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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펀드 시장에서는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으로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매니저 운용 역량에 따라 성과 차이가 심한 액티브펀드 대신 시장 수익을 추구하는 ETF로 투자자들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공모형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6조5159억 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국내 주식형 ETF에서는 3조733억 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생존을 위해 앞 다퉈 ET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보수 인하 경쟁에 이어 올해는 차별화된 신상품 출시 경쟁에 본격 돌입할 태세다. 그동안 ETF 쪽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운용사마저 연초부터 공격적인 행보를 선언했다. 삼성자산운용의 독주 체제 속에서 올해 ETF 시장에 어떤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에 시선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채권보다는 코스피 200 등 주식형 ETF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채권보다는 코스피 200 등 주식형 ETF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빅3’ 자리 놓고 운용사 간 쟁탈전 가속화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이 순자산 8조1065억 원(2013년 1월 7일 기준)을 보유하며, 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의 독주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보수 인하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 들면서 순자산 2조5106억 원까지 늘려, 2위 자리를 구축 중이다.

하지만 3~8위는 각각 순자산 규모가 6000억~9000억 원대로 비슷한 상황이라 ‘빅3’ 자리를 놓고 박빙이다. ‘액티브펀드의 강자’인 한국투신운용이 지난해 ‘킨덱스(KINDEX) ETF’의 대대적인 보수 인하 카드를 제시한 데 이어 국내 최초로 중국 본토 ETF까지 선보이면서 급성장했다. 지난해 연초 6000억 원이던 ETF 순자산은 단숨에 9000억 원까지 넘어서면서 3위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연초 KB자산운용도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며 ETF 영역 확대를 선언했다. KB자산운용은 펀드 수탁고 규모로는 업계 3위이나 ETF 시장에서는 한국, 한화에 이어 아직 6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ETF전략팀을 신설한 데 이어 기존 ETF 중 K스타(Kstar)200, KStar5대그룹주, KStar우량회사채 등을 대표 상품으로 키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은 “국내 유일의 회사채 ETF인 KStar우량회사채 ETF에 지난해 말 중국 펀드 자금이 들어왔다”며 “ETF가 효율적인 투자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어 차별화된 신상품 개발과 현재 활발하게 거래되지 않는 ETF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양한 ETF를 담은 펀드 상품을 개발,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대형 운용사 대열에 속하는 하나UBS자산운용도 코스피50 지수를 추종하는 ‘하나UBS KTOP KOSPI50’을 상장, ETF 시장에 첫발을 들여놨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ETF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라 후발주자라도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단기적인 성장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글로벌UBS 본사와 시너지를 발휘, 액티브펀드의 강점을 살린 ETF 상품을 개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식형 ETF·합성 ETF 등 신상품 봇물

지난해 운용사들의 보수 인하 움직임에 이어 올해는 다양한 신상품 출시로 ETF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상품 출시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ETF 시장은 17조~ 1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과점적인 시장 특성상 먼저 내놓는 운용사가 시장 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운용사별로 극비리에 신상품 개발에 나서며 출시 시점까지 눈치작전을 펴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KRX)에 상장된 ETF 종목은 135개에 이른다. 대형 운용사들은 현재 나와있지 않은 자산군으로 구성된 상품과 합성 ETF 등 신상품 영역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경석 본부장은 “아직 제도나 규정들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해외 채권형, 복합 국가 주식형 등의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국내 자산에만 쏠려있는 상품과 운용 방식에서 탈피해 해외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서정두 한국투신운용 상무는 “해외 주식형, 합성 ETF 등 5~6개 신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올 연초까지 중국 본토 증시 관련 ETF들이 잇따라 상장될 예정이다. 한국투신운용은 지난해 11월 29일 처음으로 중국 본토 A주에 직접 투자하는 ‘KINDEX 중국본토CSI300’을 상장시켰다. 중국 경기지표 개선과 함께 바닥을 기던 중국 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단숨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순자산 규모(2013년 1월 3일 기준)가 1424억 원까지 불었다. 하루 평균 거래량 33만 주, 거래대금은 40억 원이 넘는다.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이달 내로, 미래에셋운용도 1분기 내로 중국 주식 관련 ETF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일반 공모펀드는 환매하는 데 한 달여 기간이 필요하지만, ETF는 장내 매도를 통해 언제든지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운용보수도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이달 말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관련 ETF 상장을 준비 중이다.
대형 운용사 “ETF 시장을 잡아라”
대형 운용사 “ETF 시장을 잡아라”
올해 섹터 ETF·해외 주식 ETF 활용한 투자 전략 유효

급속도로 성장하는 ETF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다양한 ETF를 골라 포트폴리오로 담을 수 있다. 증권사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ETF랩 상품들도 이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채권보다는 코스피200 등 주식형 ETF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요 증권사 전망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지수는 10% 정도의 기대수익률이 예상된다. 저금리 상황에서 ‘금리+알파(α)’의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는 적합한 상품이다.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경기민감주, 정보기술(IT) ETF 등 섹터 ETF를 일부 활용해 초과 수익도 노려볼 만하다. 전균 연구원은 “섹터 ETF의 경우 유동성 측면에서 제한적인 상품이 많아 수익률로만 보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