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 스트래티지스트(투자전략가)는 2월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 움직임에 대해 “환율 급락으로 일시적 비관론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아시아 각국 증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며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인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올해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국가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와 기업을 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환율 하락의 충격이 가시는 올 상반기 이후 한국 증시 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투자전략가가 한국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핵심 논거는 중국 경제의 회복이었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후이 수석전략가의 설명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도 중국과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거론됐다. 또 “한국 기업들의 체질 개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후이 수석전략가는 JP모간자산운용이 올해 처음으로 작성한 ‘2013년 아시아 시장 전망’을 한국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200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서 아시아 지역 리서치 업무를 맡았으며 이후 JP모간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MARKET LEADER] “중국 경제 회복, 한국 증시 상승세 이끌 것”
올해 한국 증시는 환율 하락 여파로 외국인들의 매도가 이어지면서 약세를 보였다. 원화 강세에도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최근 한국 증시에서 매도에 나선 것은 환율 하락과 그에 따른 단기 실적 악화를 고려한 전술적인 움직임이다. 1분기 실적 전망이 발표되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장 심리가 개선되고 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환율이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많은 한국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정보기술(IT) 기기, 석유화학, 철강, 중공업 등 여러 산업에서 가격 외적인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 생산 비중이 늘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세계 각지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일본 엔화 약세 속도가 둔화되면 더욱 가격 경쟁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 이후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핵심 근거는 무엇인가.

“중국이다. 중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민간 부문의 소비와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다. 아직 수출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민간 소비와 투자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회복세가 견조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만, 홍콩 증시 전망을 가장 밝게 보고 있다.”

한국 증시의 상승폭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가.

“코스피 지수의 정확한 목표치를 제시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닌가. 하지만 올해 한국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전망치는 8.5 정도인데, 지난 10년간 평균 PER 10.1보다 15.7%가량 낮다. 홍콩, 대만, 아세안(ASEAN) 국가들의 증시와 비교해 저평가돼 있다. 올해 주가순자산비율(PBR) 전망치(1.2)도 10년간 평균 PBR(1.5)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다.”

중국 경제 회복이 한국 기업 실적 개선을 이끈다면 산업별로 온도차가 있을 거 같은데.

“업종별로 주가 상승 속도의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본다. 제조업과 금융·건설업의 회복 속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들 업체의 업태와 재무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철강이나 조선업 분야의 과잉 설비 문제도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아직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강하지 않다. 브이(V)자형의 회복은 없을 것이다. 과잉 설비들을 소화하기에는 경제 회복의 강도가 약하다.”

동남아시아 각국 증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각국 증시는 지난해 많이 올랐다. 아세안 국가들의 올해 PER 전망치는 13.3로 지난 10년간 평균치 13.5에 육박해있다. 올해는 상승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팽창적인 통화정책과 엔화 약세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일본의 현 정책 기조는 ‘정치적 리스크(political risk)’와 ‘정책적 리스크(policy risk)’를 동시에 갖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정치 상황은 총리 재임 기간이 평균 1년 내외일 정도로 불안정하다. 아베 신조 내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정치적 리스크다. 정책적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위해 다량의 현금을 푸는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버블경제 붕괴 당시부터 비슷한 정책을 펼쳐왔다. 이제 와서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쟁적 자국 통화 평가 절하가 아시아 주식과 채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이른바 ‘환율 전쟁’이 고조된다면 각국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다. 환율 변동은 주가와 실적에 대한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환율의 급변동이 주식시장으로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채권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채권 투자자는 장기적으로 보유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율 변동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에도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락하더라도 한국은행 등 통화정책이 안정적이라면 채권 시장에 외국인 단기 자금 유출입이 커지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 채권 시장으로 계속 자금이 유입되면서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올해도 아시아 채권 시장 전망이 밝을 것인가.

“지금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면 주식 투자 비중은 늘리고, 채권 투자 비중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권한다. 각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향후 2~3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금리가 하락할 대로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 낮아질 공간이 좁다. 그만큼 가격 상승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게 겪는 문제다. 인구 고령화 문제를 개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각국 기업의 활동이 국제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신흥국에서의 생산,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헬스케어 관련 소비재 산업 등 구조적인 기회가 생겨나는 업종도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령화로 안정적인 수익을 선호하는 현상이 중요하다. 채권 등에 대한 선호는 강해질 것이다.”


조귀동 한국경제 기자 claymore@hankyung.com 사진 강은구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