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메커니컬 매뉴얼 와인딩이랑 메커니컬 핸드 와인딩이랑 같은 말인가요?”
“응.”
“오토매틱은 건전지 넣는다는 뜻 아닌가요? 이렇게 비싼 시계가 배터리로 가나요?”
“….”
후배를 향해 양 손만 살짝 들어 올려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태엽 감는 시계’와 ‘태엽을 일일이 감지 않아도 되는’ 시계로 표현한다면 이 친구 속이 좀 후련했을까요.
실제 명품 시계 홍보 담당자는 고객들이 필자의 후배와 같은 질문을 너무 많이 해온다며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차로 워치 더 워치스의 두 번째 주제는 이 아리송한 ‘메커니컬 매뉴얼 와인딩(mechanical manual winding)’과 ‘메커니컬 오토매틱 와인딩(mechanical automatic winding)’의 차이점으로 정했습니다.
만약 이 질문을 한 개그 프로그램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에게 던진다면 매뉴얼 와인딩 시계는 ‘용두를 감아 밥을 주는 시계’로, 오토매틱 와인딩(흔히 줄여서 ‘오토매틱’이라 함) 시계는 ‘시계를 차고 움직이기만 하면 따로 밥을 주지 않아도 되는 시계’라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으니, 오토매틱 시계라 할지라도 착용하지 않고 놔두면 멈춰버린다는 사실이지요. 멈춰버린 시계를 원망하며 다시 부드럽게 용두를 돌려 태엽을 감아주는 것밖엔 방법이 없습니다. 자, 이쯤 되면 눈치 채셨을 테지요. 오토매틱은 문자 그대로 온전한 ‘자동’이 아니라 시계를 찬 사람의 움직임이 있어야 시계를 움직이는 힘, 즉 동력이 발생해 일일이 용두를 감아주지 않아도 시계가 간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는 매뉴얼 혹은 핸드 와인딩과 오토매틱 와인딩 시계를 구분하는 가장 분명한 기술적 차이이기도 하죠.
메커니컬 워치로 불리는 기계식 시계는 전자식 시계가 등장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제작되고 사용된 시계다 보니 용두(crown)를 돌려 사람이 태엽(메인 스프링·main spring)을 감아주어야 합니다. 메인 스프링이 감겼다가 풀리는 힘과 헤어 스프링(hair spring: 밸런스 스프링이라고도 함)의 탄성은 밸런스 휠(balance wheel)을 좌우로,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동시키는데, 바로 이 진동이 시계를 돌아가게 하는 동력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기계식 시계는 앞서 말씀드렸듯 매뉴얼 수동과 오토매틱 시계로 나뉘는데, 이는 동력을 수동으로 얻느냐, 자동으로 얻느냐의 문제와 궤를 같이 하는 말입니다.
오토매틱 시계가 아직도 어려운 분들을 위해 한 가지만 더. 오토매틱 시계는 태엽통(배럴·barrel)과 연결돼 태엽을 감는 역할을 하는 오실레이팅 웨이트(oscillating weight: 반달 모양의 회전 무게 추)가 있어서(걸어 다닐 때 팔의 움직임 등) 사람의 손목 운동만으로도 메인 스프링을 감을 수 있도록 설계된 시계입니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고개만 좌우로 움직이는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요점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기계식 시계는 배터리 시계보다 훨~씬 비쌉니다. 스위스 시계 장인을 운운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 믿고, 두 번째, 매뉴얼은 파워리저브가 다 되기 전에 용두를 감아줘야 하지만, 오토매틱은 시계를 착용하고 움직이기만 하면 일일이 용두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진일보한 메커니즘을 지닌 오토매틱은 매뉴얼보다 두껍고 무겁습니다. 세 번째는 가장 확실한 방법, 바로 가격의 차이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기계식 시계는 같은 브랜드라 할지라도 배터리 시계에 비해 두 배가량 비쌉니다. 특정 브랜드가 개발한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사용했다면 거기서 또 두 배가 뛰어 오릅니다.
자, 이제 오토매틱 시계와 배터리 시계가 얼마나 원거리에 있는지 확실하게 감 잡으셨는지요. 이렇게 되면 오토매틱 시계는 자동의 ‘탈’을 쓴 수동, 하이브리드인 셈인가요.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도움말 오메가 박경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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