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Story
이기갈(E.Guigal)은 프랑스 론 지방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로버트 파커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으로, 한국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일 만찬 와인으로 사용해 유명세를 탔다. 3대에 걸쳐 론 최고의 와이너리로 명성을 이어온 이기갈의 이야기다.이기갈은 프랑스 론, 앙퓌이(Ampuis) 지역에 위치한 가족 소유 포도원으로 1946년 에티엔 기갈(Etienne Guigal)에 의해 설립됐다. 현재 대표는 에티엔의 손자인 필립 기갈(Philippe Guigal)로, 조부에서 아버지인 마르셀 기갈(Marcel Guigal)을 거쳐 3대가 정성을 다해 지금의 와이너리를 키웠다. 3대의 헌신으로 지금까지 온 이기갈은 론 계곡 전체에서 가장 성공적인 양조장이자 최고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
이기갈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가장 많이 받은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파커는 100점 만점으로 와인에 ‘파커 포인트’를 매긴다. 그의 점수 85점과 95점의 차이는 해당 와인 매출로 볼 때 100억 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할 정도로 대단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파커가 90점 이상을 주면 명품 와인이 되고, 100점 만점을 주면 전설이 된다.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은 이기갈의 와인
기갈 코트 로티 라 물린 : 1976, 1978, 1983, 1985, 1988, 1991, 1999, 2003, 2005, 2009
기갈 코트 로티 라 랑돈느 : 1985, 1988, 1990, 1998, 1999, 2003, 2005, 2009, 2010
기갈 코트 로티 라 투르크 : 1985, 1988, 1995, 1999, 2003, 2005, 2010
기갈 에르미타주 엑스 보토 : 2003, 2009
파커 100점 만점 최다 보유 와이너리
기갈 코트 로티 라 물린(Guigal Cote Rotie la Mouline)은 지금까지 파커로부터 총 10개의 빈티지가 100점 만점을 받으며 역사상 파커 100점 와인을 가장 많이 수상한 와인이다. 파커는 이 와인을 향기롭고 비단처럼 매끄러우며 우아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마치 모차르트와 같다고 표현했다. 또한 20세기의 위대한 와인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딱 한 가지 선택하라고 강요받는다면 1978년 빈티지의 라 물린으로 하겠다고 말한 바 있을 정도로 파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와인이다.
코트 로티 라 물린 외에도 기갈의 와인 중 코트 로티 라 랑돈느(Cote Rotie la Landonne)와 코트 로티 라 투르크(Cote Rotie la Turque) 또한 각각 9회와 7회에 걸쳐 100점을 받는 등 기갈의 와인은 파커의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세 종류의 와인은 ‘라라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단일 포도원 코트 로티에서 탄생한 명품 와인으로 기갈 삼총사로 불리기도 한다. 마르셀은 처음 코트 로티 지역에 라 물린을 심어 생산했으며, 필립의 탄생을 기념하며 라 투르크를, 1980년 초에는 라 랑돈느를 심어 현재 와인 애호가들의 꿈인 ‘라라라’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라라라 시리즈는 빈티지별로 매년 각각 48병씩 국내에 들어온다. 미리 예약해 두어야 구입이 가능할 정도로 와인 애호가들에게 꿈의 와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라라라 시리즈는 땅이 타 들어갈 정도로 내리쬐는 뙤약볕에 조성된 코트 로티 포도밭 가운데에서도 가장 비탈지고 가장 많은 일조량을 얻는 구석에서 양조된다. 아주 비탈지면 60도 정도 꺾어진다. 면적 또한 겨우 1∼2헥타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세 포도밭에서는 각각 6000병, 1만 병, 5000병이 생산된다. 이 와인의 명성은 대단한데 생산량이 매우 적어서 그 희소성이 더욱 크다.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이 진행하는 ‘와인 코스’라는 영상물엔 사람들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이 한정 생산된 와인들을 구하려 하는지가 잘 설명돼 있다. 어떤 이는 스포츠카를 줄 테니 라라라 시리즈를 달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백지수표를 내밀기도 한다.
라라라는 희소성의 미학이 극도로 드러나는 와인이다. 마르셀은 사업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정 수량의 라라라를 구입하기 위한 조건을 내걸었다. 그것은 다른 와인을 일정량 구매해야 라라라를 살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마르셀은 론 계곡에서 갑부가 됐고 와인의 유명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기갈 와이너리는 ‘라라라’ 시리즈 와인들과 기갈 에르미타주 엑스 보토(Guigal Hermitage Ex Voto)를 합쳐 지금까지 총 28회에 걸쳐 파커로부터 100점을 수상해 지금껏 가장 많이 수상하고 가장 많은 와인 종류를 보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기갈의 제품들은 90점 이하를 찾는 것이 다른 와이너리의 90점 이상을 찾는 것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와인이 파커 점수 90점 이상을 받고 있다. 최고 화이트 와인으로 꼽히는 콩드리유 라 도리안
지난해 말 와인업계에 하나의 이슈가 떠올랐다. 신라호텔에서 최근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2012년 1년 동안 사용할 하우스 와인의 오디션을 보기로 한 것. 1년간 신라호텔의 하우스 와인으로 사용되는 수량은 무려 3만 병으로 15개의 와인 수입사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신 있는 와인들을 출품했고 총 114종의 와인이 선정 대상이 됐다. 파커는 이 와인 중 톱10을 꼽았으며 이 중 두 종류의 와인이 신라호텔의 하우스 와인이 됐다.
하우스 와인에 선정된 와인 중 하나가 이기갈에서 만든 ‘지공다스’. 이 와인은 일본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11권에도 소개된 바 있다. 국내에서 이기갈의 명성은 와인 애호가로 유명한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에 의해 다시 한 번 이어졌다. 올 초 71세 생일을 기념해 열린 삼성그룹 사장·부사장단 만찬 와인으로 이기갈의 콩드리유 라 도리안(Condrieu La Doriane)을 선택한 것이다. 이 와인은 파커로부터 96점을 받았다.
론 지방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아펠라시옹인 ‘콩드리유’는 비오니에 품종만으로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콩드리유의 명성은 높다. 이기갈의 콩드리유 라 도리안은 숨겨진 ‘라 시리즈’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며 연간 생산량이 1만 병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매우 구하기 힘든 와인이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제공 신동와인(www.shindongw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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