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크 호텔, 어디까지 가봤니
설치미술이 전시된 갤러리요, 세상 단 하나뿐인 앤티크 가구를 구경할 수 있는 박물관이다. 때론 명품 브랜드 쇼룸이 되고, 훌륭한 셰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다이닝으로도 변신한다. 단순히 숙박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기엔 부티크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올여름 럭셔리 호캉스(hotel+vacance: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꿈꾸는 당신에게 그 자체로 훌륭한 오감만족 여행지가 돼줄 부티크 호텔, 그 다채로운 세계를 들여다봤다.갤러리·박물관·다이닝·숙박시설이 한곳에… 오감만족 부티크 호텔
‘독특한’, ‘유일무이한’이란 뜻의 유니크(unique).
부티크 호텔을 논하기에 이처럼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규모는 작아도 멋있고 개성 넘치는 의류를 취급하는 점포라는 뜻의 ‘부티크’는 호텔에 적용돼 실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숙박 공간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여기에 예술적 감각을 불어넣은 부티크 호텔은 늘 비슷비슷한 호텔에 지친 ‘호캉스족’의 목마름을 해소해줄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부티크 호텔은 1990년대 초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등지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당시 중소 호텔업자들은 대도시의 비싼 땅값에 부담을 느껴 호텔 증축보다는 투숙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객실에 미적 요소를 하나둘씩 가미했는데 이것이 시초였다. 부티크 호텔은 여행의 목적이 관광에서 휴식 혹은 힐링으로 변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과거,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어느 나라로 갈까’를 먼저 고민했다면, 이제는 ‘어디에서 묵을까’를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기게 된 것. 아늑하고 스타일리시하며, 1대1 맞춤형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부티크 호텔은 숙소에서 머물며 휴식하고 힐링하길 원하는 호캉스족들의 구미에 딱 맞는 공간인 셈이다. 온라인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의 유은경 차장은 “릴렉싱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숙소 선택은 옵션이 아니라 메인이 됐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예쁘고 고급스러운 호텔을 선택하고 그 호텔이 있는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단 하나뿐인 디자인, 스페셜 음식 즐기며 나만을 위한 휴식
부티크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외형부터 서비스까지 획일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숙객은 클래식, 만다린, 럭셔리, 친환경 등 각기 다른 콘셉트로 꾸며진 객실이나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구나 그림, 설치미술이 전시된 로비, 셰프의 스페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즐기며 특별한 대접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생활을 보장하며 서비스 역시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해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명품 업계가 호텔사업에 뛰어들면서 자사 브랜드 제품들로 가득 채운 부티크 호텔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호주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베르사체의 ‘팔라조 베르사체 호텔’과 이탈리아 밀라노, 인도네시아 발리, 영국 런던 등에 있는 ‘불가리 호텔’, 두바이 버즈칼리파와 밀라노 등에 진출한 ‘아르마니 호텔’ 등이 대표적이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은 현재 ‘슈발블랑’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 부티크 호텔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초기 부티크 호텔은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널리 사랑받았지만, 지금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은 물론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의 여행자들 사이에서 두루 각광받고 있다. 부티크 호텔의 인기는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럭셔리 호텔 예약 사이트 ‘에바종’에 따르면 전체 호텔 예약률 가운데 부티크 호텔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2년 20%에 그쳤던 데 비해 최근 40%까지 뛰어올랐다. 고객은 주로 20~30대가 대부분이며, 금융권, 외국계 기업, 패션 기업에서 비즈니스 숙소로 예약하기도 한다. 오수경 에바종 상무는 “올 초 설문조사를 보면 고객들은 해외여행 시 호텔 선정에 있어 디자인, 위치, 요금, 브랜드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제 브랜드를 따지기보다는 실용적이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충족시켜 줄 호텔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PM·전지현 등 스타들도 마니아…밀월여행 장소로 활용되기도
1대1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티크 호텔은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은 스타나 명사들도 즐겨 찾는다. 비, 2PM 등은 연예계에 이름난 부티크 호텔 마니아다. 태국 방콕의 ‘한사르 호텔’은 2PM, 소녀시대 등 아이돌이 현지 활동을 하면서 묵었다고 알려졌고, 우아한 유럽풍의 중국 상하이 ‘푸리호텔’은 전지현, 이영애, 제이슨 므라즈가 숙박해 눈길을 끌었다. 모던한 건축 양식을 자랑하는 홍콩 ‘W호텔’은 빅뱅이 종종 방문하는 부티크 호텔이고 발리 ‘불가리 리조트’는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신혼여행 숙소로 유명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의 부티크 리조트는 한국인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허니문이나 밀월여행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티크 호텔은 최근 3~4년간 국내에서도 눈에 띄게 늘었다. 도심에 위치한 서울 한남동 ‘IP부티크 호텔’, 강남구 삼성동의 ‘호텔 더 디자이너스’, 신사동 가로수길 ‘라 까사’, 인천 영종도의 유럽풍 ‘빠세 꼼뽀제’ 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숙소다. 승효상 등 최고 권위의 건축 거장 5인방이 각기 개성을 살려 설계한 제주 롯데아트빌라스,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지은 제주 포도호텔도 고급 부티크 빌라를 표방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내 부티크 호텔이 번드르르한 외관만 앞세워 서비스나 품질 등 내실을 채우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남해안 등지에 속속 문을 열고 있는 부티크 호텔은 비즈니스 모텔 혹은 러브호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바종’ 오수경 상무가 제안하는 부티크 호텔 100배 즐기기
1 원하는 콘셉트와 스타일을 파악하라. 휴양지를 원한다면 리조트를, 도심지를 원하면 호텔을 선정한다.
