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늘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바로 ‘팁’이다. 아직 팁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팁의 규모부터 태도까지 모든 게 고민이다. 중요한 것은 문화에 따라 팁이 단순한 호의의 표현 수단을 넘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비용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 나라의 팁 문화를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GLOBAL LEADER'S MANNER] 에티켓? 매너? ‘팁’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
계산서를 받아 들고 팁을 생각할 때 우리는 생각이 많아진다. 지갑이 두둑하고 홀쭉하고의 판단 기준을 떠나 팁에 대한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혼란스럽다. 너무 적게 줘서 인색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닌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용의 문제도 고민이다. 또 호의와 선의를 표현하는 자발성의 문제인지 아니면 당연한 일, 혹은 의무로 받아들여져 호의가 손상되는 건 아닌지도 고민된다. 이렇게 생각이 확장되면 팁은 이미 사소한 문제를 넘어 아리송하고도 뭔가 아쉬움을 남기거나 찝찝함을 남기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세계적인 부호였던 록펠러 재단의 회장 록펠러 또한 겪었던 일이다. ‘석유왕’으로 성공한 후에도 단골로 다니던 식당을 바꾸지 않았던 그는 어느 날 지갑에 남은 5센트를 팁으로 주었다. 그러자 종업원은 “내가 만일 당신처럼 부자라면 10센트 때문에 쩨쩨하게 굴지 않겠다”고 말했고, 록펠러는 “부자인 나도 10센트를 아끼는데 당신에게는 10센트가 하찮은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록펠러 회장의 가치관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가져오는 데 과연 무리는 없을까. 팁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살펴보고 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정리해 앞으로는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 보자.


팁은 매너인가? 에티켓인가? 규정인가?
팁은 매너인가 에티켓인가에 대한 답을 하려면 먼저 매너와 에티켓에 대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에티켓은 문을 열기 전 노크를 해야 한다는 것에 해당한다. 하지 않을 때는 에티켓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반면 노크를 할 때 안에서 듣는 사람을 배려해서 노크하는 소리 조절을 한다면 매너가 좋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 팁을 내는 것은 에티켓이 있는 것일까, 매너가 좋은 것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서 팁은 에티켓을 지나 하나의 규정이 돼 가고 있다. 마땅히 지불해야 할 서비스 소비자의 의무이자 서비스 제공자가 받아야 할 권리로 해석된다. 이 지점에서 팁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 입장에서는 반감이 생길 여지도 있다. 우리처럼 팁 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 팁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매너로 해석될 여지가 남아 있어 팁에 대한 잣대가 사회문화적으로 이해돼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미국의 팁 문화 이해하기
미국 대부분의 서비스 종사자들은 최저 임금 이하의 시급을 받고 있다. 미국의 공정 노동법이 정한 연방 최저 임금은 7달러 선이지만 식당 종업원이 받는 시간당 임금 중간 값은 4달러 선으로 책정돼 있다. 연방 정부는 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공정 노동법에서 규정한 최저 임금이 보장되지 않으면 나머지를 사업주가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종업원이 고용주에게 그런 요구를 하기는 쉽지 않아서 팁에 생계를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일 팁 기록표’를 작성하고 미국 정부는 팁을 정식 수입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 미국에서의 팁은 종업원 스스로가 챙겨야 하는 중요한 수입원이 된 것이고 본인들의 생계를 위해 떳떳하게 요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기부를 많이 한 록펠러라 해도 그의 근검절약의 가치가 설득력을 잃게 되는 사회적 상황인 것이다. 미국의 팁은 바로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인 동시에 약자의 생계를 위해 서로 지켜야 할 룰(rule)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자.


팁에 대한 룰
미국에서의 팁에 대한 룰은 조직적이랄 만큼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점심 레스토랑 이용 시는 세금을 제외한 식사 값의 10~15%, 저녁 식사는 20% 정도를 테이블 위에 현금으로 두거나 카드 영수증의 팁 란에 금액을 적는다. 점심과 저녁으로 나뉘기도 하지만 레스토랑의 격으로 나눠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20% 이상은 지불한다. 뷔페인 경우에도 10%의 팁을 준다. 많은 인원이 식사를 할 경우 대부분 팁이 포함된 계산서를 가져오고 가격표에는 ‘그러투어티 차지(gratuity charge)’ 혹은 ‘서비스 차지(service charge)’ 항목이 있으니 팁을 두 번 주지 않도록 한다.

식사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사소한 서비스들에도 1~2달러의 팁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요청에 의해 자리를 바꿔 주거나, 기념 이벤트 진행을 도와주거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최소한 5달러의 팁을 제공하고, 코트를 보관한다면 코트당 1달러, 우산이나 서류 가방을 함께 맡겼다면 2달러, 발레파킹을 하는 경우 1~2달러, 호텔 도어맨이 짐 내리거나 싣는 것을 도와줬다면 개당 1달러씩 지불한다. 방 청소를 하는 메이드에게는 매일 아침 베개에 1~2달러를 두는데 매일 담당 메이드가 달라지기 때문에 몰아서 주지 않도록 한다. 택시 운전사에게는 요금의 15%를 주고 혼잡한 시간에 걸려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2~3달러를 가산해서 준다. 클럽이나 바를 이용할 때 “캐시 온 딜리버리(Cash on Delivery)”라고 말했다면 한 잔의 음료에 대해 1달러를 더해서 그때마다 지불하고, “탭(Tab)”이라고 했다면 마지막 전체 금액의 15~20%를 팁으로 지불한다.


여전히 남는 팁에 대한 고민
그렇다면 서비스에 대해 불만족했을 때도 팁을 줘야 할까. 미국인은 서비스에 불만이 있어도 팁은 지불하는 편인데 불만의 표시로 동전으로 둔다거나 담당 웨이터나 매니저를 불러 불만을 제기하고 정정하는 쪽을 택한다.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대해 아무런 이유를 전하지 않고 팁을 주지 않는 것은 사회적인 관례에 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한 목사가 “나는 신에게도 10%의 팁을 주는데 왜 당신에게는 18%를 줘야 하나”라는 글을 영수증에 남기고 팁 란에는 ‘0’을 적었다. 이 식당은 손님이 18명 이상이면 팁을 18% 주는 것으로 규정했었고 목사의 일행은 20여 명이었다. 그 영수증을 받은 종업원의 동료는 영수증을 인터넷에 올렸고 팁 주는 것을 거부하면서 종교를 들어 변명한 목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생겼다. 그만큼 팁이라는 것은 그 문화를 만든 당사자들 간에도 논란이 되기도 한다.

팁의 시작은 좋은 서비스에 약간의 대가를 더하는, 호의에 대한 호의로 응답하는 매너와도 같은 것이었지만, 오늘날의 팁은 서로 지켜야 할 횡단보도의 신호 체계와 같은 규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은 씁쓸한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 다만, 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그곳의 문화를 존중하고 따라주는 ‘매너’이자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으로 고민을 마무리하면 되지 않을까.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