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OF THE MONTH
962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00억 원이 훌쩍 넘는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주인공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오라클의 회장 겸 CEO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최근 미국 경영컨설팅기관 해이그룹의 CEO 보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그는 전 세계 ‘월급쟁이’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등극하는 동시에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미국 경영컨설팅기관 해이그룹과 윌스트리트저널(WSJ)이 ‘2012 CEO 보수’를 조사한 결과, 매출 75억 달러 이상 미국 300대 기업 CEO의 보수는 평균 3.6% 올라 101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중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2013년 3월 마감한 2012 회계연도에 9620만 달러(약 1100억 원)를 받아 연봉 킹 CEO로 선정됐다. WSJ에 따르면 엘리슨이 받은 보수 대부분은 9070만 달러에 달하는 스톡옵션에서 발생했다. 그는 현재 380억 달러 상당의 오라클 주식을 갖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지난 한 해 동안 오라클 주가가 22% 이상 급락했음에도 그가 전년보다 2000만 달러나 많은 보수를 받았다는 점에 쏠렸다. 특히 경호 서비스 등 150만 달러에 이르는 개인 비용까지 회사에 청구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세계 최고 갑부인 엘리슨 회장이 개인 경호 비용까지 기업에 부담시키고 있다”며 “이는 주주들의 의사를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오라클은 1978년 세계 최초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로 출발해 1990년대 중후반 닷컴 열풍이 불면서 전기를 맞았다. 당시 발표한 ‘오라클 7’이 히트하며 DBMS 최강자로 등극했다.
성공한 CEO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엘리슨은 1990년대 후반 ‘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또 한 번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MS의 부도덕성을 파헤치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하면서 이른바 ‘래리 게이트’ 파문을 일으키는 등 라이벌인 MS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현재의 입지를 굳혔다.
엘리슨은 미국 억만장자 중에서도 기행을 일삼아 ‘괴짜’ 혹은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통한다. 요트, 제트기, 심지어 바닷가 백사장 전체를 사들이기도 한다. 지난해 하와이 라나이섬을 매입한 데 이어, 얼마 전 라나이섬으로 가기 위한 작은 항공사까지 손에 넣는 대범함을 보였다. 2010년에는 오라클이 후원한 영화 ‘아이언맨2’에 깜짝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윤경 기자 ramji@kbizweek.com
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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