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약손명가 대표
“시간은 꼭 우리에게서 아름다움을 빼앗아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렇게, 더해주기도 하니까.”화장품 CF 속 한 모델이 속삭이는 이 카피는 나이가 들어도 잘 관리한다면 여전히 예쁠 수 있음을 말한다.
여기, 또 한 명의 뷰티 예찬론자가 있다. 아름다워지고 싶었고, 아름다워졌으며, 죽을 때까지 더 많은 사람들을 건강한 아름다움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다는 김현숙 약손명가 대표다. 약손명가 교육이사에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지난해 대표에 오른 여성, 그리고 최고경영자(CEO) 김현숙의 이야기. 먼저, 그의 인상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약손명가 본사를 찾았던 지난 6월 12일. 단정한 검정 유니폼에 머리를 야무지게 올린 김현숙 대표는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다. 시종일관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그. 직원이 귀띔했다. 34년간 예뻐지고 싶은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34년간 한결같이 사람들의 외모를 아름답게 관리해주는 일을 하셨지요.
“28세에 마사지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딱 서른하고도 네 해째네요. 결혼 후 할 만한 일을 찾다가 1평도 안 되는 코스메틱 숍을 운영하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어요. 강산이 세 번 변하도록 작은 제 손으로 참 많은 사람들을 아름답게 해주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많은 직업 중 어떻게 뷰티 쪽을 떠올리셨어요.
“어릴 적 사소한 경험에서 시작됐어요. 위로 오빠가 있고, 여동생이 있는데 자라면서 오빠가 못생겼다고 저를 많이 놀렸어요. 예쁘장하게 생긴 여동생과 반대로 저는 외모가 별로였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예뻐지겠다 마음먹고 온갖 시도를 다했죠. 팩도 하고 바르게 걷는 법도 연습하고, 옷도 예쁘게 입어보고요. 그렇게 24세가 됐는데 오빠가 그제서야 ‘동생보다 네가 낫다’고 하더군요. 절실히 느꼈어요. 관리가 정말 중요하단 걸.”
지금의 김 대표가 있기까지 오빠의 공이 컸네요.
“맞아요. 그땐 그렇게 서럽고 싫었는데, 그 사건이 계기가 돼 아름다움에 눈 뜨게 되고 이렇게 밥벌이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지금은 가끔 만나면 오빠가 ‘너는 갈수록 예뻐진다’고 말해요.(웃음)”
당시에 동원했던 방법들 좀 알려주세요.
“저는 책을 좋아해요. 특히 미용과 관련된 걸 많이 읽었는데, 책 속에 나와 있는 뷰티 팁들을 많이 따라했지요. 달걀노른자로 팩을 하고 흰자로는 클렌징을 했어요. 돼지족발을 삶아서 얼굴에 바르면 콜라겐에 의해 노화가 더뎌진다는 기사를 보고 남대문 가서 돼지족발을 사와 마사지했던 기억도 있고요.(웃음)”
아름다움도 타고나는 것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예뻐진단 건 거짓말입니다. 여성은 누구나 25세까지는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죠. 그 이후로부터 노화가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얼마나 잘 다듬느냐가 관건이에요. 그래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50세가 됐을 때 판명이 나요. 피부와 몸매 모든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특히 골반과 얼굴형만 잡아줘도 60대에 20대 같은 뒤태를 가질 수 있어요. 어릴 땐 밉다는 말만 듣고 살았던 저 역시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노력한 덕분이죠.”
‘사부님’ 이병철 회장과 손잡고 ‘골기테라피’를 세계에 알리다
약손명가는 ‘골기테라피’의 대부 이병철 회장이 만든 브랜드다. 김 대표는 개인 코스메틱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빠른 테라피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한 강좌에서 운명적으로 이 회장을 만나게 된다. 당시, 마산(지금의 창원)에서 약손명가 상호를 걸고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던 이 회장이 수강생들에게 골기테라피로 함께 체인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압구정점장, 광주점장, 그리고 수유점장인 김 대표가 손을 번쩍 들었다.
‘약손명가’와의 인연이 꽤 운명적입니다.
“저는 지금도 ‘사부님’을 만나게 된 그 순간을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부님께서는 ‘내 말만 잘 따르면 너네도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제가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인데 물론 살면서 손해 본 적도 많지만 그때 회장님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 건 아주 잘한 일이었지요. 저도 준비가 돼 있었어요. 마사지는 물론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공부해두고 있었기에 기회가 왔을 때 붙잡을 수 있었죠.”
‘골기테라피’는 무엇입니까.
“골기(骨氣), 말 그대로 뼈의 기운을 이용한 마사지법입니다. 일반적인 마사지는 근육을 만지는데, 이 근육이란 게 너무 많이 만지면 닳고 수명이 짧아져요. 그런데 뼈는 반대로 건드릴수록 건강해집니다. 온몸의 뼈를 만져 기를 원활히 흐르게 해 얼굴을 작게 만들고, 휜 다리를 곧게 관리하죠.” 약손명가가 추구하는 건 결국 건강한 아름다움이군요.
“그래서 이름도 ‘약(藥)손’이지요. ‘약손명가’는 골격이나 체형 관리를 위주로 하고, 제2의 브랜드 ‘동안인걸’은 피부를 전문으로 합니다. 고객들은 예뻐지기 위해 왔는데 건강해지기까지 하면 덤을 얻었다고 여기죠. 우리의 약손으로 그들이 행복함까지 느끼도록 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길입니다.”
