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이 이처럼 불안할 때 투자자들은 보다 확실한 것에 기대고 싶어 한다. 경기 방어주로 불리는 음식료, 통신, 전력·가스 등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KOSPI] 한국 증시 악재 뚫고 비상할 유망주는
한국 증시의 ‘왕따’ 현상은 올 들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 증시는 연일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 중이다.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 위협, 일본 엔화의 지속된 하락과 이에 따른 한국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 기업 이익에 대한 낮아진 눈높이, 외국인의 지속된 매도, G2(미국·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 등이 지목된다.

시장 상황이 이처럼 불안할 때 투자자들은 보다 확실한 것에 기대고 싶어 한다. 경기 방어주라 불리는 음식료, 통신, 전력·가스 등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경기가 안 좋아도 실적이 당장은 크게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엔 그다지 인기 없는 이들 업종은 주가 하락 시기에는 ‘피난처’로 부각된다.

또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역사적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싸거나, 정부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들도 선호된다. 반면 조선·해운, 건설, 정유·화학 등의 업종은 탄력적이어서 경기 악화와 주가 하락 시기에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역사적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싸거나, 정부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들도 선호된다.


LG디스플레이 등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

증권 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 1분기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현재 약 33조4000억 원 수준이다. 최근 한 달 새 약 1조 원 정도 감소했다. 이는 3개월 안에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나온 것을 평균한 것으로, 이 기간을 1개월로 줄이면 31조5000억 원으로 더 쪼그라든다. 작년 1분기 상장사 이익 합계치보다 5% 정도 줄어든 것이다.

작년 4분기 실적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5.6%였던 것을 감안할 때 2분기 연속 실적 감소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 산업재, 소재 등의 업종은 10% 이상 예상치보다 적은 ‘실적 쇼크’가 우려될 정도다.

반면 정보기술(IT) 업종은 경기에 민감함에도 실적 우려가 훨씬 덜하다. 이미 집계치를 내놓은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통신,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의 업종은 안정적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되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 삼성테크윈, SK이노베이션, 한화, 하나금융지주, SK하이닉스, 한미약품, NHN, 한국전력, 한전기술 등”이라고 말했다. 이들 종목은 실적 하락기에 더욱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롯데케미칼, 현대백화점, CJ대한통운, 한진해운, LG생명과학 등은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
[KOSPI] 한국 증시 악재 뚫고 비상할 유망주는
[KOSPI] 한국 증시 악재 뚫고 비상할 유망주는
최근 투자자들이 대형주보다는 투자 매력이 뒷받침된 중소형주를 선호하고 있어 보통주와 우선주의 괴리율은 크게 좁혀질 수 있다.


대규모 증설 수혜주·우선주 등은 정책 기대감

정부 정책 수혜주도 위기를 뚫고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꺼내든 추경은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 창출을 통해 민간소비 회복을 유도할 전망이다. 올 4월 초 나온 부동산 부양책도 비슷한 맥락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종전에는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대기업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로 옮겨가고 있다”며 “대기업들도 이에 호응하듯 대규모 투자를 발표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30대 대기업이 발표한 설비투자 내용을 살펴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라인 증설과 연구·개발(R&D) 투자가 눈에 띈다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반도체 업종 내 유진테크·국제일렉트릭, 디스플레이 업종의 덕산하이메탈·AP시스템·에스에프에이, 자동차 업종의 현대위아 등을 꼽았다.

우선주가 정책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 경영이 투명해질수록 경영권 프리미엄이 줄어들고, 경영권이 없다는 이유로 싸게 거래되는 우선주가 보통주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4일 기준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 차, 즉 괴리율은 64.6%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년 평균 괴리율 35.4%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1998년 외환 직후 약 75% 선으로 확대됐던 때를 제외하면 가장 격차가 크다. 선진 증시에서 괴리율은 현재 2~20% 수준이다.

한국에서 유독 보통주에 비해 우선주가 싸게 거래되는 것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기업 대주주들은 자신이 지분을 따로 갖고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작은 지분만으로 수십 개 계열사를 지닌 그룹을 지배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흐름이 되면서 대주주의 불공정 행위에 제동이 걸리고 경영도 투명해지면서 경영권 프리미엄 또한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주의 장점인 배당 매력도 저성장 시대에는 부각된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금리 2.85%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기록 중인 우선주만 39개에 이를 정도로 우선주의 배당수익률이 높은 상태”라며 “최근 투자자들이 대형주보다는 투자 매력이 뒷받침된 중소형주를 선호하고 있어 보통주와 우선주의 괴리율은 크게 좁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호되는 우선주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삼성화재, 두산, 우리투자증권, SK이노베이션 등을 꼽았다.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