2 박물관이나 갤러리에 온 기분으로 여유롭게 인테리어와 예술품을 감상하라. 레스토랑에서는 스페셜 칵테일과 디시 등 독특한 메뉴를 맛본다.
3 실용적인 가격으로 럭셔리하게 즐길 것. 왕이 된 느낌으로 1대1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충분히 받아라.
해외 부티크 호텔 7선누려라! 품격 있는 일탈
이왕 부티크 호텔을 즐길 거라면 콘셉트가 확실한 곳을 제대로 고르는 편이 좋다. 동화 속 공주님이나 중세시대 귀족이 돼보는 것처럼 완벽한 일탈이 또 있을까.
보기만 해도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전 세계 ‘명품급’ 부티크 호텔 7곳을 소개한다. 모던+클래식, 방콕 한사르 호텔(Hansar Hotel) 객실 벽면은 태국의 유명한 짐 톰슨 실크 벽지로 인테리어 돼 있고 욕실에는 대리석 느낌의 테라초 재질의 욕조와 배스 크리스털 입욕제가 갖춰져 있다. 일부 객실에는 개별 ‘버티컬 가든(식물로 벽의 한 면을 꾸미는 조경 디자인)’도 만나볼 수 있다. 8층에 있는 파노라마 뷰의 탁 트인 야외 수영장이 매력적이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브 레스토랑은 2013년 방콕 베스트 레스토랑에도 이름을 올렸다. www.hansarbangkok.com
1920년대 중국을 만나는, 상하이 르 선 쉰 호텔(Le Sun Chin Hotel) 1932년에 지어진 이 호텔은 1920~30년대 모던 상하이 시대의 우아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둥근 기둥이 있는 발코니와 높은 천장 등 20세기 초 상하이에서 유행한 아르데코 건축 스타일과 인테리어를 재현해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앤티크 가구들은 호텔 주인이 오랫동안 수집해 온 것들인데, 특히 옛날 축음기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세계 최고급 샴페인 톱5에 드는 살롱 블랑 드 블랑(Salon Blanc de Blanc)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로도 유명하다. www.lesunchine.com 모스키노의 감성이 곳곳에, 밀라노 메종
모스키노 호텔(Maison Moschino Hotel)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의 유니크한 감각이 살아 숨 쉬는 디자인 호텔이다.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로셀라 자르디니가 직접 참여해 동화를 모티브로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펼쳐냈다. 드레스를 모티브로 한 스탠드 조명, 커피 잔을 이용해 만든 테이블, 장미꽃 의자 등 소품 하나하나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기자기한 매력의 내부와 달리 1840년에 건설된 밀라노 최초의 기차역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외관은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www.maisonmoschino.com 감각적 인테리어에 컬러를 입히다, 홍콩 럭스 매너 호텔(The Luxe Manor Hotel) 홍콩의 중심지 침사추이에 위치한 ‘럭스 매너’는 레드, 바이올렛, 블랙으로 컬러감을 살린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부티크 호텔이다. 여섯 가지 콘셉트로 테마 룸이 마련됐으며 웰컴 쿠키 같은 세심한 서비스로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스칸디나비안 레스토랑 파인스(Finds), 라운지 바 다다(Dada), 모던 파인다이닝 지이(GE)도 인기를 끌고 있다. www.theluxemanor.com 귀족의 품격, 노르망디 샤토 드 카니지 호텔 (Chateau de Canisy Hotel) 노르망디에 위치한 샤토 드 카니지는 파리에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1001곳 중 하나인 ‘몽생미셸(Mont St. Michel)’로 가는 길에 있다. 외벽은 돌로 지어져 견고한 모습으로 중세시대의 기품을 뿜어내고 있으며, 내부는 귀족들이 사용하던 호화스러운 가구, 커튼, 카펫의 디자인을 그대로 묘사해 집과 같은 편안함을 주면서 마치 귀족이 된 듯 우아한 기분이 들게 한다. www.chateaudecanisy.com
