 시작했다. 유럽 커트러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중이나 주말에 주로 손님을 초대하는데 이런 문화를 함께 나눈다는 자체가 그에겐 큰 즐거움이다.
최근 갤러리를 오픈한 백 대표는 이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림 컬렉터이기도 한 그는 그간 화랑이랑 거래하면서 갤러리에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은 게 사실이다. 그런 탓에 갤러리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탐탁지 않았다. 그렇다고 뮤지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컬렉션을 하는 분 중에 별장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하우스 갤러리인 셈이죠. 이고도 하우스 갤러리 개념이에요. 유럽 앤티크 컬렉션을 한다면 ‘마이센 좀 있겠지’ 하고 와서 보시곤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최근에 컬렉션 목록을 만들다 보니 지금까지 수집한 제품만 1만 개가 넘더라고요. 전시된 것보다 창고에 있는 게 훨씬 많아요. 그림도 제법 있어서 가을쯤 좋아하는 분들 초대해서 전시회도 가질 계획이에요.”
![유리제품으로 발랄함을 가미한 애프터눈 티 파티용 식탁.](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46.1.jpg)
백 대표의 주 활동 공간인 부엌에 들어서면 불탑 식탁과 냉장고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엌 오른편으로는 집 밖 전경에 한눈에 들어오는 창과 장식장, 그리고 앤티크 식탁이 있다. 장식장에는 다양한 티포트와 찻잔 등이 잘 정돈돼 있다.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47.1.jpg)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48.1.jpg)
그가 소장한 티파니 제품은 대부분 1800년대 것들이다. 미국 티파니 제품 외에 영국 커트러리도 많다. 영국은 은제품도 특히 좋다.
격식을 갖춘 디너용 식탁
정찬용 식탁은 메인과 샐러드, 수프 볼(bowl) 등 세 개의 접시를 중심으로 세팅된다. 백 대표가 선호하는 디너용 식탁의 스타일은 믹스 앤드 매치다. 식탁에 벨기에 테이블 크로스를 깔고 그 위에 촘촘한 충무누빔을 올린다. 그런 다음 수프와 샐러드, 스테이크 순으로 음식을 서빙한다. 이후 그는 밥과 국, 나물을 곁들인 한국식 진짓상을 추가로 낸다. 그런 다음 디저트와 차로 정찬을 마무리한다.
“저녁에 정찬을 하게 되면 와인 잔 두 개에 촛대가 반드시 따라 나와요. 영국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잔 치우다 시간 다 보낸다’는 말도 해요. 하지만 손님이 미안해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물 잔과 와인 잔 정도만 냅니다.”
![백 대표는 디너에 코스 요리와 한국식 진짓상을 함께 내 디너의 묘미를 더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49.1.jpg)
“최근에 수프 볼을 들여오다 세관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100년이 넘은 앤티크에는 세금이 안 붙는데, 제가 산 건 100년이 안 돼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거였어요. 딜러 말로는 100년이 넘은 거라고 했는데, 문화재청에 감정을 의뢰했더니 100년이 안 됐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냈죠. 접시를 컬렉션하다 보면 가끔 그런 일이 생겨요.”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50.1.jpg)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51.1.jpg)
“저는 묵은 것이 좋아요. 제 컬렉션의 기준은 사용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용도에 맞아야 하고, 다른 것과 매칭이 잘 돼야 해요. 일상에서 쓰니까 가끔 깨지기도 해요. 아깝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받아들여야죠.”
디캔터가 있는 와인 파티용 식탁
거실 중앙을 가로질러 놓인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와인 테이블이 세팅돼 있다. 와인 테이블에도 메인 접시와 개인용 접시가 놓여 있다. 메인 접시는 치즈용과 샐러드 등 젖은 음식을 담을 접시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와인 잔과 물 잔이 따라 나온다.
와인 테이블에 빠질 수 없는 게 디캔터다. 유럽의 와인 테이블에는 반드시 디캔터가 있다. 유럽에서는 여우 사냥을 갈 때 빼고는 와인 병을 테이블에 놓지 않았다. 디캔터가 필수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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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잔은 오버레이 장식이 된 잔이나 크리스털 잔, 에칭 처리가 된 잔 등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골라서 쓴다. 컬렉션 중 오버레이가 들어간 6개 와인 잔 세트 등은 유럽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귀한 제품이다. 대부분의 와인 잔은 60~80년 된 빈티지가 많다.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54.1.jpg)
2층 한실과 아들의 공부방 사이, 작은 공간에는 한국 앤티크들이 정성스레 놓여 있다. 조용히 놓인 소반 위 천장에는 다락방에 이르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서자 작은 다실이 나타났다. 다락방 한가운데 작은 소반이 차려졌고, 그 옆으로 두 개의 장식장이 눈에 들어왔다. 장식장은 동서양의 앤티크가 사이좋게 진열돼 있었다. 백 대표는 “동양 것이든, 서양 것이든 묵은 것들은 잘 어울린다”고 했다. 방 한쪽에는 한 쌍의 목안(木雁)이 사이좋게 둥지를 틀고 있었다.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55.1.jpg)
![2층에는 찜질방 겸용인 황토방이 있고, 다락방은 동·서양 앤티크가 조화를 이룬 다실이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56.1.jpg)
다락방을 내려와 2층 중앙 계단에 서면 고급스럽게 놓인 보석함을 만나게 된다. 보석함을 열자 대삼작놀이개, 투호삼작놀이개, 매화장 비녀, 투각옥비녀 등 조선 중기~후기 명문가 아녀자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보석이 눈에 들어온다.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57.1.jpg)
그는 지금도 컬렉션을 멈추지 못한다. 스푼 하나에 20만 원부터 1000만 원이 넘는 것도 있지만, 좋은 것을 보면 컬렉션을 멈출 수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에게 선택받은 컬렉션들은 갤러리 이고의 새로운 주인인 될 것이다. 그는 항상 새로워지는 갤러리 이고에서 많은 이들이 앤티크의 가치를 알고, 함께 즐기기를 바란다.
![[THE PLACE] ‘무한한 생명력’앤티크, 함께 즐기고 나누는 공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96958.1.jpg)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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