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은 35세 이상 여성의 40%가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생명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방치해두면 치료가 어려운 거대 근종으로 성장할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날 결혼을 앞둔 사촌 동생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 “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자궁근종이 있대. 건강하다고 자부했는데 시댁에서 알면 뭐라고 할지…. 병원에선 수술을 권하는데 수술 안하고 치료할 수는 없을까?” 안절부절 못하는 사촌 동생을 진정시킨 뒤 자궁근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궁근종은 자궁 및 자궁 주변에 발생하는 종양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이다. 35세 이상 여성 중에서는 무려 4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자궁근종은 피부에 난 사마귀처럼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장기나 신체기관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양성 종양이다. 일반적으로 악성 종양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고 생명에도 큰 지장이 없다.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자궁근종을 방치해 두는 것은 좋지 않다. 자궁근종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고 임신도 가능하지만, 부정 출혈, 빈뇨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임신을 하면 자궁근종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임신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거대 근종은 수술 부담도 클 뿐더러 비수술 치료도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이런 자궁근종은 왜 생기는 것일까. 한의학에서는 주원인으로 어혈(瘀血)을 꼽는다. 어혈은 혈(血)의 흐름이 막혀서 뭉친 것으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혈의 흐름이 막히는 원인은 다양한데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 한증(寒證), 울증(鬱證), 체증(滯證)이 대표적이다. 옷차림을 너무 가볍게 하거나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한증이 생기고, 기운이 한쪽에 몰려 맺히면 울증이나 체증이 나타난다. 다만 이런 어혈 상태가 한두 번 만에 생기는 것은 아니고, 여러 해에 걸쳐 쌓이며 자궁근종까지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임기 여성이라면 어혈 상태를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자제하고 자궁의 건강을 지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단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신체의 균형이 무너져 자궁에 악영향을 끼친다. 복부를 꽉 조이는 옷이나 다리를 꼬는 습관도 하복부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어혈 상태를 유발한다.

자궁근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복부를 조이지 않고 따뜻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 과식이나 폭식을 하지 말고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커피 대신 생강차, 유자차, 모과차 등 면역력을 길러주는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운동이 좋은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자궁근종은 당장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수술 치료부터 시작한다. 수술은 몸에 부담이 많이 갈 뿐 아니라 부작용과 합병증의 위험이 있다.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재발 위험도 51%에 이른다. 비수술 치료법 중 하나인 호르몬 치료도 골다공증, 콜레스테롤의 증가, 심혈관계 장애 위험이 있어 최장 6개월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또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반대로 근종이 더 커지는 경향도 있다. 반면 한의학적 치료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근종을 유발한 어혈 상태를 개선해 재발률도 낮다. 수술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도 한의학적 치료로 증상을 먼저 개선한 뒤 수술을 하면 합병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어 효과적이다.

사촌 동생은 큰 증상이 없었고, 크기도 우려할 정도가 아니어서 한약과 좌약, 침과 좌훈 치료를 시도하기로 했다. 자궁근종이 위협적인 질환이 아니며 임신과 출산도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그제야 한시름 놓은 표정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진료실 문을 나섰다.


박성우 경희보궁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