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박지은의 동생, 삼원가든 박수남 회장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메인이 아니다. 삼원가든 정원에서 뛰어놀던 시절부터 외식업이 미래이자 목표였던 이 젊은 남자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박영식 SG다인힐 대표 “감히, 청출어람!”
요즘 소위 잘나간다 하는 외식 브랜드는 대기업 소유인 경우가 많다. 규모가 좀 된다 싶으면 으레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려니 생각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외식업계에서 SG다인힐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 있다. 대기업이 아닌, 엄밀히 말하면 삼원가든을 모기업으로 하는 작은 개인 기업이지만 무려 7개의 외식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

브랜드마다 콘셉트도 다르다. 컨템퍼러리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블루밍가든, 아메리칸 스타일의 스테이크하우스인 붓처스컷, 투 플러스 등급의 숙성 한우 등심 전문점인 투뿔등심, 버거 전문인 패티 패티, 코스 중심의 파인 이탈리안 다이닝인 부띠끄 블루밍, 스페인 파스타집인 봉고, 그리고 최근 오픈한 이탈리안 피자전문점 꼬또(COTTO)까지 개성이 확실하다.

삼원가든에서 법인을 분리하고 본격적인 전문 외식 브랜드 사업을 시작한 게 지난 2007년이니 이 모든 일들을 불과 5년 만에 이룬 셈. 그러나 40년 가까이 장수하며 어느덧 고깃집의 대명사처럼 된 삼원가든의 내공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박수남 삼원가든 회장의 아들이자 SG다인힐의 대표인 박영식 부사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어릴 적 삼원가든 정원이 곧 놀이터였던 그는 외식업이라는 한 가지 길만을 줄곧 바라보고 꿈꿔온 ‘뼛속까지’ 외식 전문가다.


외식 문화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었던 건가요.

“아버지가 평생을 해온 일이니 당연히 물려받아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니에요. 어린 시절 삼원가든 정원에서 뛰어놀며 갈비를 먹던 그때부터 이 길이 곧 제 꿈이자 운명이었죠. 제가 어릴 때부터 ‘이건, 내 거야’ 그랬대요.(웃음)”

외식 사업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나 봐요.

“사실 아버지는 누나 때문에 미국에 계실 때가 많았고, 국내에 있을 때도 요식업중앙회장 등 대외 활동이 많았기 때문에 일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자주 뵙지 못했어요. 어릴 때 막연히 내가 가야 할 길로 생각했던 것이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면서부터 구체화됐죠. 자라면서 봐온 것도 있고 또 워낙 관심이 많은 분야라 전공을 하면서도 굉장히 쉬웠고 기세등등했어요. 현실의 냉혹함을 몰랐던 거죠(웃음).”

현실은 어땠는데요.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친 후 2004년 들어왔는데 그때 일식과 갯벌 장어요리를 하는 조그만 식당을 운영했어요.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00% 참여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사실 잘 안됐어요. 그때 겪은 시행착오가 2007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죠.”

SG다인힐은 오픈하는 브랜드마다 승승장구 아니었나요. 실패의 쓴맛보다 성공의 단맛에 더 익숙할 것 같은데요.

“쓴맛도 많이 봤어요. SG다인힐의 첫 브랜드는 일식과 그릴을 같이 하는 퓨어 멜랑쥬였는데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쳐 작년에 접었고, 다른 브랜드들도 매일 희비곡선을 그리고 있죠. 같은 브랜드라도 잘 되는 지점과 그렇지 않은 지점이 있거든요. 거기다 외식업은 하루하루 매출이 나오다 보니 어떤 날은 잘되고 또 어떤 날은 잘 안돼서 일희일비해요. 저희 어머니가 ‘오늘 매출이 좋으면 금방 부자 될 것 같고, 안 되면 망할 것 같지?’라면서 다급해하지 말라 하시는데 저희 아버지도 그랬고 저도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현재 7개 브랜드를 오픈했잖아요. SG다인힐이 이렇게 많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그게 전략이었어요. 우리는 기업의 브랜드를 먼저 내세우는 것과 반대로 각각의 브랜드들이 잘 되다 보면 시너지를 내서 회사 이미지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그렇게 가고 있는 단계이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 여기도 SG다인힐에서 하는 거네’ 하도록 만드는 거 말이에요. 같은 맥락에서 삼원가든과의 연관성도 더더욱 오픈하지 않았죠. 블루밍가든만 하더라도 삼원가든이 관계돼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슨 갈빗집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야’ 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블루밍가든 오픈 초기에 물수건을 줬더니 갈빗집 아니랄까 봐 이런 걸 준다고 하는 손님도 있었거든요.(웃음)”

7개 브랜드는 너무 많지 않아요? 선택과 집중을 하면 오히려 매출에는 더 도움이 될 텐데요.

“외식 문화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이 있어요. 물론 처음엔 막연히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하나 둘 브랜드를 오픈하고 좋아해주는 분들이 생기면서 그분들을 위해서, 또 외식 문화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죠. 더구나 저는 아버지가 이 일에 평생을 종사하며 잘 해온 덕분에 남들과는 출발이 좀 달랐잖아요.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이 사명감을 갖고 해야죠.”



아버지와 같고도 다른 경영 스타일
아버지는 박 대표에게 어떤 존재감인가요? 든든한 백그라운드? 아니면 넘어서야 할 존재?

