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은 ‘신의 열매’였다가 ‘화폐’였다가 ‘의약품’이었다가 이제는 ‘사랑’이 됐다. 세계 각국의 대표 초콜릿 브랜드 매장에서 찾아낸 2600여 년 역사의 초콜릿 이야기.

[Gourmet Report] 4味4色 초콜릿 이야기
[Gourmet Report] 4味4色 초콜릿 이야기
드보브에갈레 프랑스 왕실 쇼콜라티에의 환생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아즈텍 인디언들은 카카오를 다른 약초와 섞어 마셨다고 한다.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 음료는 치통을 낫게 하고 열을 내려주는 ‘신의 음료’였다. 당시 아즈텍 문명에서 카카오빈 100알은 노예 한 명을 살 수 있는 ‘화폐’로 쓰이기도 했다.

초콜릿은 16세기 유럽으로 건너간 뒤에도 일부 왕족과 귀족들 사이에서만 소비될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특히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는 쇼콜라티에를 따로 둘 정도로 초콜릿을 즐기는 마니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보브에갈레는 당시 프랑스 왕실에 초콜릿을 납품하던 업체다.
[Gourmet Report] 4味4色 초콜릿 이야기
드보브에갈레가 한국에 문을 연 것은 2003년. 밀크 초콜릿에 익숙하던 한국인들에게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의 존재를 처음 알렸다.

대표 상품은 둥근 틀 안에 넣고 쭉 짜내어 동전 형태로 만드는 ‘피스톨’.

카카오매스 99% 비율로 만들었다는 피스톨을 한 입 베어 물면 신맛이 느껴질 정도의 강한 초콜릿 향이 번지며 정신이 또렷해진다.

왕실에서 수여한 문장 외에는 별다른 장식이나 기교가 없는 모양은 오히려 초콜릿의 맛과 품질에만 신경 쓰는 드보브에갈레 장인들의 우직한 고집을 느끼게 한다.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96-3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주요 상품 피스톨, 가나슈, 핫코코아 등 초콜릿 음료 문의 02-3446-3726
[Gourmet Report] 4味4色 초콜릿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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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하우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약’의 발견

카카오에 담긴 ‘폴리페놀’ 성분은 노화를 예방하고 혈관 및 심장 질환 예방에 효력이 있다. 유럽에선 일찍이 초콜릿을 의약품으로 분류해 약국에서 판매했다. 벨기에에는 ‘초콜릿의 대명사’라고 불릴 만한 약사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장 노이하우스다.

브뤼셀에서 약사로 일하던 그가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쓴 약을 좀 더 쉽게 먹을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고민했다는 것. 그는 달콤 씁쓸한 초콜릿에 관심이 많았고, 레시피 개발에 대한 그의 열정을 대대로 이어갔다.

결국 1912년 세계 최초로 ‘프랄린(Praline)’ 초콜릿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초콜릿 안에 크림 또는 아몬드, 호두와 같은 견과류를 넣어 맛을 더한 프랄린은 이제 벨기에를 대표하는 초콜릿으로 세계 각지에 전파되고 있다. 1999년 국내에 들어온 ‘노이하우스’ 초콜릿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위치 서울 중구 충무로1가 52-5 신세계백화점 내 영업시간 오전 10시 반~오후 8시

주요 상품 프리스티지, 틴 하트, 나폴리탄-오리진 등 문의 02-310-1232



[Gourmet Report] 4味4色 초콜릿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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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디바 우연한 실수가 최고의 초콜릿으로

벨기에의 또 다른 초콜릿 브랜드인 고디바에서 생산하는 매끈한 초콜릿들은 특유의 ‘몰딩’ 기법으로 만들어진 ‘가나슈(Ganache)’ 초콜릿들이다.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에 크림이 섞여 있어 대중에게도 익숙한 형태다.

‘가나슈’의 기원에 대해서는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옛 프랑스어로 가나슈는 ‘바보’라는 뜻인데 프랑스의 한 과자 공장 견습생이 실수로 초콜릿 그릇에 우유를 쏟는 바람에 지금의 가나슈가 발명됐다고 한다. 우스꽝스러운 실수가 없었다면 지금 수많은 초콜릿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초콜릿의 존재도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벨기에에서 생산되는 프랄린 중 절반 이상이 고디바표 초콜릿일 정도로 규모가 큰 기업이지만 국내에는 지난 2009년에야 매장이 들어왔다. 지난 2012년 9월엔 신사동 가로수길에 테이크아웃점과 카페로 나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고디바의 대표 음료 초콜렉사(Chocolixir)와 촉촉한 트뤼프(Truffe) 등 고급스러운 초콜릿 컬렉션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초콜릿은 12종류, 2월에 19개가 추가돼 30여 종류의 초콜릿을 선보일 예정이다.

위치 서울 강남구 신사동 545-6(플래그십스토어)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주요 상품 트뤼프, 골드, 초콜렉사
문의 02-517-3979
[Gourmet Report] 4味4色 초콜릿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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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라 스위스 초콜릿의 이유 있는 외도

레더라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초콜릿 브랜드다. 매장에 가면 진열장에 전시된 두툼한 판 모양의 초콜릿을 만나볼 수 있다. 레더라의 대표 상품인 ‘프레시 초콜릿’으로 헤이즐럿과 아몬드 등 견과류를 초콜릿에 함께 넣어 굳힌 것이 특징이다.

10여 가지 종류 중 맛보고 싶은 초콜릿을 선택하면 두툼한 초콜릿을 손으로 뚝뚝 끊어 저울에 달아 그램 수만큼 가격을 매겨준다. ‘밀크 초콜릿’의 나라 스위스는 초콜릿에 최초로 헤이즐넛을 넣은 나라다. 카카오매스만을 이용해 만든 초콜릿 본연의 맛은 쓴맛이 강한 편이지만, 다른 재료와 함께 어우러지는 시도를 통해 대중의 입맛에 맞춘 더 달콤하고 화려한 맛을 만들어낸 것이다.

레더라의 프레시 초콜릿은 코코아버터가 32% 이상 들어간 부드러운 초콜릿을 판 모양으로 펼친 뒤 고소하게 볶은 헤이즐넛을 첨가해 풍성한 맛을 더했다. 초콜릿과 섞이면서도 견과류의 고소함을 간직할 수 있도록 캐러멜화시킨 헤이즐넛은 씹었을 때 아삭한 식감이 살아난다.

위치 서울 중구 태평로1가 84번지 서울파이낸스센터 B1 영업시간 평일 오전 8시~오후 11시(주말 오후 12시 30분~오후 9시)
주요 상품 프레시 초콜릿, 프랄린, 각종 음료
문의 02-3789-3245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