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부 중 남편이 성관계에 적극적이지 않아 불만인 여성들이 많다. 남성이 성관계를 기피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부부가 살며 부딪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함께 헤쳐 나가듯 성관계 역시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HEALTH COLUMN] 밤이 두려운 그대에게
요즘 밤이 무섭다는 남성들이 많다. 신혼 때는 아내에게 짐승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것’이 좋아 일이 끝나면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가던 그들이었다. 밥 먹는 것보다 ‘그것’이 더 좋아 식사를 거르기도 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 생각만 하면 입맛이 없어진단다.

신혼 시절 부부가 가지는 성관계는 평생 할 횟수의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신혼 때 관계를 한 번 가질 때마다 콩을 한 알씩 항아리에 넣고, 1년 뒤부터는 반대로 한 알씩 꺼내면 평생을 두고도 다 꺼내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신혼이 지나면 여러 이유로 부부간 성관계 횟수가 줄어든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육아에 신경 쓰느라 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남성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정보다 주변에 관심을 더 쏟게 된다. 결국 부부간 성관계를 소홀히 하게 되고 중년이 되면서 밤이 무서워졌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40대 초반의 한 남성이 진료실로 찾아왔다. 아내가 음경 뿌리에 힘이 빠진 것 같다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그런데 아내에게 그런 말을 들은 후 관계를 갖자는 말이 나오지 않더란다. 부부가 제대로 된 관계를 가진 지도 1년이 넘었다고 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여성과 2차를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집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싶은 불안감 탓에 잠자리를 거부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남성들이 성관계에 흥미를 잃게 되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상대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나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혹은 신체적인 이유도 성관계를 피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부부간 성관계를 기피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건강한 부부관계에 금이 가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성관계는 부부의 끈을 잇는 중요한 연결 고리다. 여성들 중엔 성관계가 부부 관계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부부관계 없이도 오누이처럼 잘 살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에 대한 마음이 멀어지고 짜증이 느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부부간 성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마음속에 쌓아두지 말고 대화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부가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창피하다는 생각에 피하기만 하다가는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다. 그나마 요즘엔 진료실에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대가 변하며 부부 사이에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부부가 살며 부딪치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부담하며 집안을 지탱해가듯 성관계 문제 역시 대화로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대화 없이 무조건 관계를 기피한다면 상대방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고 오해하게 된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성관계에 응하지 않는 부부 사이에서는 자신뿐 아니라 상대도 밤이 무서워지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면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성욕 저하가 아니라 남성 호르몬의 저하로 성욕 감퇴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남성 호르몬의 저하는 갱년기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발기 장애, 정력 감퇴뿐 아니라 우울증, 업무 능력 감퇴도 수반한다. 이 경우 여성 호르몬 보충요법처럼 남성 호르몬을 보충해준다면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일부 남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음경 크기가 작아진 것 같아 성관계가 재미없어졌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남자만 이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남녀 모두 호르몬으로 인해 변해가는 신체를 보며 자신감이 없어지고 심리적 위축이 온다. 그렇다고 밤이 무서워졌다며 무조건 기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부부간의 대화와 전문의의 진료가 밤의 두려움으로부터 당신을 해방시켜줄 것이다.


이윤수 명동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