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 대표

외교 행사의 꽃이라 불리는 ‘의전’은 더 이상 국빈 방문이나 국가 행사에서만 통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의전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국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국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의전이 곧 국가 이미지와 직결된다.

국내 최초로 민간 의전 서비스를 시작한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 김응수 대표의 자부심은 괜한 게 아니다.
‘제3의 협상지대’의전 서비스로 승부수
김포공항 근처에 위치한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 사무실. 유난히 깍듯한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을 보니 과연 의전 서비스 기업답다. ‘첫인상이 국가의 혹은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김응수 대표의 철학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순간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뤄진 사진 촬영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모습 또한 인상적.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 임직원들에게는 순간순간이 곧 ‘의전’인 셈이다.

올해로 설립 7년째인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은 국가가 주관하는 국제 행사의 의전 대행부터 민간 기업의 VIP 의전 서비스, 국내외 인바운드 여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좀 쉽게 말하면, 이 기업에 의전을 맡기면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신경 쓸 일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까다로운 입국 절차부터 공항 픽업, 목적지 도착과 이후 한국에 머무는 동안의 모든 일정 관리 및 편의 제공까지, 그것도 융숭하게 ‘대접’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국제 행사 등을 목적으로 찾은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온 외국인 바이어의 의전을 의뢰한 기업에는 협상력을 높여주는 기여를 한다.

보통 의전 하면 아직도 국가 간 의전, 혹은 국가 행사나 국제 행사 등에서의 의전 등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은 이 의전의 개념을 바로 비즈니스로 승화하며 ‘국내 최초 민간 의전 서비스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아무도 뛰어들지 않았던 시장이니만큼 처음이 고단하긴 했으나, ‘의전이야말로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한 김 대표의 생각과 전략은 적중했다.



20년간 금융맨으로 살다가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요.

“신한은행에 오래 근무했는데 5년간 김포공항 지점에 나가 있었어요. 지점 특성상 그땐 은행 고유의 업무 대신 비서 역할이나 의전 담당을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 의전의 프로세스나 행정적 절차 등을 다 꿰뚫게 된 겁니다.

법무부 출입 관련 서류부터 세관, 국가정보원 등에 이르기까지 최소 13개의 기관들과 접촉이 이뤄져야 VIP의 논스톱 입국이 가능해지거든요. 사실 민간 기업이 의전 서비스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게 그 부분이에요. 운 좋게도 저는 경험을 통해 모든 절차를 알게 됐고 관련 기관들과도 유대 관계가 있어 시작하기가 수월했죠.”

그래도 기존에 없던 시장이니만큼 힘들었을 텐데요. 승부수를 띄워볼 만하다고 판단한 배경은 뭔가요.

“의전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해외 사례를 많이 찾아봤는데, 우리나라와 일본만 민간 의전 기업이 없는 거예요. 정확히 해야 할 게 우리나라는 민간 기업이 의전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요. 법적으로 막혀 있는 거죠. 외교통상부에 의전에 관한 규정이 있고 의전의 대상도 정해져 있어요.

우리나라는 왜 안 될까 고민하던 시기에 마침 ‘블루오션’에 관한 책이 한국에 막 상륙하고 있었어요. 그걸 읽다 보니 아무래도 의전 서비스가 딱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선 하고 있는 기업이 아무 데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내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죠. 사업을 하려면 이혼하고 하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당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었으니 아내 입장에선 당연했겠죠. 가정이 우선이라 일단 접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포기했다가는 평생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은행을 다녀봐야 얼마나 더 다니겠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해외 의전 서비스 기업의 매출을 알아본 뒤 수치를 근거로 아내를 설득했죠. 매출이 상상을 초월했거든요.(웃음)”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는 의전을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은 어떻게 하고 있는 건가요.

“정부 일을 대행하는 방식이죠. 국가 행사의 경우 외교통상부 직원 한 명과 우리 직원 2명이 세트로 움직이면서 의전을 합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건 정부에서 승인한 공문을 가지고 공항에 가도 협조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권위의식 같은 게 작용하는 거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걸 정부 관계자가 오면 바로 처리되는 걸 보면 씁쓸해요. 정부 관련 행사를 위해 의전을 할 때는 관련 기관이나 기구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하는 데 말이죠.”

기업 대상 비즈니스 의전 서비스도 하고 계시죠.

“국가 행사의 의전과는 좀 다른 개념이죠.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은 국가가 정한 의전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요. 입국에서부터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의 모든 일정을 책임지는 토털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처음에는 공항에서의 VIP 서비스를 대행했어요.

일반 손님이 40~50분 걸리는 입국 절차를 10분으로 스피드하게 처리하는 거죠. 그런데 막상 공항 앞에서 고객을 픽업하기 위해 나오는 차량을 보니 봉고차 같은 게 나오는 거예요. 해외에는 리무진 서비스 업체가 많은데 그걸 벤치마킹해 우리도 리무진 서비스를 추가해 의전과 수송을 특화한 회사가 됐죠.”

현재 사업 영역은 의전과 수송에서 더 확장된 것 같던데요.

“맞습니다. 고객을 호텔에 내려드리고 나니 또 시티투어를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기왕 할 거 투어까지 하자 했죠. 일반 투어는 아니고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일반 가이드가 아닌 통역 가이드를 써서 전체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다각화했어요. 카드사의 연회비 5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서비스에는 우리 회사의 의전 서비스가 거의 다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아웃바운드만으로는 매출이 많지 않아서 인바운드를 시작했죠. 해외 제휴처가 있으니 그걸 활용한 거죠. 의전 민간 기업은 국내에서 우리가 최초인데, 거기다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엮은 건 우리나라가 최초입니다. 해외 46개국에 글로벌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항공사의 얼라이언스처럼 묶은 겁니다.”

