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반 스테이크하우스
스테이크는 숙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명품’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0.1%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최적의 온도와 습도에서 숙성되는 스테이크에 우리는 감히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숙련된 장인이 영혼을 담아 구워낸 오리지널 미국식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 ‘헛간’이라는 뜻의 ‘더 반 스테이크하우스’는 알고 보니, 명품 숍이었다.
공기에 수분 증발 ‘드라이 에이징’ 풍미·식감 모두 잡아
드라이 에이징(dry-aging)은 고기를 공기 중에 노출한 상태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육류 숙성 방식이다. 18세기 동유럽에서 돼지고기를 소금에 재워 바닷바람에 말린 뒤 구이를 해먹던 방식에서 유래했다. 습도, 통풍, 온도 세 가지 조건이 완벽한 상태에서 평균 21일 동안 건조 숙성시켜 고기 맛을 응축시키면서도 육질을 탄력 있게 만들어주는 식이다. 숙성 기간이나 조건을 달리해 그때그때 맛을 변주할 수 있어 수백 가지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렇게 드라이 에이징으로 덩어리째 숙성한 스테이크는 거친 소의 질감과 촉촉한 육즙을 동시에 잡아 그 풍미와 식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육즙을 잡는 또 하나의 비법은 브로일러다. ‘더 반’은 다른 레스토랑과 달리 넙적하고 큼지막하게 썬 고기를 브로일러에서 굽는데, 고기 전체에 열을 가해줘 스테이크가 타거나 딱딱해지지 않고 노릇노릇하며 무엇보다 촉촉함을 간직한다.
소스·채소 올리지 않고 스테이크로만 승부…썰어먹는 즐거움
박 셰프는 브로일러에서 꺼낸 커다란 스테이크를 통째로 흰 접시에 담아냈다. 여기에 소스를 끼얹거나 여타 가니시(garnish·요리에 곁들여지는 각종 채소 등 장식)를 올리지 않는데, 스테이크 자체로 묵직한 존재감을 지니기 때문이리라. 그 덕분에 손님들은 스테이크에만 미각을 집중할 수 있고, 덩어리 고기를 ‘칼질’하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고기를 썰지 않고 덩어리째로 먹는 것 역시 미국 개척시대의 정신이 반영된 문화라고 하니, 이곳에서는 맛, 분위기는 물론 정서까지 제대로 된 미국식을 즐길 수 있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 단짝인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남성미 넘치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에는 묵직한 보디감을 자랑하는 레드 와인 ‘피노 누아’나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어울린다. 여름에는 차가운 샴페인을 곁들여도 좋다.
단, 마초 스테이크와 나쁜 여자처럼 톡 쏘는 와인이 입 속에서 벌이는 ‘밀당’을 감당하는 건 먹는 사람의 몫이다.
Information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83-12 1층
영업시간 낮 12시~오후 10시
가격대 꽃등심, 티본, 포터하우스, 찹 스테이크 g당 2만 원 후반부터,
사이드 1만2000원부터
문의 02-547-6633, www.thebarnsteak.com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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