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LEADER'S MANNER

마켓 3.0, 디지털 혁명 시대에 기업은 인간의 영혼을 향한 진정성과 감동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이런 시장의 흐름에 최적화된 마케팅 기법이 바로 기업 문화를 사회 구석구석에서 단적으로 대변해 줄 ‘매너’다. 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자는 물론이고 사원의 매너가 바로 기업 문화를 대변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당신의 매너가 기업 문화를 대변한다, ‘기내 매너’의 기본기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 연예인의 막말 파문, 대기업 임원의 폭언과 분별없는 행동에 따른 사회적 파장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뜨겁다. 정의와 권력 투쟁 같은 거창한 일도 아니고 왜 자기를 몰라보냐는 유아기적 발상으로 시작했던 투정이 폭력 사태로 번져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이나, 주차 관리인에게 한 폭언으로 하루아침에 왕성했던 사업을 접어야 하는 이야기, 대리점 관리자의 막말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은 마치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필립 코틀러의 저서 ‘마켓 3.0(Market 3.0: From Products to Customers to the Human Spirit)’에서 말한 마켓의 이동을 촉진하는 사회적 단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코틀러 교수는 참여의 시대이자 창의적 사회의 시대인 마켓 3.0, 디지털 혁명 시대에는 소비자의 협력을 끌어내고, 영적 마케팅 방법으로 영혼에 호소하는 기업이 살아남으며, 어떤 가치를 가졌는가가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업은 인간의 영혼을 향한 진정성과 감동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장의 흐름에 최적화된 마케팅 기법이 바로 기업 문화를 사회 구석구석에서 단적으로 대변해 줄 ‘매너’다. 기업을 대표하는 경영자는 물론이고 사원의 매너가 바로 기업 문화를 대변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런 흐름을 가장 발 빠르게 기업 경영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삼성그룹의 막말 색출 캠페인이다. 삼성은 ‘직장 내 언어폭력은 해사 행위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직장 내 언어폭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기도 하지만, 언어폭력으로 드러난 기업의 이미지 실추에 대한 탁월한 예방책이란 생각이 든다.

기업은 기업의 브랜드 자산관리를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긍정적인 사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의 이런 거시적인 노력과는 달리 사회 구석구석 모세혈관같이 퍼져 있는 SNS는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일방적인 구호가 아닌 양파의 속껍질을 보여주는 듯한 극적인 단면으로 기업을 판단하게끔 한다. 이것은 소비자라는 거대한 권력을 대하는 기업의 태도보다는 소비자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진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SNS의 위력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일명 ‘왕 상무 라면 사건’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임원의 자리에 올랐느냐는 것이다. 당연 회사에서의 매너는 깍듯했을 것이고 겸양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기업의 임원이 된 지 한 달이 안 돼서 탄 비행기에서 왕 상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매너를 선택했고 임원이라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급하게 꿀꺽 삼켜 보고 싶었을 것이다. 임원으로 진급해 권력의 달콤함을 성급히 맛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매너가 더욱 더 강조돼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커다란 사회적 질타를 받은 이 일을 타산지석 삼아 기내에서의 매너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나와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내 매너 톱 5

첫째, 필요한 것이 있으면 호출 버튼을 누른다.

필요한 것을 요청할 때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부탁하면 한 걸음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으니 업무 효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빠르게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을 한 템포 늦추게 하는 달갑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승객의 요청을 모른 척하는 것은 승무원에게 죄악과도 같은 일이니 바쁜 걸음이라도 응대를 하고 다시 다른 승무원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것이다. 승무원을 도와준다고 생각했던 일이 더 번거롭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승무원은 절대 이런 것을 내색하지 않으니 승객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호출 버튼을 누르고 느긋하게 기다리자. 승무원의 호출 버튼 응대 관리는 철저하고도 엄격하다는 것을 믿고 기다리면 메모지를 들고 뭔가 자신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까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으며 다가오는 승무원을 맞게 될 것이다.


둘째, 비행 절차를 준수한다.

“이착륙 시에는 모든 전자제품의 전원을 꺼 주시고…”라는 기내 방송을 들어도 비행 모드 기능만 믿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간 승무원의 조심스런 제재를 받게 된다. 그리고 착륙 후 비행기가 게이트로 이동할 때 먼저 일어나서 짐을 챙기는 일은 자제하자. 항공기는 하늘 위에 떠 있을 때보다 작은 바퀴로 이동할 때가 더 위험할 수 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좌석 벨트를 매고 있으라는 안내를 따르지 않고 일어서서 짐을 챙기면 멀리서 “잠시 더 앉아 계시겠습니까”라는 외침 아닌 외침을 듣게 된다.


셋째, 고맙다는 말을 한다.

내가 치른 비용에 대한 서비스는 승객의 권리에 해당한다. 물론 지당한 말씀이다. 그렇다고 고맙다는 말에 인색하지는 말자. 작은 서비스에도 “고마워요”라는 말을 들으면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넷째, 미소에는 미소로 응답한다.

비행을 시작할 때 좋았던 컨디션을 비행을 마칠 때까지 유지한다는 것은 승객도 어렵지만 승무원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비행 막바지, 승무원의 눈 밑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와 있을지라도 나에게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도록 하는 힘은 승무원의 미소에 작은 미소로 응답하는 고객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섯째, 승무원의 양해에 협조한다.

승객의 요청 중에는 승무원이 처리할 수 없고 다른 승객에게 양해와 협조를 구해야 가능한 일들이 있다. 이를 테면 노약자나 환자를 배려하기 위한 일들인데 이럴 때 협조해 주는 모습은 어렵게 양해를 구하는 승무원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존재로 기억될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그 사람의 품성을 보여주는 진정한 매너가 아니다. 링컨은 “사람의 인격을 시험하고 싶다면 고난 대신 권력을 줘 보라. 고난은 거의 모든 사람이 이겨 낼 수 있지만 권력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인재를 알아보는 방법 중 하나인 ‘웨이터 법칙’과도 연결된다. 사람을 알아보는 데 절대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법칙은 파네라 블데드 체인의 최고경영자(CEO)인 론 샤이치가 회사 법률고문 후보자와 식사를 하다가 웨이터를 무시하고 거만하게 대하는 태도를 보고 탈락시켰다는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이것은 훈련된 매너가 아니라 품성이 드러나는 매너를 보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상관들에게나 보이는 매너를 소비자들이 보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매너가 아니라 본인의 품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때 바로 ‘마켓 3.0’에서 말하는 휴먼 마케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