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는 지난 2010년부터 미소금융 대출자 중 자활 의지가 뚜렷한 소상공인을 선정해 ‘드림 실현 점포’를 열어 주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낡고 낙후된 7곳의 가게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의 가게로 되살아났다.
이들을 골목 상권의 ‘모델’로 삼아 더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는 것이 현대카드의 목표다.

HYUNDAI CARD CSR PROJECT “골목 상권 부활, 우리가 돕는다”
지난 2012년 11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가게를 오픈한 사장 김재곤 씨는 요즘 한창 사진 찍는 재미에 빠져 있다. 찍는 대상은 본인이 아닌 가게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게 사진으로 ‘카카오톡’을 장식할 정도로 그는 들떠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2년 전 같은 자리에 정육점을 열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가 없어 미소금융 대출을 받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었다. 그런데 대출을 받은 곳에서 가게를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사를 하면서도 반신반의하던 그에게 새 정육점은 첫 달 만에 매출 세 배의 결과를 가져다줬다. 그러니 가게가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말 그대로 ‘꿈에 그리던 가게’가 탄생한 것이다.

김 씨는 현대카드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 실현 프로젝트’의 일곱 번째 주인공이다. 드림 실현 프로젝트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동네 상권의 부활을 돕는 취지로 지난 2010년부터 시행 중인 프로그램. 미소금융 대출자 중 자활 의지가 뚜렷한 소상공인을 선정해 ‘드림 실현 점포’를 열어 주는 것이 주 사업 내용이다.
일곱 번째 프로젝트 주인공인 ‘착한 정육점’ 김재곤 씨는 눈에 띄게 늘어난 손님들 덕분에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일곱 번째 프로젝트 주인공인 ‘착한 정육점’ 김재곤 씨는 눈에 띄게 늘어난 손님들 덕분에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HYUNDAI CARD CSR PROJECT “골목 상권 부활, 우리가 돕는다”
형광색 종이에 어지럽게 쓰여있던 메뉴판을 일괄적으로 정리해 가독성을 높였다.
형광색 종이에 어지럽게 쓰여있던 메뉴판을 일괄적으로 정리해 가독성을 높였다.
현대카드가 이런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한 건 미소금융사업을 시작한 2009년부터다. 사업 자금을 지원받아도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알지 못해 또다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소상공인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주자는 취지였다.

당시 국내 최초로 운영되던 미소금융 아카데미 미소학습원과 현대카드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팀, 디자인팀이 모여 ‘드림 실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미소금융 대출자 중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뽑아 가게 리뉴얼 공사 및 내부 세팅, 가게 콘셉트 및 마케팅 플랜 짜기, 영업 전략 및 창업 교육, 전문가 멘토링, 오픈 후 언론 홍보까지 포괄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소상공인에게 ‘자활 노하우’ 전한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를 통해 7개의 점포가 새롭게 오픈했다. 대부분 창업 노하우나 장인정신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가게만 바뀐 게 아니라 내 스스로 그동안 해오던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돌아보고 새롭게 도약할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드림 실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점포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과일 가게 ‘햇빛 농원’. 기존에 과일사업을 크게 벌이다가 IMF 때 사업이 기울면서 구멍가게로 규모를 줄였던 사례인데 드림 실현 프로젝트를 통해 재기에 완전히 성공, 해외 수출망을 구축할 정도로 사업을 성장시켰다.
드림 실현 프로젝트는 가게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네이밍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과일 가게 ‘햇빛 농원’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의 이름을 따왔다.
드림 실현 프로젝트는 가게의 스토리를 담아내는 네이밍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과일 가게 ‘햇빛 농원’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의 이름을 따왔다.
2호점은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앞에 위치한 분식집이다. 회사원 출신의 사장은 라면가게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브랜딩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키다리 아저씨’라는 따뜻한 느낌의 가게로 탈바꿈한 이곳 역시 두 배 가까이 매출이 성장했다.

