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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1인 가구 증가가 선행됐던 일본에서는 월세가 일반적인 거주 형태다. 일본 부동산·임대 정보 사이트 홈즈(Home’s)에 따르면 도쿄 23구 내 스튜디오(원룸형)의 평균 임대료는 10만 엔(110만 원) 이상이다.

이런 가운데 월임대료가 5만 엔 이하인 물건만을 골라 소개해주는 ‘임대료 5만 엔 이하 닷컴(家賃5万以下ドットコム, 5manika.com)이 소비자 등 부동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 인터넷판은 이 중개 사이트가 소비자와 집주인의 심리를 잘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주목하는 ‘임대료 5만 엔 이하 닷컴’
일본의 월세 시스템은 우리와 다르다. 일본에서 월세로 집을 구할 때 보증금은 한국처럼 나올 때 돌려받는 돈이 아니라 2~3개월의 임대료를 미리 내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에게 집을 빌려줘서 고맙다는 의미의 사례금으로 월세 1개월치, 부동산 중개료로 월세 1개월치를 추가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월세가 10만 엔짜리 집을 구했다면 들어갈 때 보증금(30만 엔), 사례금(10만 엔), 부동산 중개료 및 세금(10만 엔 이상)을 합쳐 50만 엔 정도의 목돈만 있으면 된다. 그 대신 세입자가 집을 나올 때 돌려받는 돈은 없다. 한국에 비해 임대료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목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과 일본의 물가를 감안하면 어느 쪽이 더 비싸다고 평가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일본의 임대 시스템에서 도쿄의 평균 임대료 수준인 월 10만 엔의 절반 수준으로 싼 물건 정보를 집대성해놓은 ‘임대료 50만 엔 이하 닷컴(이하 5만이카닷컴)’은 집을 구하는 이들에게 솔깃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임대료가 싼 집이라면 지저분하거나 지하철역에서 먼 곳에 위치해 살기 적합하지 않은 곳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우려에 5만이카닷컴을 운영하는 에이파워홈(A Power Home)의 요시오카 켄지 씨는 “건물이 오래 되더라도 내부 인테리어를 리뉴얼하고 새로 유닛을 나누는 등 양질의 물건이 도쿄에 5000건 등록돼 있다”며 “외부에서 보면 살기 좋은 물건인지 알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실제 월세 7만 엔 이상 가치를 갖는 도쿄 시내의 원룸들이 5만 엔 정도로 5만이카닷컴에 소개돼 있다. 따라서 2011년 11월 사이트 개설 이후 집을 구하는 이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이 주목하는 ‘임대료 5만 엔 이하 닷컴’
5만이카닷컴의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공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입자를 찾지 못해 비어 있는 원룸을 소유한 집주인들은 월세를 조금 낮추더라도 빨리 세입자를 들이는 것이 이익이다. 일본에는 이미 1인 가구용 원룸이 공급 과잉상태다. 집주인들 역시 집을 찾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5만이카닷컴에 많이 의지하고 있어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가 소개하는 원룸들은 본래 월세 7만~8만 엔 정도의 물건들이다. 임대료가 5만 엔 이하로 설정했다고 해서 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모아 내놓는 것이 아니다. 원룸을 둘러보는 세입자들마다 ‘정말 이 집이 월세 5만 엔 맞나요’라고 놀란다. 우리는 ‘월세가 싼 집이니 삶의 질을 낮출 수밖에’라는 등식을 인정할 수 없다.”

5만이카닷컴이 분석한 원룸을 찾는 고객들의 특징은 집 찾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쉽게 결정한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비싼(20만 엔 이상) 월세 물건을 찾는 고객의 경우에는 부동산 여러 곳에 들러 가급적 많은 물건을 직접 돌아보고 길게는 반년이 걸려 금액에 맞는 집을 결정한다. 부동산 입장에서 보면 시간은 오래 걸리고 계약률은 낮은 편이다.

반면 싼 월세를 찾는 사람들은 급하게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 문의 당일 입주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고 요시오카 씨는 말한다. 이와 같이 급한 수요에 맞출 수 있는 것도 5만이카닷컴이 가진 장점이다.

또한 기존 부동산들이 한 구역만 커버하는 데 비해 도쿄 23구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통근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경제력이 약한 20대뿐 아니라 직장이나 작업실 가까이 거주하려는 프리랜서, 단기로 도쿄에 거주하는 비즈니스맨 등이 늘고 있어 이러한 싼 월세 집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

일본에서 5만이카닷컴이 주목받으면서 대기업 브랜드의 부동산중개업소들도 저렴한 물건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요시오카 씨는 이러한 업계 동향을 환영하고 있다.

“대기업이 싼 월세 시장에 참여하려는 것만으로 5만 엔 이하로도 물건을 내놓으려는 집주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7만~8만 엔의 물건을 찾는 이가 줄면서 임대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5만이카닷컴은 또한 일본 부동산에서 관행이었던 보증금, 사례금 등을 없애는 시도를 통해 고객의 니즈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혁신의 서비스를 펼치는 5만이카닷컴은 격변기에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