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석 맨앤네이처 원장

성형이 ‘비교적’ 보편화된 시대라지만, 여전히 남자들에게는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모가 경쟁력이기는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 ‘남성 전용 성형외과’를 내세운 맨앤네이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래서였다. 그 무렵 해외 한 언론에서 우리나라의 남성 성형 시장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조금 더 양보해도 극히 일부 남성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편견은 강장석 맨앤네이처 원장을 만나고 나서 깨졌다.
[HEALTH INTERVIEW] ‘남자 외모’만 연구한 남자 의사의 성형론
“지금은 이발소에서 머리 깎는 남자 없잖아요. 남자들도 자연스럽게 미용실에 들락거리는 시대가 됐죠. 남자 성형도 같은 흐름을 타게 될 거라고 봅니다.”

명확한 비유였다. 예전에만 해도 ‘화장하는 남자’를 지극히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지금은 기초 화장품은 물론 선크림이나 비비크림까지 필수로 여기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남자 성형의 보편화를 예상케 하는 또 다른 근거다. 여성 화장품만 만들던 브랜드들이 남성용 화장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만 봐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기엔 충분하다.

사실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뼈 있는’ 말을 안타깝게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 남자라고 해서 이를 비켜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꽃미남’ 바람을 넘어 최근 자주 회자되는 ‘꽃중년’ 바람 자체가 남자도 외모가 중요한 시대라는 점을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과연 남자 성형 시장이라는 게 존재할까. 의문에 답하듯 최근 들어 ‘남성 전용 병원’을 내세운 성형외과 혹은 기존 성형외과의 남성 전용 홈페이지가 심심찮게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8년간 남자 외모만 연구했다는 강장석 맨앤네이처 원장을 만나 성형하는 남자들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국내에 남자 성형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게 언젠가요.
“2005년 정도로 보는데요. 당시 가수 비, 배우 이준기 등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남자 외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졌어요. ‘꽃미남’이라는 단어도 아마 그즈음 등장했을 겁니다. 여자들도 마찬가지지만 외모에 대한 관심이나 트렌드는 연예인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의 남성 성형 붐에 대해 다룰 정도로 ‘특이’한 현상으로 비쳐지는데요. 실제로 그 사이 얼마나 시장이 확대된 건가요.
“정확히 수치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보통 남성 성형 시장이 여성 성형 시장의 5% 정도라고 봐요. 다시 말해 여성 성형 시장이 확대돼온 만큼 남성 성형 시장도 커진 셈이죠. 그리고 이 비중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화장품회사들이 남성 라인을 따로 출시하고 있는 것만 봐도 향후 트렌드를 읽을 수 있죠. 화장하는 것보다 좀 더 확실한 변화가 필러와 같은 일명 ‘프티성형’이고, 그보다 더 확실한 게 수술을 통한 성형이니까요. 좀 더 멀리 내다보더라도 요즘은 성형이 많이 보편화됐고, 성형 수술한 사람들의 좋은 면을 보면서 성장한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시장은 커지겠죠.”

‘맨앤네이처’처럼 ‘남성 성형 전문’을 내세운 병원들이 시장 확대에 한 몫을 했다고도 볼 수 있겠군요.
“적어도 성형을 하고 싶은 남자들이 좀 더 편하게 성형외과 문을 열 수 있게 된 건 맞죠. 제가 남성 전용 병원으로 특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대형 성형외과에 근무하던 시절, 여성 고객들 틈바구니에서 남자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걸 보면서 남자만을 위한 공간이 있다면 편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몇 번의 변화를 거쳐 지난 2010년 맨앤네이처가 오픈을 했는데, 지하엔 에스테틱, 2~3층은 상담실, 4~5층은 수술실과 회복실이 있어 한 건물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되도록 했죠. 그런데도 고객들이 하는 말이 1층에 출입구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해요. 여전히 성형외과 문을 여는 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무척 신경 쓰인다는 거죠. 사실 저도 퇴근해서 1층 병원 문을 나설 때는 기분이 좀 이상하거든요.(웃음)”
[HEALTH INTERVIEW] ‘남자 외모’만 연구한 남자 의사의 성형론


“남성들은‘목적 있는’ 성형을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외모가 경쟁력이고 스펙인시대인 거죠. 개업을 앞둔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들도 많이 느는 추세예요.”