세 번째 점포는 경기 군포시의 두부가게. 탈북자 출신이었던 사장은 당시 재래시장에서 작은 노점상을 운영하며 미소학습원에서 수업을 듣던 수강생이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게가 전국 각지로 홍보되는 효과를 얻었고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가 만드는 북한식 손두부 기술을 전수받으러 찾아올 만큼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
두부가게 ‘콩사랑’은 일평생 두부만 만들어온 사장의 열정을 담고 있다.
두부가게 ‘콩사랑’은 일평생 두부만 만들어온 사장의 열정을 담고 있다.
그 밖에도 시장 안에 위치한 미용실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개조한 서울 도봉구의 ‘샤샤 헤어’, 100m 반경 이내에 5개의 같은 업종이 경쟁하는 환경 속에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한 서울 마포구의 세탁소 ‘닥터버블’,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따라가지 못했던 떡집에 명장을 초빙해 함께 특화 상품을 개발한 경기도 양평의 ‘떡가다기’, 질 좋고 맛있는 고기를 판매하면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가게를 주민들의 눈에 띄는 가게로 리모델링한 금천구 독산동의 ‘착한 정육점’까지. 가지각색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잃어버린 꿈을 되찾았다.
분식집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은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장의 마음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분식집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은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장의 마음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동네 점포의 성공 모델 만든다

“일이 고되고 힘들어요. 저희가 빛나는 일도 아니죠. 하지만 성취감이나 보람은 많이 느낍니다.”

7개 점포의 성공 뒤에는 현대카드 드림 실현 TF팀의 노고가 숨어 있다. 프로젝트별로 10~15명의 인원이 모여 구성되는 TF팀은 새 점포가 선정되면 그 점포의 브랜드 기획 회의부터 콘셉트 디자인, 인테리어 공사, 점주 교육 및 멘토 섭외, 가게 홍보에 이르기까지 밤낮없이 프로젝트에 매달린다.

실제 공사 기간은 2주면 끝나지만 전체 프로젝트의 진행이 3~4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은 공사 직전까지 수많은 회의를 거치기 때문. 가게의 콘셉트부터 새 이름, 메뉴판, 비닐봉지 같은 패키지 소품 하나까지도 모두 점주와 회의를 해 결정한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점주와의 소통이다. “브랜딩이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소규모로 사업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눈앞의 이득이 없으면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죠. 그런 점들을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간 사업을 해오던 점주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사업 방식을 버리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 김성렵 디자인팀 과장은 때로는 공사보다 설득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여 이들을 설득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점주의 자활로 이어지도록 하라’는 프로젝트의 기본 취지가 있기 때문. 공사 규모를 최대 1500만 원으로 한정한 것 역시 소상공인들의 자활 의지를 북돋기 위함이다. 투자 금액이 커지면 가게는 조금 더 좋아지겠지만 자영업자들에겐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드림 실현은 자활 프로젝트입니다. 저희가 만들어 드리는 게 아니고 점주 분이 이것을 기반으로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게 주된 목표죠.”

지금까지 드림 실현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점포들은 모두 1년간 평균 매출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점포를 새로 지으며 주변 상권이 다시 살아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상권별로 성공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지역과 업종도 다양하게 선정해왔다.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고객의 고급화’가 이뤄지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7호점 정육점의 단골 고객은 노인 분들이었는데 재오픈 이후에는 젊은 층도 많이 찾아온다고 해요. ‘한우도매센터’라는 간판을 걸어도 팔리지 않던 소고기가 이제는 돼지고기 못지않게 많이 팔리고요.” 허윤정 홍보팀 과장은 “새 디자인을 통해 없던 고객 수요를 창출해낸 것도 뜻 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진경 디자인팀 대리는 “가게가 바뀌면 점주들의 얼굴 표정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땐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소극적인 분인 줄 알았는데 오픈하고 손님들로부터 반응이 오니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김상원 CSR팀 대리도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조금의 노하우만 알려줘도 쉽게 바뀐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석호 CSR팀장은 “단순히 7곳의 가게를 리모델링해주는 것만으로 사회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이런 과정이 자영업 종사자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독산동에서 정육점을 한다고 하면 다들 ‘성공할 수 있겠어?’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하면 된다’고 믿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니다. 실제로 성공하는 과정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희망을 갖지 않을까요.”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 사진 제공 현대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