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SSUE KOSDAQ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0.02% 떨어지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연일 상승하며 3.87% 올랐다.

코스닥 시장이 ‘형보다 잘난 아우’처럼 순항하고 있다. 새해 들어 지난 1월 12일까지 불과 하루만 빼곤 상승으로 장을 마친 것. 같은 기간 2거래일을 빼곤 모두 하락한 코스피 지수와 대비되는 행보다. 코스피 지수가 주춤한 사이 코스닥 지수가 강세를 보이며 ‘1월 효과’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코스닥 지수는 1월 들어 4% 가까이 오르면서 515선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과 프로그램 차익 매물 우려로 인해 대형주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코스닥 실적 우량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강세가 길게는 한 달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 들어 대형주 지수와 중형주 지수는 0.22%와 2.02%로 떨어졌지만 소형주 지수는 3.61%로 상승했다.
올 들어 대형주 지수와 중형주 지수는 0.22%와 2.02%로 떨어졌지만 소형주 지수는 3.61%로 상승했다.
반사효과 누리는 코스닥 지수

코스피 지수의 불행을 즐기고 있는 것은 코스닥 지수다.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0.02% 떨어지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연일 상승하며 3.87% 올랐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1월 코스닥 지수 상승률이 코스피 지수보다 높았던 경우가 8번 중 6번이었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1월엔 코스닥 시장이 강세지만 올해는 1월 효과의 강도가 예년보다 센 편이다.

이처럼 대형주 비중이 높은 유가증권 시장이 약세인 반면,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닥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뱅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과 프로그램 매물 폭탄 영향에서 코스닥 종목들이 한 발 비켜서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주가 ‘뱅가드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뱅가드는 벤치마크 변경에 따라 이머징마켓 ETF에서 향후 25주 동안 총 9조~10조 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팔 것이다.

코스닥 시장의 알짜 중소형주는 뱅가드와 프로그램 매도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주가 상승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주 대신 중소형주를 대안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도 대형주보다 내수시장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에 긍정적이다.

이 같은 영향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소형주 강세가 빚어지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 들어 대형주 지수와 중형주 지수는 0.22%와 2.02%로 떨어졌지만, 소형주 지수는 3.61%로 상승했다. ‘작은 고추’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코스닥 시장에서 뱅가드 리스크의 반사효과가 더욱 큰 것은 당연한 결과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 랠리, 혹은 중소형주 강세 현상이 짧게는 2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대형주의 본격적인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중소형주 랠리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중소형주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2012년 11월 말부터 증시를 주도했던 경기민감주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기관과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세도 통신, 엔터테인먼트, 인터넷처럼 지난 연말 주가 상승폭이 경기민감주보다 낮았던 내수주들에 집중되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아진 종목은 줄이고 전통적 의미의 저평가 중소형 가치주를 추가 매수하고 있다”며 “지난해 잘나갔던 소비재주나 바카라(바이오·카지노·엔터테인먼트)주는 많이 오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관의 코스닥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는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에스엠(SM), CJ E&M, SK브로드밴드, 파라다이스 등이 포함됐다. 외국인도 코스닥 시장에서 다음, 코미팜, 셀트리온, 메가스터디, 동서 등 인터넷, 바이오, 교육주 등을 주로 사들였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경기민감주가 지난해 11월 말부터 단기간 급등했지만 실적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며 “인터넷 게임 등 그동안 오르지 못했던 종목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새해 들어 기세등등…어디까지 갈까?
원화 강세 유탄도 빗겨가나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 추세가 예상되는 대외 경제 환경이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된 코스닥 시장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중소형주들은 보통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낮아지고 소비자 구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원화가 적정 수준 이상 강세를 보이면 코스닥 등 내수 기업이 많은 중소형주 상승률이 대형주 대비 높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단 내수주 위주로 코스닥 시장 강세 현상이 빚어지고 있지만 수출주라고 해서 모두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탄탄한 내수에 중국 내수 소비를 겸비한 종목은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랠리를 이끌 유망 종목으로는 중국 관련 내수주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 업체 한국콜마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보해 중국 사업부의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락앤락도 올해 중국 시장에서 높은 실적 성장세를 보일 종목으로 꼽혔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락앤락은 올해 중국 법인의 매출 기여도가 52%, 영업이익 기여도가 69%로 중국 소비 확대의 대표적 수혜주”라며 “2013년 예상 주당순이익(EPS) 기준 PER는 14~15배 수준으로 다른 중국 소비재 관련 업체보다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안과와 안경점 진단장비 전문 업체 휴비츠도 중국 시장 확대 수혜주로 평가됐다. 조제분유의 중국 수출이 늘고 있는 매일유업도 주목받는 중소형주다. 정보기술(IT) 부품주 중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종목인 덕산하이메탈과 비아트론, 전자결제 관련주인 다날과 KG모빌리언스가 유망주에 포함됐다.


김동욱 한국경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