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만남’럭셔리 브랜드 모임

초부유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럭셔리 브랜드는 마케팅 전략이 다르다.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 등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고객과의 친밀도를 높인다. 이런 자리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슈퍼리치들의 좋은 사교 모임이 되곤 한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까닭에 참석자나 모임 내용이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머니는 이러한 각종 럭셔리 브랜드의 소규모 사교 모임에서 싱글 몰트위스키를 설명해주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초부유층의 사교 모임을 살짝 들여다봤다.
[상위1%, 그들만의 사교클럽] 동질감 강한 슈퍼리치들이 엮어내는 ‘동호동락’
최고의 명품 자동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는 잠재 고객의 기준을 3000만 달러(330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초부유층(UHNW)으로 삼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정기적으로 기존 구매 고객을 초청해 약 5쌍(10명) 정도가 모이는 소모임을 개최한다. 기존 고객은 이 자리에 지인이나 친척과 함께 참석할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들의 관심사인 명품 브랜드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럭셔리 시계나 와인 등 롤스로이스와 어울릴 만한 다른 명품 브랜드와 협업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이 자리를 통해 경제 수준이 비슷한 자산가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참석자들도 꽤 반기는 자리다. 롤스로이스 측은 이런 자리를 빌려 새로운 고객이 될 수 있는 초부유층을 만날 기회도 얻고 최종 구매까지 성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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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이 향유하는 명품 브랜드가 마련하는 사교 모임은 참석자나 개최자에게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이들은 이미 같은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의 자부심과 취향을 공유하며 친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교 모임을 주최하는 명품 브랜드는 다양하다. 롤스로이스와 같은 수입 자동차부터 명품 가방·구두, 럭셔리 시계, 오토바이, 글램핑 브랜드, 갤러리, 수입 가구,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다. 사교 모임의 장소는 명품 브랜드 매장이 일반적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서울 청담동과 도산대로 일대에 플래그십 매장이나 부티크를 마련하는 이유도 사교 모임을 유치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있다. 부티크는 살롱 형태로 꾸며져 있어 각종 강좌나 파티를 개최하기 적합하다. 최근 여러 플래그십 매장이 바, 골프 퍼팅 공간, 갤러리 등을 갖추고 있어 복합적 기능의 사교 장소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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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교 모임에는 흔히 고급 와인이나 싱글 몰트위스키를 함께 즐기는 자리로 구성된다. 각 럭셔리 브랜드가 개최하는 사교 모임에 싱글 몰트위스키를 소개하고 마시는 법, 역사, 기본 상식 등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초청되곤 한다.

싱글 몰트위스키 전문가 이소영(가명) 씨는 월 4회, 사교 모임이 많을 때는 일주일에 2~3번 이런 럭셔리 브랜드 사교 모임에 참석한다. 사교 모임은 매우 프라이빗하게 진행되는 까닭에 그 내용이 잘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웬만한 명품 브랜드의 사교 모임에 자리를 함께 했었던 이 씨를 통해 사교 모임의 참석자나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 씨가 파악한 각 모임의 참석자들의 직업은 교수, 의사, 대기업 임원, 최고경영자(CEO), 법조계 인사, 글로벌 기업 주재원, 세무사 등이 대부분이다. 거물급으로는 전 국민이 다 아는 기업의 사장도 있다. 그 외 독특한 직업으로는 음악가, 성우,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방송국 아나운서, 외국 대사도 참석하는 경우를 봤다고 이 씨는 전했다.

그는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경비행기를 여러 대 소유, 운영하는 분까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략 연령대는 4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이 대부분이고 성비도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모임이 진행된다. 각 명품 브랜드는 사교 모임 참석 대상 리스트를 수백 명까지 갖고 있으나 매번 모임은 20명이 넘지 않도록 한다. 인원수가 너무 많으면 참석자를 서로 소개하고 받기도 힘들고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진행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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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문직 모여 오픈 마인드로 인맥 형성, 거물급·외국인도

사교 모임은 대부분 수·목요일 오후 7~9시 사이에 열린다. 금요일이나 주말에 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모임이 있는 날이면 오후 행사장에는 6시 이후부터 고급 수입차가 줄줄이 들어와 즐비하다. 모임이 끝나는 9시경에는 참석자들이 대부분 술을 마시기 때문에 사교 모임 개최 측에서 대리기사를 불러 대기시켜 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사교 모임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많지 않다. 초청된 오케스트라나 재즈 밴드가 연주를 하고 뷔페와 오픈 바가 운영된다. 이 씨에 의하면 일부 주최 측의 이벤트나 소개가 있지만 그 외 나머지 시간은 모두 개인이 각각 소개와 가벼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다. 인맥 형성이 이 모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대화는 서로를 알아가는 내용, 각자 분야에 대한 화제, 주변에 알 수도 있는 지인 이야기로 시작해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 취미 생활 등이 주요 화두다. 진지한 정치·경제 이야기는 가급적 피한다. 이 씨는 “대부분 네트워킹 형성에 익숙한 분들이라 쉽게 이야기를 나누고 금방 친해진다”며 “참석자 중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분들이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고 분위기를 묘사했다. 일부는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 막역한 관계인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새로 참석한 사람의 영입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외국인도 드문드문 참석하는데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무리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명품 브랜드의 사교 모임을 통해 만난 이들이 자체적인 동호회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마당발로 알려진 한 교수가 주최가 돼 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이 모여 좋은 술을 구해 마시고 이야기하는 ‘술포지엄’이란 모임이 있다. 주최가 된 교수는 전통주, 와인, 위스키 등과 관련해 ‘제대로 알고 마시자’라고 제안했고 술을 좋아하는 대기업 임원, 변호사, 음악가, 영화 관계자들이 멤버로 모여 정기적으로 술자리와 토론(?)의 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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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사교 모임을 갖기도 한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는 이곳에 입주했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재력과 지위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교류를 원한다. 성수동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브랜드 G의 경우 한 층의 공동 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입주자를 위한 파티가 열린다.

아트페어, 와인 파티, 클래식 음악회 등의 행사가 있기도 하다. 와인 파티의 경우 1인당 참석 티켓만 1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또한 럭셔리 잡지가 이 입주자 모임을 협찬하고 주최하기도 했다. 이런 입주자 파티에서 마음이 맞은 사람들은 친인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의 연을 맺기도 한다.

각 럭셔리 브랜드의 사교 모임에 대해 이 씨는 “다양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서로 적극적이라 분위기가 좋다”며 “일이나 개인적 상황 때문에 이런 자리에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게 된 관계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업무적으로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이런 사교 모임에서는 서로 오픈 마인드로 보다 자유로운 태도로 임하기 때문에 금방 친해지고 네트워킹이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