G20 정상회의,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디지털포럼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많이 하고 계신데요. 의전 대상에 따라 스타일도 달라지겠죠.

“보통 의전은 세 가지 정도의 성격으로 나뉩니다. 정부 관련 국가 의전, 글로벌 스타나 배우, 기업 CEO나 VIP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의전 등이 있죠. 국가 행사는 외교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해서 의전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수행원이나 외교 관례상 챙기지 못하는 것들을 세심하게 챙길 필요가 있죠. 영화제 등을 위해 내한하는 스타들의 경우는 반대로 접근 의전을 해야 해요. 경호하고는 다르지만 팬들이 몰려오거나 하는 걸 잘 커버할 수 있어야 하죠. 비즈니스 의전은 정보가 제일 중요해요. 우리나라 기업의 협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의전 담당자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죠. 의전을 의뢰한 기업 쪽에서는 뭔가를 파악해달라고 많이 요구하거든요.”

그중에서 더 힘든 게 뭔가요.

“국가 의전은 수행원이 따라붙는 데다 정해진 스케줄대로만 움직이면 되기 때문에 수월한 편이에요. 비즈니스 의전이 훨씬 까다롭고 힘들죠. 기업의 협상 결과에 그대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의전 대상에게 다 맞춰야 하거든요. 심지어 식성을 파악해 햄버거 레시피까지 호텔에 의뢰해야 할 정도죠. VIP가 원하면 빵도 열심히 사다 줘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빵 의전’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 신경 써야 해요.(웃음)”
비즈니스 의전은 정보가 제일 중요해요. 우리나라 기업의 협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의전 담당자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죠.
비즈니스 의전은 정보가 제일 중요해요. 우리나라 기업의 협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의전 담당자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죠.
회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첫 1년은 매출이 3000만 원 정도에 불과해 걱정이 태산이었죠. 그런데 2년이 되니 매출이 7000만 원이 되더군요. 3년 차에는 3억으로 뛰었고요. 그렇다가 지난해 말 70억 정도가 됐어요. 직원들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죠. 처음에 5명으로 시작했는데 작년 말 75명이 됐어요. 서울시에서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이라고 표창도 받았죠. 올해는 매출 규모 120억 원, 3년 후는 500억 원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서비스업계에서는 대단한 성장률이라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대표님뿐만 아니라 직원들 자부심도 대단하겠어요.

“재미있어 해요. 직원들 근속 연수가 1년 6개월이 넘어가면 절대 안 그만둬요. 우리 회사에 인센티브 제도가 있는데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급여 수준과 복지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거죠. 사실 국가 행사든 민간 의전 서비스든 힘든 점이 많아요. 며칠씩 밤을 새우는 것도 부지기수라 보람과 자부심이 없으면 하기가 힘들어요. 회사의 높은 성장률은 직원들 없이는 절대 안 돼요. 그래서 저는 버는 만큼 나눠준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요. 우리 회사 임원들 중에서는 제 연봉이 제일 낮아요.”

기업의 특성상 훌륭한 인적 자원 확보와 교육이 아주 중요할 텐데요.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인적 자원 확보가 정말 중요해요. 교육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창피당하기 딱 좋죠. 우리 회사만 창피당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됩니다. 우리 회사는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고등학교, 대학교가 많아요. 미리 철저히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죠.”

프리미엄 의전 서비스 시장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예전엔 의전이라고 하면 국가 간 의전을 먼저 떠올렸지만 지금은 광범위해졌어요. 어찌 보면 비즈니스로 확대할 수 있는 의전이 더 중요해졌죠. 컨시어지 서비스나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 등 의전을 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서비스산업의 질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같은 회사들이 많이 생겨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 좋겠어요. 시장의 파이를 더 키울 수도 있고요. 앞으로는 금융기관에 특성화된 의전, 기업에 특성화된 의전 등 산업 확대와 함께 전문화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마이스(MICE) 산업이 확대일로입니다. 프리미엄패스인터내셔널의 역할은 어떤가요.

“마이스 산업이 상당히 발전했고 관련 국가 예산도 많이 늘어났죠. 지금까지 우리는 자급력이 열악했는데 가장 열악한 건 기획 업체는 기획만 하고 나머지는 다 분야를 쪼개서 아웃소싱을 주다 보니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측면이 컸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건 마이스 산업의 토털 서비스입니다. 초청에서부터 항공, 의전, 수송, 호텔, 투어, 수행 비서까지 다 하는 거지요. 그래서 우리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국제회의전문용역업체(PCO) 업무를 하고 있어요. 일단 시범적으로 해봤는데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지금까지는 마이스 산업을 가지고 서로 누가 할까 싸우던 시기였다면 이제는 오히려 우리의 서비스를 해외에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거죠.특히 한류 열풍과 함께 동남아시아의 모든 행사가 우리나라로 몰리고 있는 이때에 대한민국이 마이스 산업을 운영, 기획하는 최고의 국가가 돼야 합니다.”

향후 사업 계획이 있나요.

“재밌는 일들을 많이 할 거예요. 이미 스타와 함께 하는 여행 등 테마 여행을 시작했는데,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장점인 의전이 결합된 그야말로 만족도가 높은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앞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보다 더 확대해갈 생각이에요.”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