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유난히 더 얼어붙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족냉증 환자들이다.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온도에서도 손과 발에 차가움을 느끼는 상태로, 심하면 손발뿐 아니라 팔꿈치, 무릎까지 시리기도 한다. 수족냉증은 기본적으로 말초혈액순환 장애 때문에 발생한다.
따뜻한 혈액이 몸속을 돌며 손발을 데워줘야 하는데, 정상적으로 운행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의 원인을 크게 몸이 허약한 경우와 기혈의 순환이 막힌 경우로 구분한다. 몸이 허약한 경우는 다시 세 가지로 구분된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양기가 부족하거나, 기혈이 부족해 운행할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기혈의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위가 허약한 경우다.
기(氣)에는 크게 음기와 양기가 있는데 음기는 차갑고 진정시키며 하강하는 기운이고, 양기는 따뜻하고 활동적이며 상승하는 기운이다. 잘 때는 음기가 제대로 작용해야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고, 낮에는 양기가 제대로 작용해야 각종 신체 및 정신적 활동을 해낼 수 있다. 그런데 양기가 부족하면 움직임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둔화되고 혈액순환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평소 찬 음식을 많이 먹거나 추위에 자주 노출되는 경우, 나이가 많은 경우에 이런 증상이 발생하기 쉽다.
기혈이 부족한 경우에도 수족냉증이 생길 수 있다. 기뿐만 아니라 혈도 부족해 전체적으로 신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다.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하거나 오랫동안 병을 앓은 경우, 영양 부족, 또는 출산이나 수술로 인해 피를 많이 흘린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비장이 약한 경우에도 말초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비주사말(脾主四末)이라 해 비장이 사지말단(두 팔과 두 발의 끝)을 주관한다고 본다. 비장은 흔히 위와 함께 ‘비위’로 불리며 음식물의 소화 흡수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비위가 건강하지 못하면 손과 발로 영양분과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 식습관이 불규칙하면 비위의 기능이 약해져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이 경우엔 수족냉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화불량이나 비만, 과소체중, 역류성 식도염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몸에 허약한 부분이 없다 해도 기혈의 순환이 막혀서 수족냉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는 기혈의 흐름을 방해하는 주요인이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기혈의 막힘은 풀기도 쉽고 수족냉증까지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만, 오랫동안 반복된 스트레스는 화병이 돼 자율신경 실조증을 일으킬 수 있고, 가슴통증과 소화불량, 수족냉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수족냉증은 기본적으로 몸의 기능이 비정상임을 나타내는 증상이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더라도 방치하면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평소 생활을 점검해 증상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특히 수족냉증이 있는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나 불임, 자궁 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보온성을 높여주는 내복과 외투, 목도리와 모자, 장갑 등을 충분히 활용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유자차나 모과차, 생강차를 자주 마시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몸속 기혈 순환을 개선시켜주는 대표적인 방법은 운동이므로 최소한 일주일에 3회, 각 1시간씩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박성우 경희보궁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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