특히 우리나라 남성들이 외모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물론 성형은 자기만족 때문에 하는 것이지만,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직장이나 결혼 등 사회생활에 도움을 받기 위해 ‘목적 있는’ 성형을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외모가 경쟁력이고 스펙인 시대인 거죠. 그러다 보니 취업을 앞둔 학생이나 제대를 앞둔 군인들이 많이들 상담 받으러 와요. 직장인들 중에서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고, 개업을 앞둔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들도 많이 느는 추세예요. 그다지 성형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직업의 종사자들까지 늘고 있다는 건 향후 성형이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죠.”

연령대별 고객 분포는 어떤가요.
“2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30대예요. 40~50대는 많지 않은 편이에요. 보통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이 선호하고, 40~50대에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인 모발 이식의 경우도 실제 고객의 평균 연령으로 보면 30대가 많아요. 40~50대 고객 대부분은 모발 이식이나 이마 주름 제거, 처진 눈꺼풀 올리기 같은 시술을 원하는 편이고요.”

40~50대 남성 비중이 적은 건 왜 그럴까요.
“외모를 바꿨을 때 효과적 측면이 중년 남성의 경우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겠죠. 20~30대는 취업이든 결혼이든 ‘목적’이 있지만, 40대 이상이 되면 어느 정도 자기 현실이나 위치에 만족하거나 안주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앞으로는 40대 이상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꽃중년’ 바람이 불면서 40대 이상도 외모가 중요한 시대가 됐으니까요.”

오랫동안 남자 외모를 연구하셨는데, 남성 성형이 여성 성형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뭔가요.
“남성 성형은 여러 면에서 여성 성형과는 좀 달라요. 먼저 수술 방법이 다르죠. 여성들은 흉터가 좀 남더라도 메이크업으로 커버할 수 있으니 드라마틱한 변화를 선호하는데, 남성들은 가능하면 모든 수술을 흉터 없이 하길 바라죠. 그 바탕에는 성형하는 남자들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깔려 있어요. 재밌는 게 남자들은 성형 유무에 상관없이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만, 여자들은 성형하지 않은 남자를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남성들도 좀 부족하다 싶더라도 눈에 띄는 변화보다 자연스러운 걸 선호하죠. 남자 환자들이 제일 많이 하는 부탁이 여자들이 눈치 채지 않게 해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것 역시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한 스타일로 갈 가능성이 커요. 이미 지금도 아주 초기와 비교하면 남자들이 많이 용감해졌거든요. 고객 성향도 남성은 여성과 많이 달라요. 말수가 적고 만족도는 더 높죠.(웃음)”

남자 성형의 요즘 트렌드는 뭔가요.
“성형 트렌드는 어쩔 수 없이 그 시대에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을 따라가요. 남성 성형이 막 시작되던 초반에는 배우 권상우의 눈처럼 보이지 않는 쌍꺼풀을 좋아했는데, 2~3년 전부터는 현빈처럼 약간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해요. 코는 예전에는 콧대만 조금 올리는 정도였는데 요즘엔 좀 더 입체적으로 높이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어떤 경우에 성형이 필요할까요.
“남성들에게는 권할 만한 수술이 참 많아요. 남자들에게 성형은 예뻐지는 수단이 아니라 보다 ‘건강’에 가깝다고 할까요. 예를 들면 20대 초반인데도 이마에 주름이 많은 분들이 있는데, 그건 눈꺼풀이 처지면서 자꾸 치켜뜨다 보니 생긴 주름이거든요. 그런 경우엔 쌍꺼풀 시술을 통해 눈 뜨는 걸 교정하면 시선도 편해지고 인상도 선해져요. 중년 남성이라면 모발 이식에 투자해볼 만해요. 사실 성형은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라 누구는 성형 전이 낫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구는 성형 후가 낫다고 할 수도 있는데, 모발 이식은 단 한 올이라도 더 많은 게 절대적으로 긍정적이에요. 비용은 500만 원 전후인데 효과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아주 높죠.”

아무리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지만 그래도 여전히 성형의 ‘적정 선’ 혹은 바람직한 역할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선 예전과 비슷해요. 가장 필요한 최소한의 부분만 하는 게 좋죠. 가끔 길을 가다 보면 직업상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게 되는데, 불필요하게 여기저기 고친 경우를 많이 봐요. 그런 경우는 진짜 안 하니만 못한 거죠. 양악수술을 한 어떤 연예인이 그런 말을 했잖아요. 양악수술을 하고 나면 인생이 확 바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그게 맞는 말이에요. 자기 마음의 위안을 얻을 정도, 딱 그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