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속 성장을 위해 소비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획만큼 소비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양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극심한 소득격차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중국은 금융 위기를 계기로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이후 이전의 수출대국에서 소비대국으로 변하려고 다양한 소비확대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의 경기 침체로 수출 주도 성장이 어렵기도 하고 G2 규모로 커진 중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수출 이외에 소비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게 중국 정부와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소비재 보조금 지급 등 몇 차례에 걸친 소비진작책에도 불구, 소비 확대는 거의 답보상태로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왜 그럴까. 시장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중 개인소비를 충분히 자극하기에는 소득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중국이 고성장을 해오면서 빈곤과 소득격차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간략히 살펴본다.
[In China] 소비확대정책 성공의 선결 조건은 소득격차 해소
절대빈곤 인구 빠르게 감소

중국의 절대빈곤 인구 숫자 자체는 장기간의 고성장과 빈곤대책에 힘입어 대폭 줄어들었다. 물론 절대빈곤 인구라 해도 빈곤소득의 정의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연소득 1067위안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 기준으로 보면 절대빈곤 인구는 2000년 9422만 명에서 2011년 2688만 명으로 10여 년 만에 거의 4분의 1로 줄었다. 연소득 2300위안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기준으로 봐도 2000년 약 2억5000만 명에서 2011년 6만6550명으로 비슷하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다른 나라들의 절대빈곤 인구 감소와 비교하면 중국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동안 가장 빠른 성장을 보여 온 브릭스(BRICs)의 대표주자인 중국, 인도, 브라질을 비교해보면 지난 30여 년간 인도의 총인구 대비 절대빈곤 인구 비율이 60%에서 34%, 브라질이 17%에서 6%로 하락한 반면, 중국의 경우는 84%에서 5%로 엄청난 하락을 보였다.

그러나 절대빈곤 인구의 감소가 긍정적인 것과는 달리 1인당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돼 향후 소비 확대를 제약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계층·지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경제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말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소득 상위계층 10%의 1인당 소득은 하위계층 10%의 23배이며, 상위 10% 사람들이 전체 부(富)의 40~45%를 지배하고 있는 반면, 하위 10%는 부의 2%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시장 일부에서는 중국이 선진국으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인건비, 토지비용 상승과 함께 심각한 소득격차 심화로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는 심각한 수준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도 크다. 도시의 1인당 소득이 농촌 대비 3.23배로 나오고 있는데, 이는 1980년대 초 개혁·개방한 이래 최대의 격차다. 또 세대별 자산 상황을 보면 2011년 기준으로 도시의 세대당 평균 보유자산은 247만6000위안으로 농촌 37만7000위안의 6.6배이며, 자산 중 금융자산만 보면 도시가 11만2000위안으로 농촌 3만1000위안의 3.6배나 된다.

따라서 매년 발생하고 있는 소득격차가 축적돼 보유자산 갭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 농촌이 아닌 대도시 또는 성별로 비교하면 격차가 더 극심하다.

2010년 기준이긴 하지만 중국의 1인당 평균소득 4405위안일 때 최고 부자 도시인 상하이의 1인당 평균소득은 1만2975위안, 베이징 1만1597위안, 성으로서는 장쑤(江蘇省)성이 7764위안, 저장(浙江)성 7764위안으로 높은 반면, 아직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서부 내륙지방인 윈난(雲南)성은 2333위안, 구이저우(貴州)성 같은 경우는 1787위안으로 상하이, 베이징 1인당 소득의 15~20%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가. 가장 자본주의적이어서 소득격차도 큰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경우 소득 상위 1%가 23.5%의 소득을 차지하고 있고 하위 1% 평균소득의 14배, 일본은 상위 1%가 9.2%의 부를 갖고 있으며 이는 하위 1%의 10배라고 한다.

중국의 상위 10%가 하위 10%의 23배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소득격차가 훨씬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인도, 브라질과 비교할 때 절대빈곤 인구의 감소는 중국이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소득격차에 있어서는 중국의 소득격차가 가장 확대되고 있는 반면 인도와 브라질은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의 소득불균형 상황을 소득격차의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로 살펴보면 개혁·개방 시점인 1980년에 0.16이었던 것이 계속 상승해서 2010년에는 0.47로 3배로 뛰어올랐다.

일반적으로 0.4를 초과하면 사회 불안 등이 생기고 위험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시장 일부에서는 중국이 선진국으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인건비, 토지비용 상승과 함께 심각한 소득격차 확대로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In China] 소비확대정책 성공의 선결 조건은 소득격차 해소
GDP 3분의 1에 달하는 음성소득이 소득격차 심화시켜

중국인들을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정규 임금 형태는 아니지만 각종 경비를 회사 또는 업무 관련 기업에서 대준다든지 하는 사실상 소득과 같은 혜택이 적지 않다. 소위 음성소득이다. 이를 전문적으로 추계하는 중국학자에 따르면 음성소득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고, 또 소득 상위 10%가 중국 총 음성소득의 62%, 소득 상위 20%가 음성소득 80%를 가져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상위 계층 일부가 음성소득 대부분을 독차지한다는 얘기인데, 이를 감안할 경우 중국의 소득 상위 10%의 평균소득은 하위 10% 평균소득의 23배가 아닌 65배나 된다는 얘기다.

특히 음성소득은 개인 입장에서 과세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득 상위계층이 음성소득을 거의 독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격차 확대의 체감도를 심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 세제에 있어 주된 세수항목은 증치세(增値稅: 상품에 부과되는 부가세)와 영업세(서비스에 부과되는 부가세)이고 개인소득세는 총세수입의 6~7%에 불과하다. 따라서 개인 소득격차의 확대를 아직 세금으로 적극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셈이다.

아무튼 중국은 시진핑 시대를 맞아 어떤 식으로든 그동안의 불균형 고성장정책을 수정해서 소득재분배 정책과의 균형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득격차를 줄임으로써만이 불안요소를 해소함은 물론, 소비 확대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도 얘기하고 있으나, 중국의 경우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한 국부가 워낙 탄탄해서 필요할 때마다 국부를 통한 투자 및 소비 자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