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자산 2조 원 미만 기업도 모두 연결기준으로 실적을 공시하고,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기업의 실적뿐 아니라 자회사 실적도 중요해지는 것이다.


SBS미디어홀딩스는 지난 2분기에 순손실 2억 원을 냈다. 하지만 계산 방법을 달리하면 순이익은 218억 원으로 바뀐다. 자회사들의 순이익을 더해주느냐 마느냐에 따라서다. 순이익 218억 원은 SBS콘텐츠허브, SBS골프, SBS스포츠 등 7개 종속회사(지분율 50% 이상)와 SBS라는 관계회사(지분율 20% 이상)의 순이익을 지분법에 따라 반영했을 때의 결과다.

지난해 모든 상장 기업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의무적으로 도입됐다. K-IFRS하에서는 종속회사와 관계회사의 실적을 반영해주는 연결재무제표가 중심이다. 하지만 SBS미디어홀딩스처럼 자산 2조 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분기 및 반기에 한해 별도재무제표로 공시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이 유예 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자산 2조 원 미만 기업도 모두 연결기준으로 실적을 공시하고,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기업의 실적뿐 아니라 자회사 실적도 중요해지는 것이다.

자회사 실적이 좋다면 연결기준 실적도 개선된다. 반대로 자회사 실적이 나쁘다면 연결기준 실적이 악화된다. 따라서 모든 기업이 연결기준으로 실적을 작성하게 되는 내년에는 이에 따라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연결재무제표는 종속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모회사 실적에 100% 반영하고, 관계회사는 지분법에 따라 반영한다.


연결기준 재무제표란

IFRS하에서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방식은 세 가지로 나뉜다. 연결재무제표, 별도재무제표, 개별재무제표다. 연결재무제표는 종속회사와 관계회사를 보유한 기업이 작성한다. 종속회사는 보유 지분이 50%를 초과하거나 50% 이하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는 회사를 말한다. 보통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20% 이상 소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관계회사로 분류한다.

연결재무제표는 종속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모회사 실적에 100% 반영하고, 관계회사는 지분법에 따라 반영한다. 즉, 종속회사가 순이익 100억 원을 냈다면 100억 원 전액을 모회사 순이익에 더해주고, 지분 20%를 가지고 있는 관계회사가 순이익 100억 원 냈다면 100억 원의 20%만큼인 20억 원만을 모회사 실적에 더해주게 된다. 따라서 모회사 실적만큼 자회사들의 실적이 중요해지게 된다.

별도재무제표는 종속회사와 관계회사를 소유한 기업이 작성하는 것으로 자회사 실적을 반영해주지 않는다. 다만 투자한 주식에 대해서는 취득원가로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소유 기업이 배당을 할 경우에만 이를 수익으로 인식한다. 지금까지 자산 2조 원 미만 기업들이 작성해왔던 방식이다. 개별재무제표는 종속회사가 없는 기업들에 해당한다. 다만 관계회사가 있을 경우에는 이를 지분법으로 반영해준다.



우량 자회사 부각

금융감독원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결산 기준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상장 법인 회사당 평균 6.5개의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분기 및 반기 보고서를 별도기준으로 공시하는 자산 2조 원 미만 상장 법인도 회사당 평균 3.8개의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별도기준으로 분기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은 949개로 전체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라며 “해당 기업들이 모두 내년부터 연결기준의 분기 보고서를 발표하게 됨에 따라 자회사들의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별도재무제표하에서 우량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은 자회사 이익을 분기 보고서에 반영시키지 못해 이익이 실제보다 작게 잡히는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불량 자회사를 보유한 기업은 분기 보고서상 이익이 실제보다 크게 잡히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회계기준 적용의 한시적인 유예로 발생한 오류들이 내년부터는 없어지게 된다. 강 연구원은 “주식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이익이 실제보다 작게 잡혔던 우량 자회사 보유 기업이 유망 종목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속회사는 보유 지분이 50%를 초과 하거나 50% 이하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는 회사를 말한다.
[KOSDAQ] 내년부터 연결재무제표 전면 적용, 우량 자회사에 관심을
연결 실적 수혜주

유진투자증권이 연결 실적 수혜주로 꼽은 종목은 SBS미디어홀딩스, 서흥캅셀, 코리아써키트, 평화정공, 제이콘텐트리, CJ오쇼핑, 현대그린푸드, 한솔CSN, 한국단자, 현대글로비스, 유한양행 11개 종목이다. 자회사의 이익 비중이 높고 내년 연결기준 이익 증가율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을 추렸다.

코리아써키트는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기판)을 만드는 회사다. 3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은 12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 영업이익은 105억 원으로 8773.2% 증가했다. 순이익은 72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이것도 종속회사나 관계회사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별도기준 실적이다. 코리아써키트는 테라닉스 지분 51%와 인터플렉스 지분 32%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인터플렉스는 스마트폰용 연성회로기판(FPCB)을 만드는 업체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덕분에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지분법에 따라 인터플렉스 순이익이 코리아써키트 재무제표에 반영된다면 순이익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코리아써키트의 연결기준 순이익이 올해 4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에는 57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종속회사 2개와 관계회사 5개를 갖고 있다. 이 중 순이익 기여도가 높은 것은 관계회사인 유한킴벌리(지분 30%)와 한국얀센(지분 30%)이다. 이 두 업체는 작년 각각 1130억 원과 24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알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한킴벌리는 3분기 중국 수출 물량이 4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하는 고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관계사 실적뿐 아니라 자체 사업부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 6월 당뇨 치료제, 폐렴구균 백신, 고혈압 치료제 등을 출시하고 올 12월에는 B형 간염 치료제, 항응고제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약품사업 부문의 매출이 내년에 5380억 원으로 올해보다 2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전체 매출은 9193억 원(18.0% 증가), 영업이익은 719억 원(93.7% 증가)이 예상된다.

방송·영화·잡지 사업을 하는 제이콘텐트리도 연결기준 전환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이다. 드라마하우스(지분 100%), 아이에스일간스포츠(100%), 메가박스(46%) 등 종속회사 7개와 중앙판교개발(29%) 등 관계회사 3개를 갖고 있다. 지난 3분기 제이콘텐트리는 별도기준으로 매출 220억 원, 영업이익 5478만 원을 발표했다. 하지만 신영증권은 연결기준으로는 매출 1053억 원, 영업이익은 15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국내 영화산업 호조로 메가박스의 높은 실적 기여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가박스의 3분기 관람객은 1000만 명으로 지난해 3분기에 비해 21%, 전 분기에 비해선 34%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메가박스 매출은 584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드라마 쪽에서는 지분율 100% 종속회사인 드라마하우스의 3분기 매출이 지난해 1억 원에서 올해 44억 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TV 드라마는 ‘무자식 상팔자’의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영화는 ‘광해’와 ‘늑대소년’ 등의 흥행으로 메가박스 실적 개선세가 돋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한국경제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