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5월, 가정의 달이다. 그간 가족제도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고, 극단적으로는 ‘가족 해체’를 거론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가족은 힘들고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고 위로받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따로 또 같이 모여 사는 신 대가족은 지금의 상황에서 ‘답’일지도 모른다.

과거 삼대 이상 한 집에 같이 살며 불편함을 참던 대가족이 아닌,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독립된 생활을 유지하되 관계는 ‘긴밀한’ 신 대가족이 확산 추세다. 그 이면에는 맞벌이로 인한 아이 양육 문제 해결과 부모 부양의 부담을 공동으로 나눠 지고자 하는 현실적인 측면도 포함돼 있지만, 실제로 신 대가족을 이뤄 살고 있는 이들은 정서적 만족감이 더 크다고 말한다. 신 대가족의 경제적, 혹은 그 이상의 심리적 효과는 어디까지일까.
[新 대가족의 경제학] 실리적 효과에서 정서적 안정까지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은정 씨는 요즘 서울에 거주 중인 친정 부모님을 근처로 모셔오기 위해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이미 바로 옆 단지에 여동생 부부가 살고 있고, 남동생 부부도 조만간 근처로 이사 올 예정이다. 이 가족이 근거리에 모여 살기로 ‘합의’를 한 것은 육아 문제가 일차적이다.

맏딸인 이 씨를 제외하고 모두 맞벌이를 하고 있는 터라, 아이들을 이 씨와 부모님이 맡아서 돌봐주기로 한 것이다. 그 덕분에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둘째 딸의 아이들을 봐줬던 부모님은 고생을 덜게 됐을 뿐만 아니라, 자식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지낼 수 있다는 만족감으로 들떠 있다. 이들 가족은 ‘모여 살기’ 계획이 완료되면 단합 차원에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두 아이를 둔 프리랜서인 정미영 씨는 친정어머니가 살고 있는 빌라 아래층으로 집을 옮겼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자신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줬던 친정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해지자 직장을 그만두고 이사를 결정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여동생 부부도 살고 있어 자매는 상황에 따라 번갈아가며 어머니를 보살핀다는 생각이다.

한동안 육아 문제 때문에 친정을 중심으로 근거리에 모여 사는 가족들이 많아지면서 ‘신 모계사회’니 ‘장서(장모-사위) 갈등’이니 하는 말들도 화제였었다. 갈수록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육아 문제는 여전히 ‘근거리 가족’을 양산하고 있지만, 여기에 노령화와 그로 인한 노인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부모 부양’의 합리적 방법으로도 모여 살기를 택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른바 따로 또 같이 모여 사는 ‘신 대가족’이다.

가족끼리 도와가면서 서로 부담을 더니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요,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이 크다는 점이 신 대가족의 가장 큰 장점. 표면적인 ‘경제적’ 비용 외에도 공동구매 등을 통한 합리적 소비를 하기도 하고 아예 ‘공동 계좌’를 만들어 가족 행사 시 경비를 지출하는 등 부가적 혜택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가족들이 모여 살면서 노년의 부모 세대가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은 생각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일 만나서가 아니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외로움과 소외감에서 해방되고 큰 위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대현 서울대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공해서 너무 바쁜 자녀는 부모에게 자랑거리는 되지만, 그 자랑거리가 마음의 외로움, 심리적 허기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 입장에서는 성공한 자식보다 자주 찾아와 주는 자녀가 훨씬 부모의 존재감을 느끼게 하고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제적·심리적 효율성 때문에 이웃나라 일본도 때 아닌 대가족 붐이 일고 있다. 일찌감치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가족이 모여 사는 트렌드가 형성되기도 했다. 신 대가족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생존 전략 차원에서 탄생했지만, 장점이 이토록 많으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은가.



글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최장성 코트라 오사카무역관장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