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삼성동에 문을 연 갤러리 보고재는 공예 전문 갤러리로 특화했다. 한때 갤러리 오픈 붐이 일었던 서울 강남이 최근 주춤하고 있었으나, 보고재 오픈과 함께 다시 한 번 문화적 상징성에 힘을 얻고 있다. 갤러리 이름인 ‘보고재(寶庫齎)’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예술품 창고라는 의미로, 작가의 예술적 개념과 ‘수공성’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예술 분야인 현대공예를 새로운 대중문화로 이끌어가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현대장신구를 중심으로 순수미술, 현대공예, 디자인이라는 조형미술의 여러 분야를 아울러 공예가 일상의 삶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갤러리 측의 포부. 외관에서부터 독특함을 자랑하는 갤러리 건물은 2년 전 신축공사를 시작해 지난 5월 준공됐으며, 건축 디자인에서부터 현대공예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미감을 과시한다. 전시실은 총 2개로 면적은 198m². 7월 17일까지 열리는 개관전 ‘Transformed’는 보고재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다. Transformed는‘변화하다’라는 뜻으로 30명의 국내외 장신구 작가와 공예작가들이 참여, 총 1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는 개관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예 전시를 통해 대중과 공예가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삶 속의 예술이 사람들 안에서 호흡하게 하는 것, 그것이 보고재가 지향하는 바다.
‘힐링’ 지향 미래형 미술 공간, 한솔뮤지엄
해발 275m,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정상에 위치한 한솔뮤지엄은 지난 2006년 5월, 스케치북에 담긴 드로잉에서 비롯됐다. 힐링과 소통의 공간을 지향하며 만 7년간의 공사 끝에 탄생한 전원형 미술 공간인 그곳은 정체된 미술 시장에 신선한 자극이 되며 개관과 함께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솔뮤지엄은 단순한 미술 공간 그 이상의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다. 대지 7만1172m²(약 22만 평)에 건축면적 5445m²로 전체 길이 700m, 관람 거리가 무려 2.3km에 달해 관람하는 데만 최소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 규모만으로도 이미 압도적인 데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축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뮤지엄을 둘러싼 바람, 하늘, 그리고 청량한 공기까지 더불어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뿐이랴.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80만 주의 붉은 패랭이꽃과 숲의 귀족인 자작나무 180그루가 어우러진 플라워가든, 마치 물에 떠 있는 듯 잔잔한 물의 정원 워터가든,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총 9개의 부드러운 곡선의 스톤마운드로 구성된 스톤가든은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선물이다. 정원 곳곳에서 마주치는 작품들만 해도 경이롭다. 10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마크 디 수베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헨리 무어, 알렉산더 리버만 등 대형 조각 컬렉션이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뤄 빛을 발하는 것. 전시 공간은 청조갤러리와 페이퍼갤러리,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전시된 제임스 터렐관 등으로 나뉘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종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보여주는 페이퍼갤러리는 다시 4개의 갤러리로 구성돼 있으며, 국보 제277호인 대방광불화엄경주본 권 36을 비롯한 보물급 유물 관람은 물론 소통의 장인 판화 공방을 갖추고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맏딸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호를 따 명명한 청조갤러리는 4개의 갤러리로 나뉘어 이 고문이 40여 년간 수집한 작품들을 전시, 소개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빛의 마술사 터렐의 스튜디오에서도 최고의 품질과 성능을 인정한 작품들이 선보인 제임스 터렐관도 오픈과 함께 큰 이슈를 모은 곳.
단순 갤러리의 기능을 넘어 현대인을 위한 쉼과 치유, 그리고 자극의 공간이 되고 있는 한솔뮤지엄은 오는 2014년 2월 말까지 ‘A Moment of Truth(진실의 순간)’란 주제로 개관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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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오픈 붐…전국적 분포, 형태도 다양
지난해 181곳에 달하는 갤러리(미술관·박물관 포함) 등이 탄생한 가운데 서울 집중 현상이 완화됐다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 2007년부터 서울과 그 외 지역의 신규 전시 공간 비율을 비교하면 2008년 서울과 그 외 지역이 66% 대 34%였고, 2009년에는 60% 대 40%, 2010년에는 51% 대 49%로 격차가 좁혀졌다. 2011년에는 그 외 지역이 59%로 전세가 역전되더니, 지난해에는 그 외 지역이 61%로 그 비중이 더 많아졌다. 지난해 지역별로 신규 오픈한 갤러리 수는 부산이 22곳, 경기도 17곳, 광주 14곳, 대구 8곳, 경남 8곳 등에 이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갤러리 오픈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서울은 공예 전문 갤러리인 ‘보고재’를 비롯해 뮤지컬 제작사 신시컴퍼니에서 개관한 ‘갤러리 신시’, 살롱 스타일의 ‘WK뉴욕갤러리강남’ 등이 문을 열었고, 울산, 김해, 광주, 청주 등 전국적으로 새로운 갤러리들의 개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눈에 띄는 지역은 광주. 최근 개관한 갤러리 ‘신시와’를 비롯해 디자인과 공예를 주축으로 한 ‘515갤러리’, 그리고 ‘수 아트 갤러리’, ‘갤러리 아크’, ‘제희갤러리’ 등 다양한 형태의 갤러리들이 다수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시나 도 등 공공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갤러리 등의 증가와 기업 총수가 사비를 출연한 전시 공간 혹은 기업 산하의 전시 공간이 늘어난 것도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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