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 세상에 나온 ‘비아그라’는 성(性)기능 질환 치료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약이다. 부끄러운 일로만 여겨지던 성기능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심장 질환 예방에도 기여했으며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역할도 해냈다.
[HEALTH] 비아그라 예찬론
푸른 빛깔 다이아몬드 모양의 이 약은 1998년 등장과 동시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15년간 인류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지대한 역할을 해온 발기부전 약의 대명사, 비아그라의 크고 작은 공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남성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데 기여했다. 성기능 저하는 부부 갈등의 대표적 원인이다. 중년 이후 발기부전이 온 많은 남성들이 이혼 위기를 겪거나 부인의 외도를 지켜봐야 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 치료제의 등장은 그동안 남몰래 고민해 온 남성들을 ‘밤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많은 남성들이 가정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둘째, 수술뿐이던 과거의 치료 방법에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엔 유일한 치료 방법이 음경 내에 보형물을 넣는 보형물 삽입술이었다. 하지만 약물이 등장하며 이 수술은 약물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사람에 한정하게 됐다. 마치 관절염 치료의 마지막 보루인 인공관절 수술이나 치과 치료의 임플란트, 백내장 치료의 인공렌즈 삽입 수술처럼 말이다.

셋째, 발기부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성기능 장애는 가십거리 또는 놀림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심지어 의료계에서도 발기부전의 원인을 정신적 문제로만 여겨 환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치료약이 등장하면서 발기의 기전(機轉)이 밝혀졌고, 발기부전 역시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환의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나이별 질환 분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병이 누구나 겪게 되는 노인성 질환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뒷골목 담론 수준에 머물던 성기능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HEALTH] 비아그라 예찬론
[HEALTH] 비아그라 예찬론
넷째, 심장 질환과 같은 타 질환 연구에도 기여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등장으로 발기기전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발기부전이 혈관 질환의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이후 발기부전 환자들은 고지혈증, 동맥경화 검사를 병행하게 됐다. 성기의 혈관이 망가진다는 것은 곧 심장 혈관도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본 것이다. 이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저하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뜻한다.

다섯째,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마땅한 치료약이 없던 시절 물개, 사슴, 코뿔소, 뱀, 곰 등 많은 동물들이 단지 발기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막무가내식 포획으로 몇몇 동물들은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해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이 동물들을 밀렵하던 관행도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그동안 의학계에는 ‘삶의 질 향상’이라는 숙제가 항상 따라다녔다.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던 기존 질병들은 대부분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상대적으로 발기부전에 대한 연구는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비아그라가 개발되며 중·노년의 성기능 장애 치료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가정에 행복을 되찾아 주었다는 면에서 ‘비아그라’에 노벨 평화상을 주어도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이윤수 명동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