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에는 금융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웬만한 투자 방법으로 10%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고성장·고금리 시대와 달리, 요즘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3%대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노후 대비 금융 자산을 운용할 때 특별히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RETIREMENT PLAN] 2013년 금융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
2013년 새해에는 금융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는 “단기 시황 전망에 따라 금융 상품을 샀다 팔았다 해서 노후 대비 자산관리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맞는 금융 자산 운용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고성장·고금리 시대에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채권이든 웬만한 곳에 투자만 해두면 10%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현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수준인 3%대 이상의 수익을 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위에서 보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만 듣고 내용도 모르는 금융 상품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 속에서 노후를 대비해 금융 자산을 운용할 때 특별히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투자의 원칙과 상품 내용에 대해 공부하라

첫째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물가 안정이 계속 돼왔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의 해악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대량 살포된 자금이 언제 물가를 위협할지 모른다. 올해일지 내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국제 경제가 회복 궤도에 들어서게 되면 곡물이나 유가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 또한 그냥 있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가 진행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 3%의 인플레율이 25년간 계속된다면 원본 100만 원의 가치는 약 48만 원, 즉 절반 이하의 가치로 줄어든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저축 상품에 가입해 노후를 대비해왔는데 돈의 가치가 이런 식으로 줄어든다면 후반 인생이 얼마나 힘들어지겠는가. 공부를 해서 주식, 채권, 펀드, 변액보험, 변액(투자형)연금과 같은 투자 상품에 일정 부분의 자산을 운용하지 않으면 노후 대비가 어렵다.

그런데 투자 상품은 저축 상품과는 달리 고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잘못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또 손실을 보더라도 그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이 책임을 져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노후 대비 자금을 투자 상품에 넣어 운용하려면 투자의 원칙과 투자 상품의 내용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특히 그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가, 장기 운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실력 있는 운용회사인지 확인해보고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뿐 아니다. 가입 후에는 1~2년의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된다. 최근 투자형 연금 가입자들이 단기간의 수익률이 예금 금리보다 낮았다는 자료를 보고 해약 소동을 벌였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해약한 사람들은 장기 투자 상품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그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의 장기 운용 능력을 확인해보고 해약했는지 등등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로 유념해야 할 것은 원금 손실 위험이 전혀 없으면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많은 원금 보장형 투자 상품들이 출시돼 있다. 이러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예를 들어 주가지수가 2년 이내에 40%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이 보장된다는 식의 단서 조항이 붙어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가입자들 중에는 이 단서 조항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오해하고 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는 월지급식 펀드도 마찬가지다. 매월 일정율의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만 주목하고, 그 펀드에 들어가 있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투자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원금을 쪼개어 분배금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가입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월지급식 펀드의 규모가 펀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고령세대들이 월지급식 펀드에 많이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실시한 한 앙케이트 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의 투자자들이 월지급식 펀드가 원금 손실의 위험성은 없고 은행예금 금리처럼 매월 일정율의 분배금을 지급해주는 상품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시대에는 절세 상품이 효자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금년부터 도입되는 절세형 금융 상품인 비과세 재형저축, 장기 적립식 펀드 등도 적극 활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세금·수수료 등 새나가는 돈을 막는 게 효과적

셋째는 저금리 시대에는 절세 상품이 효자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리 수입이 줄어드는 저금리 시대에는 새나가는 돈을 막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연금저축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시키는 세법 개정이 있었지만 금년부터 도입되는 절세형 금융 상품인 비과세 재형저축, 장기 적립식 펀드 등도 적극 활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제 혜택이 따르는 금융 상품 중 연금 상품의 경우, 노후 대비 연금 상품은 연금을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품과 소득세가 비과세 되는 상품으로 나눠진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퇴직연금 및 연금저축 상품은 퇴직 후 연금을 받을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연간 연금수령액이 6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5.5% 연금소득세를 내는 것으로 끝나지만, 600만 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종합과세 대상이 돼 일반 소득세율로 과세가 된다.

그 대신 이들 연금 상품은 납입금을 불입할 때 불입금액만큼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납입금 전액에 대해서,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이들 연금의 근로자 납입 금액을 합산해 연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퇴직 전 소득이 퇴직 후 소득보다 많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소득이 많은 현역 시절에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고, 퇴직 후 소득이 줄었을 때는 연금소득세를 내는 편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

반면에 공무원처럼 연금 수령액이 많을 경우이거나 민간 기업 근로자라 하더라도 퇴직 후에 임대업 등을 해서 고소득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다른 연금까지 같이 받게 되면 고율의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가능성이 예상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연금소득세가 비과세 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즉시연금, 변액연금, 10년 이상 장기 저축성 보험 등에서 지급되는 연금은 연금소득세와 이자소득세 모두가 비과세 된다. 그 대신 이런 상품들은 가입 시에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소득공제로 인한 절세 효과와 퇴직 후 내는 연금소득세를 비교해서 자신에게 맞는 금융 상품을 골라야 할 것이다.

넷째는 저가형 보장성 보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는 노후에 질병이나 사고를 당하게 되면 그 비용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이런 질병이나 사고의 위험에 대비하는 안전장치가 보장성 보험이다.

그런데 종래에는 보장성 보험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질병이나 사고에 따른 비용이 보장되면서 만기에 보험료도 환급받는 상품만을 생각했었다. 이런 상품의 경우에는 보장을 위한 위험 보험료와 만기환급금을 위한 저축 보험료가 포함돼 보험료 부담이 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만기에 보험료는 돌려받지 않지만 질병이나 사고에 따른 비용만 보장되는, 따라서 보험료가 싼 저가형 보장성 보험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싼 보험료 때문에 가입을 미루어왔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보장성 보험이다.

다섯째는 금융 상품과 관련해서 지불하는 비용이다. 10% 이상의 수익을 올리던 시절에는 1~2% 비용을 지불하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절세와 더불어 금융 상품 관련 비용을 아끼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펀드 자체의 판매 수수료나 운용 수수료율이, 해외 투자인 경우에는 외환 관련 수수료가, 보험에 가입할 때는 관련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선진국 투자자들의 경우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는 수수료율이 비싸지 않은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일러스트 허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