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본더테이블 이태원점의 지향점은 캐주얼(casual)하되 이지(easy)하지 않은 공간이다. 본점의 모던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정체성은 유지하되 이태원 거리의 자유분방함을 담아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으로 꾸몄다. 비즈니스 미팅에 색다른 변화를 추구하면서 요리는 같은 급으로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딱 맞는 곳이다.
[Gourmet Report] 오리엔탈과 이탈리안의 맛깔나는 마리아주 ‘엘본더테이블’
크리에이티브 모던 퀴진(creative modern cuisine) 엘본더테이블(Elbon the table)이 지난 10월 서울 이태원에 세 번째 지점을 론칭했다. 위치는 패션 및 가구 디자이너 숍이 즐비한 한남동 꼼데가르송길. 북적이는 이태원 중심가에선 한 블록 정도 떨어져 있어 호젓하게 식사를 즐기기 좋은 장소다.

100여 석 규모의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이 향하는 곳은 중앙에 있는 오픈 주방. 만개한 꽃 수술처럼 주방을 향해 손 벌린 붉은 인테리어 장식 밑에 양팔을 걷어붙이고 활보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분위기가 캐주얼하니 선보이는 음식들까지 가벼울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어번 다이닝 라운지(urban dining lounge)’를 콘셉트로 내세운 이태원점의 요리는 말 그대로 ‘캐주얼의 격식’을 보여주고 있다.
오픈 주방에서 파스타를 볶고 스테이크를 굽는 모든 조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오픈 주방에서 파스타를 볶고 스테이크를 굽는 모든 조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엘본더테이블을 이끄는 최현석 셰프가 이곳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캐주얼하지만 이지하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 본점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이태원의 자유분방함을 빌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점심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국식 런치 스타일, 저녁엔 이탈리안 음식에 오리엔탈적 요소를 가미한 품격 있는 퓨전, 조금 더 늦은 저녁엔 칵테일과 스페인 타파스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시간대별로 세 가지 다른 메뉴를 구성했다. 오리엔탈적 요소를 접목시킨 요리가 본점보다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Gourmet Report] 오리엔탈과 이탈리안의 맛깔나는 마리아주 ‘엘본더테이블’
첫인상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차즈케 파스타. 뿔 모양의 3단 용기에 링귀니 면과 쓰유 크림, 5가지 토핑이 담겨 나온다.
첫인상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차즈케 파스타. 뿔 모양의 3단 용기에 링귀니 면과 쓰유 크림, 5가지 토핑이 담겨 나온다.
최 셰프가 시도한 오리엔탈과 이탈리안의 합궁(合宮)이 성공적으로 나타난 메뉴 중 하나인 오차즈케 파스타를 요청했다. 일본식 오차즈케(녹차에 밥을 말아먹는 일본 요리)와 이탈리안 파스타를 어떻게 섞어냈을까.

오밀조밀한 링귀니 파스타면을 한 입 떠먹자 녹차 향이 입 안을 휘감아 내려간다. 일본식 간장인 쓰유를 섞어 만든 크림소스는 고소하고도 부드럽다. 마치 평생 일본에서만 살던 처녀가 생애 첫 유럽여행을 떠나 로맨틱한 이탈리아 남자와 사랑에 빠진 광경을 보는 듯하다.

오차즈케 파스타에 ‘섞어 먹는 재미’가 있다면 바나나, 라즈베리, 유자, 녹차, 청양고추, 고추장 등 여섯 가지 머스터드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는 ‘골라 먹는’ 재미를 선사한다.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접시 위의 여섯 가지 소스들과 눈을 마주치는 기분이란. 마치 여섯 군데의 맛집 탐방을 한번에 떠나는 날의 마음과 흡사하다.
바나나, 라즈베리, 유자, 녹차, 청양고추, 고추장 등 색다른 머스터드 맛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는 스테이크.
바나나, 라즈베리, 유자, 녹차, 청양고추, 고추장 등 색다른 머스터드 맛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는 스테이크.
과연 이들이 어울릴까 싶은 의구심은 입 안에 스테이크가 들어가는 순간 놀라움으로 바뀐다. 개인적으로 가장 흡족했던 소스는 유자 머스터드소스. 고기의 속살로 유자의 새콤한 맛이 배어들면서 고기의 식감을 더욱 살려준다. 상큼한 맛을 좋아하는 여성이나 어린이들에겐 바나나, 라즈베리 소스를 추천한다. 외국인 바이어와 함께 하는 식사라면 동양적인 맛인 녹차, 청양고추, 고추장 머스터드로 색다른 자극을 주는 것도 좋겠다.

엘본더테이블 이태원점에서 만날 수 있는 매력이 또 하나 있다. 월드클래스 믹솔로지스트인 박성민 바 매니저와 최 셰프의 마리아주. 스테이크와 어울리도록 새롭게 개발한 70여 종의 칵테일을 맛 볼 수 있다. 기발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두 사람이 창출해내는 시너지를 엿보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다.

레스토랑 길 건너편엔 삼성미술관 리움이 있고 오른편으로 100m가량 걸어가면 공연장 블루스퀘어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식사와 문화 관람을 함께 즐겨도 좋겠다.





Information

위치 서울 용산구 한남동 729-45 호성빌딩 1층(Passion5 건물 옆)

영업시간 점심 오후 12시~3시, 저녁 오후 6시~익일 오전 2시

가격대 파스타 & 리조토 2만2000~4만3000원,

메인 요리 3만6000~6만4000원, 차콜 그릴 스테이크 4만2000~13만5000원

기타 70여 종 칵테일과 계절별 컬러를 모티브로 재해석한 60여 종 와인 리스트

문의 02-790-0700


글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