지난해 대표로 임명…고객 요청 전 미리 최상의 서비스 마련
우리나라에 피부관리 문화가 들어온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YMCA가 피부미용 관련 강좌를 개설하면서 피부관리사를 대거 배출했다. 하지만 그 시절만 해도 관리를 받는 건 일부 부유층 사모님들에 국한됐다. 1979년 약손명가가 지점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이 마사지 역시 대중화했다. 약손명가는 현재 국내 77개, 해외 9개 지점이 있으며,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함께 하고 있다.
교육이사직에 있다 지난해에 대표이사 CEO로 선출됐습니다. 파격적인 인사 아닌가요.
“약손명가의 실질 운영을 도맡았던 몇 년 사이 회사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 지 10년 만에 국내 77개, 일본, 미국, 필리핀 등지에 9개 지점을 오픈하고 연 매출을 500억 원으로 끌어올렸지요. 어느 날, 이 회장님이 부르시더군요. ‘약손명가를 세계에 알린 건 네 공이 컸다. 이젠 CEO가 돼 회사를 경영해 봐라’라고 하셨어요. 저한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기복이 있기 마련인데 약손명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비법은 무엇입니까.
“잘 될 때도, 혹은 잘 안 될 때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지요. 또 서비스의 질을 최고로 올려 고객들이 하나라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끔 먼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객이 평생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죠. 처음에는 마사지 효과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받았죠. 효과는 당연하고 친절도 필수구나 생각해 그때부터 직원에게 친절교육을 시켰어요. 이런 식으로 고객의 지적이 나오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업데이트해왔습니다. 지금은 청결과 서비스, 친절과 즐거움 모두 세팅이 됐죠.”
사원들에 대한 편의와 복지도 대기업 못지않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젊은 시절 돈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코스메틱 숍을 하는데 세탁기가 없어서 수건을 집에서 빨아 오기도 했지요. 직원들은 나처럼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원 복지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약손명가의 직원들은 4년을 일하면 매니저가 되는데 6년 동안 한 지점을 운영하면 그 해당 지점을 주는 제도를 갖고 있어요.” 가정과 회사 두 토끼 잡으려면 둘 다 완벽하려는 생각 버려야
그는 얼마 전 자서전 ‘좋아하는 것 99%보다 잘하는 것 1%에 승부를 걸어라’를 내고 자본금 500만 원으로 100억 원대 자산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노하우, 인생과 경영 철학 등을 공개했다. 어린 시절 수많은 자서전을 읽으며 “50대엔 내 삶을 기록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온 그는 “정말 소원이 이뤄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책은 많은 워킹맘, 미래의 리더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일하는 여성들에게 제발 둘 다 완벽하길 바라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육체적인 한계가 있는데 그걸 넘어서려 하면 스트레스가 엄청나죠.”
출간과 동시에 평범한 주부들, 그리고 워킹맘들의 워너비로 떠올랐습니다. 가정과 회사 경영 모두 후한 점수를 받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일하는 여성들에게 제발 둘 다 완벽하길 바라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육체적인 한계가 있는데 그걸 넘어서려 하면 스트레스가 엄청나죠. 저 역시 결혼 후 3년간 무척 잘하려 애썼는데 오히려 너무 힘들더군요. 그래서 남편과 대화를 했습니다. 내가 가정일과 직장 가운데 무엇에 더 많은 비중을 뒀으면 좋겠느냐고요. 남편이 ‘너는 살림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으니 회사에 더 집중해라. 가정을 못 챙기는 부분은 내가 도와주마’하고 말하는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죠. 100% 하던 걸 30%로 줄이니 스트레스도 낮아지고 일에 효율도 늘었어요.”
책 곳곳에 아들에 대한 애틋함도 묻어났습니다. 육아는 어떻게 했나요.
“남편을 설득했지만 아이는 다른 문제였어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없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의사가 물었어요. ‘엄마는 왜 아이한테 늘 미안해해야 합니까.’ 아이들은 그걸 역이용한다고,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너를 위해 엄마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말하고 행동으로 보였더니 조금씩 아이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요? 대학생인 아들이 엄마를 너무 자랑스러워합니다. 얼마 전엔 ‘너 행복하니’라고 물었더니 ‘응 행복해. 엄마가 존경스러워’라고 답하더군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김 대표가 100억대 자산을 모은 비법도 화제가 됐습니다.
“옛날부터 사부님은 ‘많이 벌었다고 자랑하지 말고, 많이 저축했다고 자랑하라’고 하셨어요. 아무리 어렵던 시절에도 내가 번 것의 절반은 저축하는 습관을 길렀죠. 물론 빚을 갚을 때도요. 또 내가 잘 아는 부분엔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만 조금이라도 모르는 분야는 아무리 벼락부자가 된다고 해도 손대지 않았어요.”
약손명가의 향후 비전은 무엇입니까.
“현재 목표는 글로벌 시대에 골기테라피를 세계에 알리는 것입니다. 올해 중국,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호주 지점 오픈을 앞두고 있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관리해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죠. 이것이 진정한 케이 뷰티(K-Beauty) 아닙니까. 나이가 들어 건강하고, 아름다우면 절로 행복해져요. 돈보다 중요한 겁니다. 돈 벌면서 덕을 쌓고, 애국하는 정말 좋은 직업 아닌가요.”
김현숙 대표는…
신동아대학 피부미용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수기성형 과정 수료
2012년~현재 약손명가 대표.미국 트리니티대학 석좌 교수, 경복대학교 객원교수, 신구대학교 겸임교수,수원여자대학교, 대구보건대학교, 경남정보대학교, 원광보건대학교 외 골기 강의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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