“철없는 소리지만 어릴 땐 제가 아버지보다 더 잘할 것 같았어요. 지금은 갈수록 아버지가 더 대단해보여요. 아버지는 무일푼으로 자수성가하신 분이거든요. ‘삼원가든’이라는 회사명만 봐도 아버지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석 삼(三)’에 ‘으뜸 원(元)’으로 맛, 친절, 청결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요즘 외식업계에서 기본으로 꼽는 ‘QSC(Quality·Service·Clean)’를 30년도 훨씬 더 전에 사명으로 삼았다는 게 놀라워요. 아버지가 완벽주의자세요. 큰 식당들이 다 망하고 혼자 남은 것도 그래서인 것 같아요.”

아버지의 경영 스타일과 박 대표의 스타일은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요.

“처음에는 왜 저렇게 할까 하고 이해 안 되는 부분들도 많았죠. 그런데 별로 버릴 게 없더라고요. 특히 그중에서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생각은 계속 계승해야 할 점이죠. 좀 다른 게 있다면 직원 복지나 기업 문화에 대한 부분이에요. 삼원가든이 한창 잘되던 시절의 자료를 보면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와 혜택이 참 많았더라고요.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까지 자녀들 대학 등록금을 다 내줬을 정도로 말이에요. 그런 선진적인 복지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없어진 게 아쉬워요. 직원들과 같이 나눌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제가 직원들에게 약속했던 게 주인 만들어주겠단 거였어요.

주인이면 주인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사실 주인의식이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일하는 분들 중엔 나중에 자기 식당 하나 하고 싶어서 오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 소망을 이뤄줄 생각이에요. 프랜차이즈 사업을 곧 진행할 예정인데 직원들부터 매장을 줄 거거든요.”

그러려면 회사가 먼저 잘 성장해야겠군요.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나요.

“한 40~50점 정도에요. 실패도 있었고, 더 좋은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었는데 못한 것도 있죠. 현재 매장만 17개인데 100% 제 맘에 들게 운영된다고 말하기 힘들어요. 규모가 작았을 때는 일일이 제 손이 닿았는데 지금은 전부 다 챙길 수가 없거든요.”

어느 부분까지 직접 관여하나요.

“브랜드 콘셉트, 매장 인테리어, 메뉴 개발까지 다 챙기죠. 특히 메뉴 개발팀은 제 직속부서로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어요. 그래서 트렌드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죠. 잘되는 집이 있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직접 찾아가보기도 하고, 전문 블로그들을 서치하면서 간접 공부도 하죠. 제가 요리는 생계형 요리밖에 못하는데 다행히 맛에 대해선 굉장히 예민해요. 다섯 살 때부터 누나가 미국에 살아서 매년 미국에 한 번씩 갔었는데, 그때부터 다양한 맛을 경험하며 입맛이 트인 것 같아요. 어릴 땐 어머니가 저에게 음식 간을 보라고 하실 정도였죠.”

박 대표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아버지의 평가는 어때요.

“저한테는 칭찬을 안 하시는데 간접적으로는 칭찬이 들려요.(웃음) 직접적으로는 질책을 더 많이 하시죠. 그나마 지금은 나은 거예요. 초기에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혼났어요. 손익계산에서 얼토당토않은 숫자를 내밀어서 혼나고, 꼼꼼하지 못한 걸로도 혼났죠. 실은 제가 꼼꼼한 편인데도 아버지가 워낙 꼼꼼해서 성에 안 찬 것도 있었을 거예요.”
외식 문화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이 있어요.저는 아버지가 이 일에 평생을 종사하며 잘 해온 덕분에 남들과는 출발이 좀 달랐잖아요.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이 사명감을 갖고 해야죠.
외식 문화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이 있어요.저는 아버지가 이 일에 평생을 종사하며 잘 해온 덕분에 남들과는 출발이 좀 달랐잖아요.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이 사명감을 갖고 해야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기업을 지향
우리나라의 다이닝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많이 발전하고는 있는데 양극화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좋은 데는 더 좋아지고 정체되는 곳은 계속 정체되고…. 또 트렌드 주기도 짧고 쏠림 현상도 심하죠. 그런 면에서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는 회사가 없다는 게 아쉬워요. 제 가치관 중 하나가 트렌드를 읽는 것보다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이 되자는 거예요.”

경제적 여건도 그렇고 기업을 운영하기 참 어려운 환경이잖아요.

“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늘 어렵다는 말만 들었어요. 좋은 때가 없었죠. 그래서 도대체 좋으면 어떻게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 지난여름 이후론 심각하게 체감될 만큼 힘들긴 해요.”

전략이 있나요.

“정공법으로 가는 거죠. 이럴 때일수록 더욱 기본에 충실하자는 주의예요. 신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다가 현재 중지한 상태인데 그 또한 새로운 브랜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존의 브랜드를 다시 정비할 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SG다인힐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요.

“브랜드는 1년에 기본적으로 한 개씩은 오픈할 생각입니다. 그 대신 매장을 많이 내지는 않아요. 지금 블루밍가든이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너무 많아지면 식상하잖아요. 개인적으로는 2개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당은 하지 말자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직영 운영 체제로는 매출 1000억 원까지 달성하고 그다음부터는 프랜차이즈도 할 겁니다. 올해 매출이 600억 원 정도 예상되니 좀 더 달려야죠. 하지만 ‘최대’보다는 ‘최고’가 되는 게 먼저예요. 누구에게나 소중한 단골집 같은 곳을 만들고 싶은 거죠. 직원들에게도 정말 만족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영은 공격적, 적극적으로 하되 회사에 일조하는 직원들에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돌려주는 회사, 그게 제 목푭니다.”


글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