럭셔리+앤티크, 바젤 레 트로아 루아 호텔(Grand Hotel Les Trois Rois) 1681년에 세워진 레 트로아 루아는 나폴레옹과 피카소도 머물렀던 스위스 바젤의 최고급 럭셔리 호텔이다. 101개에 달하는 객실 모두 고귀한 앤티크 가구와 예술 작품으로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다. 객실이나 레스토랑, 바에서 라인 강과 다리가 만들어내는 그림 같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미슐랭 2스타에 빛나는 슈발블랑(Cheval Blanc) 레스토랑을 위시한 화려한 수상 경력의 레스토랑과 바는 입을 즐겁게 한다. www.lestroisrois.com 이색 아이스바가 있는, 파리 큐브 호텔(Kube Hotel) 2005년 10월에 설립된 세계적인 디자인 호텔로 몽마르트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총 41개의 객실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꾸몄으며, 지문 인식 열쇠, 자동 온도 조절장치, 자동 조명 등 최신식 기술을 자랑한다. 호텔보다 더 유명한 ‘아이스 큐브 바(bar)’에서는 연간 영하 12도를 유지하는 얼음 바로 코트, 장갑, 모자를 갖추고 얼음 의자에 앉아 얼음 잔에 담긴 보드카를 마시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www.kubehotel.com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내 부티크 호텔 4선 거장의 건축물에서 잠들다
국내에도 호화로움과 퀄리티가 해외 못지않은 부티크 호텔이 존재한다. 저 멀리 제주도부터 도심 한가운데까지 차별화된 디자인과 서비스로 품격을 끌어올린 부티크 호텔 4선. 상위 1% VVIP를 위한 명품 리조트,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Art Villas) 롯데제주리조트가 지난해 3월 제주도 서귀포시에 오픈한 ‘아트빌라스’는 국내 최고의 현대 건축 거장 승효상·이종호, 프랑스의 도미니크 페로, 일본의 구마 켄고, 그리고 세계적 명성의 건축설계사인 ‘DA글로벌그룹뉴욕’이 제주의 대자연을 테마로 각각의 예술가적 세계관을 풀어낸 명품 휴양 빌리지다. A·B·C·D·E 블록의 다섯 동은 흡사 야외 갤러리에서 거대 조형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www.lottejejuresort.com
영국적 감성 돋보이는, 용인 리디자인 호텔 (Lee Design Hotel) 코즈 & 유니크를 콘셉트로 품격 높은 서비스와 ‘신사의 나라’ 영국의 감성을 호텔 구석구석에 담아냈다. 서예가 강병인과 함께 브랜드명을 디자인하고 각층에 인테리어 작품을 비치하는 등 호텔에 감성을 입혔다. 63개의 객실은 복층 구조의 ‘듀플렉스 룸’과 스크린골프장을 객실 안에 들여 놓은 ‘골프가든 룸’, 객실 내에 개별 수영장과 당구대를 디자인한 ‘풀빌라 룸’ 등으로 특별함을 선사한다. leedesignhotel.com 가로수길 ‘카사미아 쇼룸’, 라까사(La casa) 호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라까사 호텔은 국내 주거환경 트렌드를 이끌어온 리빙 브랜드 까사미아가 만든 모던 & 내추럴 디자인 호텔이다. 61개 객실을 18개 타입으로 재구성하고 휴지통 하나까지 까사미아 제품으로 채우는 등 ‘카사미아 쇼룸’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오픈형 수납장과 조명기구들이 호텔이 아닌 편안한 공간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www.hotellacasa.kr 인천 영흥도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 빠세 꼼보제(Passe Compose) 인천 영흥도에서 만날 수 있는 유럽식 별장이다. 할리우드 배우 오드리 헵번과 그레이스 켈리를 테마로 한 룸 ‘로맨틱 뮤즈’,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온 듯한 ‘내추럴 가든’,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를 모티브로 꾸며진 ‘비틀스 룸’ 등 7개 룸에는 대표가 유럽 각국에서 직접 공수한 빈티지 아이템들이 넘쳐난다. 1분 거리의 인천 앞바다가 펼쳐지는 멋진 풍광은 덤이다. www.passecompose.co.kr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도움말·사진 에바종(www.evasion.co.kr)·익스피디아(www.expedia.co.kr)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