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SHOOT YOUR STRESS
작은 권총이지만 화약이 터지는 실탄 사격이 주는 반동과 총소리는 의외로 상당하다. 따라서 짜릿함이 몇 배로 증폭되는 것이 실탄권총이다. 답답한 가슴과 머리를 한방에 뚫어주는 실탄권총의 매력에 빠져보자. ‘공기총은 시시하다. 진짜 총을 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실탄권총에 도전하면 된다. 실탄 사격을 하려면 우선 총을 골라야 한다. 실탄 사격에 사용되는 총에는 회전식 권총(revolver)과 반자동 권총(semi-automatic)이 있다. 회전식 권총은 공이치기(hammer)를 뒤로 제쳐 실린더가 돌아가며 장전되는 스타일로 우리나라 경찰들이 보통 가진 총이다.반자동 권총은 탄창에 7발에서 많게는 17발의 실탄을 넣고 손잡이에 탄창을 밀어 넣어 장전하는 방식이다. 흔히 영화에 많이 나오는 총으로 쏠 때마다 탄피가 튀어나와 스릴을 높인다. 실탄권총의 경우 총알 구경과 제조사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목동사격장에는 구경별로 17종류의 권총을 고를 수 있다.
TV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배우 이병헌이 사용했던 독일제 헤클러&코흐(Heckler & Koch)사의 USP45 반자동 권총, 영화 ‘아저씨’에서 배우 원빈이 들고 다녔던 글락(Glock) 21C 45구경 반자동 권총, 미국 FBI와 경찰이 사용하는 스위스제 시그 자우어(SIG-Sauer) P226, 홍콩 느와르 영화 속 배우 주윤발이 사용했던 베레타(Beretta) 92FS 등이 있다.
이 중 일반인이 쏘기에는 남자는 38구경 스미스 앤 웨슨(Smith & Wesson)의 M64, 여자의 경우 9mm 글락 17C가 무난하다.
실탄 사격은 경기도종합사격장에서 도전했다. 실제 살상이 가능한 총이기 때문에 사격장 안에 들어갈 때 안전을 위해 방탄조끼를 입고 들어간다. 보호 안경과 사격용 귀마개를 쓰고 사격에 임한다. 담당자가 무기고에서 열쇠를 열고 총을 사로의 체인에 걸어 준다. 체인에 걸린 총은 상하로 움직일 수 있을 뿐 절대적으로 정면 표적이 있는 곳만 향한다.
사격장을 찾는 외국인 중에는 체인에 걸린 총을 보고 ‘총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 우리니라의 모든 실탄권총 사격장에선 체인을 걸어놓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 때 신변을 비관한 어떤 이가 사격장에 와서 갑자기 총구를 자신에게로 돌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로 체인이 장착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탄권총은 몸이 정면을 향한다. 총이 작고 가볍기 때문에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감싼다. 영화에서 보면 한 손으로 심지어 양손에 총을 들고 쏘곤 하는데 반동이 크므로 두 손으로 잡고 쏴야 한다. 기자가 이용한 총은 45구경 콜트 M1991A1과 9mm 글락 17이다. 총열이 짧기 때문에 가늠쇠와 가늠좌를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표적은 사람에 따라 10m, 15m, 30m 등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표적지도 꽤 큰 편이다. 15m 너머에 있는 표적을 향해 조준을 마치고 공기권총 사격 때 배웠던 무의식 격발(서서히 방아쇠를 당겨 자신도 모르게 발사함)에 나섰다. ‘타~앙!’작은 권총임에도 실탄 사격이라 총소리와 반동이 상당하다. 온몸을 전율케 하는 짜릿한 재미다. 반자동 권총이기 때문에 그 자세로 그대로 여러 발을 쐈다. 표적의 원은 6점부터 시작해 10점까지 있는데, 표적지를 확인해 보니 9점, 8점, 6점 등을 기록했다.
기자가 쏜 것 중 80%가 표적의 원 안에 맞았다. 공기권총에 이어 또다시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생각이 ‘정말 내가 사격에 소질이 있는 게 아닐까’다. 실탄권총 사격장에서 나오면 관리자가 곧바로 점수 계산을 해준다. 이때까지도 천둥 같은 총소리, 반동, 그리고 화약 냄새로 인한 긴장과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목동사격장에서 만난 홍성수(45) 씨는 “남자로서 권총에 대한 로망이 있다”며 “총소리와 반동이 화끈하고 무기를 가졌다는 느낌이 흥분케 한다”고 실탄권총 사격의 매력을 전했다.
실탄권총 사격의 비용은 10발 기준으로 구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목동사격장을 기준으로 22구경은 1만5000원, 38구경과 9mm는 2만 원, 357 매그넘은 3만 원이다.
이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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