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최근 위환화 절상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 개방, 외환자유화를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있는데 그 핵심에 위안화 채권시장이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은 간밤에 미국 다우 지수도 그렇지만 상하이와 홍콩 주가가 어떻게 됐는지 늘 신경을 쓸 정도로 중국 주식시장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관심의 대상이다. 반면 중국 채권시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채권 가격이라 할 수 있는 금리가 주가만큼 다이내믹하지 않아 일반의 관심이 적은 데다 중국 채권시장이 지금까지 주식시장보다 덜 발달돼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국 채권시장이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본격적인 금융 개방과 외환자유화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할 것이어서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절상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딤섬본드는 금리도 예금 금리보다 높고 신용도도 비교적 높으며 만기도 단기여서 꽤 매력적인 상품이다.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절상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딤섬본드는 금리도 예금 금리보다 높고 신용도도 비교적 높으며 만기도 단기여서 꽤 매력적인 상품이다.
중국 본토 채권시장은 아시아 2위 규모

중국 본토의 채권 시장은 아직 개방돼 있지 않아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중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외에는 투자할 수 없고 따라서 그만큼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에 따라 발행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서 2011년 기준 발행 잔액이 3조4000억 달러로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대 규모는 45%, 아시아 7위로 아직 낮지만 국채, 금융채 발행이 늘어나 디폴트 위험이 없는 안정적인 채권의 비중이 시장의 절반가량 된다. 나름 금리 기능이 작동하는 채권시장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발행되는 채권의 만기 구조를 보면 5년 이하가 40~50%로 높지만, 5~10년이 30~35%, 10년 이상도 15~30%나 된다. 외국인 투자도 꽤 된다. 월 20조~30조 원까지 중국 채권을 사고파는 외국 은행 지점도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금리자유화와 시장 개방이 논의되던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와 비교하면 무위험 채권, 만기 5년 이상 채권의 비중이 높고 시장참여자도 다양한 편이어서 채권시장 여건은 당시 우리나라보다 성숙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속성상 그동안 금리 가격 기능에 대한 규제가 지속돼왔다. 은행 예금, 대출 금리 상하한(上下限)을 기준 금리의 0.9~1.0배까지 타이트하게 제한했고, 채권을 발행할 때도 시장가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시장유동성을 조절할 때도 금리의 가격 기능을 이용하기보다 통화량 조절에 의존하곤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 위안화 절상에 따른 위안화 국제화와 중국 금융구조의 개편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중국 채권시장의 자유화와 개방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2003년부터 중국 내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국제금융공사(IFC)와 같은 국제 금융기관의 채권 발행을 허용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쓰비시은행, 동아은행 등 외국 은행의 채권 발행도 이루어질 정도로 국제화에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리스크 관리 요건 등을 정비해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힘써서 씨티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도이치뱅크 등 우리에게 익숙한 글로벌 은행들은 대규모 거래는 아니지만 일단 거의 다 중국 채권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IN CHINA] 중국 금융 개방과 외환자유화의 핵심, 위안화 채권시장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딤섬본드는 위안화 시세 조절 수단

중국 채권시장으로 우리의 관심을 더 끄는 것은 중국 본토가 아닌 중국 바깥에 형성된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시장이다. 글로벌 관행을 따르고 있고 우리 같은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향후 역외 위안화 채권시장이 커지면 수급 변화를 통해 위안화 시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역외 위안화 채권시장은 홍콩·싱가포르, 최근엔 런던·도쿄에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홍콩의 딤섬본드 시장이다. 딤섬본드는 위안화로 표시돼 있고 채권 매매, 이자 지급 및 원리금 상환 모두 위안화로 결제한다. 2007년 최초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딤섬본드를 발행한 이래 발행 시장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발행이 약 30조 원까지 늘었고, 특히 중국 본토 기업에도 발행을 허용했다. 딤섬본드를 발행하려는 기업이 많아지면 위안화 공급 증가로 위안화 약세, 딤섬본드를 사려는 수요가 많아지면 위안화 수요 증가로 위안화 강세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 시장이 커지고 활발해질수록 위안화 시세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되며, 중국 정부로서는 위안화 표시 발행 규모를 조절함으로써 위안화 시세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딤섬본드는 중국 정부에서 허가받은 중국 금융기관 또는 중국 정부, 중국 이외 국가의 금융기관, 기업이 발행할 수 있는데, 이제까지 발행 비중을 보면 홍콩 역외 위안화 시장의 경우 중국 금융기관 31%, 중국 정부 19%, 외국 금융기관 28%, 외국 기업 22%다. 은행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영업하는 외국 발행자들에게는 중국 내 송금의 편의성, 환헤지 비용 절감 등의 이점도 있다.

딤섬본드의 금리는 발행기관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의 절반가량이 2~4%이고, 약 70%가 만기 3년 이하로 단기다.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절상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금리도 예금 금리보다 높고 신용도도 비교적 높으며 만기도 단기여서 꽤 매력적인 상품이다. 현재 대부분 외국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으나 돈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중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발행하긴 하는데 위안화가 아닌 달러 표시 또는 달러와 위안화를 섞어 발행하는 채권들도 있다. 중국 본토에서 달러 표시로 발행하는 판다채권이 있고 역외에서 딤섬본드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위안화로 표시하고 발행은 달러로 하는 합성 위안화 채권이란 것도 있다.



지역통화로 부상할수록 위안화 채권 인기

2012월 11월에는 위안화가 위안당 6.28달러로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가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됐고, 일본이 경기 회복을 위해 무제한 돈을 풀겠다고 하면서 엔화 약세, 우리나라는 원화 강세로 온통 시장이 시끄러웠다. 이러한 외환 이슈는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역할이 커질수록 우리나라에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위안화는 중국의 역할이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 무조건 강세가 될 거란 얘기부터 달러 자산으로 구성된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달러 약세로 엄청난 손실 위험이 생겼고, 중국이 수출 촉진을 위해 다양한 수단으로 위안화를 절하시킬 거란 말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나름대로 논리가 있어 어느 경우도 가능해 보인다.

위안화 시세가 절상될지 절하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중국 정부가 경상 거래 이외에 자본 거래를 위한 위안화 외환시장을 더욱 키우고 국제화할 것이란 점이다. 이는 위안화를 G2(미국·중국) 위상에 걸맞은 국제통화로 하면서 동시에 해외로부터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피하고 때로는 조절하는 수단을 갖는다는 점에서 지금이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중국이 최근 금융 개방, 외환자유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표방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이유인데, 그 외환자유화의 핵심에 위안화 채권시장이 있는 셈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