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택원 (주)엘엔케이로직코리아 대표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약 7조 원. 세계 게임 시장 규모의 10분의 1을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 부문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게임이 시장점유율 70%를 육박하고 있는 현재, 한국은 게임의 주요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영향력 있는 ‘게임 재벌’들을 탄생시킨 한국에서 15년째 은근하지만 강력한 게임 콘텐츠로 국내외 게임 유저들을‘접수’하고 있는 중견 게임회사가 있다. 최근 ‘거울전쟁-신성부활’을 출시하며 또 한 번의 약진을 기대하고 있는 (주)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남택원 대표를 만났다.
[CEO Interview] ‘거울전쟁’으로 세계 게임 시장 전쟁에 다시 출사표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이하 엘엔케이)라는 회사를 설명할 때 굳이 A4 용지 한 장이 넘는 회사 연혁을 모두 훑어볼 필요는 없겠다. 그보다 훨씬 간단하고 명쾌하게 이해를 돕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거울전쟁과 붉은 보석 게임을 개발한 회사’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작가이자 게임 개발자인 남택원 대표는 1997년, 대학 졸업 후 외환위기의 한파로 대한민국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 엘엔케이를 창업했다.

건축학과 출신의 사회 진출치고는 정공법에서 많이 비껴간 경우. 경기가 ‘죽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던 시절, 그는 8명의 직원을 고용해 은근과 끈기로 게임을 개발했고,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최초의 ‘안타’로 기록된 ‘거울전쟁-악령군’ 게임을 출시한 후 3년간 연이어 히트작을 선보인 바 있다.


6여 년의 개발 끝에 슈팅 롤플레잉 게임 출시

홍보비가 부족해 게임의 스토리를 PC통신 하이텔에 연재한 것이 계기가 돼 그는 게임과 동명의 판타지 소설까지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고, 거울전쟁은 게임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게임의 장르를 바꿔가며 12년 후 네 번째 작품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요즘 버스나 지하철 광고판에 걸그룹 ‘씨스타’가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온라인 슈팅 롤플레잉 게임(RPG) ‘거울전쟁-신성부활’이 그것. 지난 8월 공식 오픈 후 신성부활은 조용히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가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던 날 찾은 남 대표의 집무실 장식장에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봤을 법한 피규어가 가득했다. 대형 모니터 옆에 위치한 매킨토시 앰프와 B&W 스피커 역시 그의 취향과 관심사를 간접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거울전쟁-신성부활’ 게임 맛보기에 들어갔다.
[CEO Interview] ‘거울전쟁’으로 세계 게임 시장 전쟁에 다시 출사표
B&W 스피커를 연결하니까 게임의 생동감이 넘치는데요.

“하하, 아무래도 그렇죠. 게임을 만들어 놓고 보니 더빙(대사)이 너무 많은 듯한 느낌도 있어요.”

거울전쟁의 역사가 12년입니다. 신성부활 편으로 슈팅 RPG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들었는데,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였고 어떤 특징을 가진 게임인가요.

“슈팅게임(총이나 무기를 발사해 적이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임)은 역사가 꽤 오래된 게임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예요. 우리가 잘 아는 ‘갤러그’나 ‘1942’ 등이 슈팅게임 1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반 거의 전 오락실을 채웠던 인기 게임들이죠. 슈팅 1세대 게임들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모두 사라졌는데, 조종하는 객체가 우주선이나 비행기로 변모했어요. 그 다음이 유저가 사람을 조종하는 형태인데 ‘스트리트 파이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오락실에 앉아있는 사람 열 명 중 아홉 명이 슈팅게임을 했었는데 단순하고 조종법도 쉬운 슈팅게임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더라고요. 보강을 해서 개발한다면 접근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거기에 롤플레잉 기능을 추가해 슈팅 RPG 게임을 만들게 됐어요. 6여 년에 걸쳐 개발했죠.”

신성부활은 10대에겐 다소 생소하고 30~40대에게는 옛 학창시절 오락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로 만족하십니까.

“만족할 수가 없죠.(웃음) 욕심을 많이 부린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적 재미를 주려고 더빙 분량을 좀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요. 애초에는 15개의 캐릭터를 기획했다가 출시 때 4개만 오픈했는데 조금 더 준비해서 다른 캐릭터들도 공개해야죠.”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거울전쟁-신성부활’ 광고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광고모델이 걸그룹 씨스타더군요. 씨스타가 게임 캐릭터와 연관성이 있어서인가요, 아님 스타마케팅의 일환인가요. 혹시 씨스타 팬이신가요.

“제가 팬이라서가 아니라 저희 마케팅팀장이 씨스타를 강력하게 추천했어요.(웃음) 캐릭터와의 연관성보다는 최근 스타마케팅이 대세인 점을 감안해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겁니다. 게임도 콘텐츠산업이니까요.”

현재 신성부활은 국내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나요. 출시 두 달째인데 동시 접속자수는 몇 명 정도 됩니까.

“지금은 국내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는데, 동시 접속자수는…. 공개할 수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5년 전만 해도 동시 접속자수가 2만~3만 명 정도면 성공했다고 얘기를 했는데 요즘은 1만 명만 넘어도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어요. 한국은 셧다운제(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 실시 등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거울전쟁 전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스토리를 직접 구상한 것으로 압니다. 1편(거울전쟁-악령군)의 스토리는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었죠. 사업가와 작가, 두 가지 중 더 집중하고 싶은 쪽을 묻는다면요.

“솔직한 희망사항은 글쓰기에 집중해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병행해야 한다면 52%는 글에, 48%는 사업 쪽으로 분배하고 싶고요. 거울전쟁 1편은 제가 쓴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다음 편부터는 직원들하고 함께 작업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요즘엔 신성부활 뒷부분 스토리를 구상 중이에요. 거울전쟁 다음 작품도 구상 중이고요.”

한양대 건축학과 재학시절 판타지 소설을 쓰셨다고요.

“‘거울전쟁’은 대학교 2학년 때 정해뒀던 제목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게임 개발에 뜻이 있었기 때문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구상하고 있었던 거죠. 그때도 슈팅게임을 그렸었죠. 1997년 엘엔케이 창업 후 신생업체다 보니 만들어 둔 게임을 홍보할 수단이 없었어요.

소설은 대학 졸업 후부터 조금씩 쓰기 시작했었는데, 게임을 알리려면 소설을 쓰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당시 PC통신 하이텔에 총 72편을 연재했는데 최고 조회수 1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출간할 생각은 없었는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해서 출간하기에 이르게 된 거죠.”

게임이 그렇게 좋았는데 왜 굳이 건축학과로 진학했습니까. 학창시절에 오락실 때문에 어머니 속 꽤나 썩였을 것 같은데요.

“잘 아시네요.(웃음) 오락실에서 어머니와 술래잡기 많이 했었죠.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컴퓨터공학과도 생각했지만 고등학교 때는 정확히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당시에는 ‘콘텐츠’라는 말도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라 막연하게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만화, 게임 등을 생각했었죠. 요즘이야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등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분야를 가르치는 학교도 없었죠. 고1 때부터 일단 계열은 이과로 생각하고 공부를 했는데, 이과 중에 그림을 그리는 과는 건축학과밖에 없더라고요.

건축도 실용예술이니까 예술과 통하는 면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건축은 너무 정적이었어요. 어차피 건축도 콘텐츠고 게임도 콘텐츠다 싶어서 일단은 건축기사자격증도 따고 공부를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건축 공부를 한 것이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건축과 게임이 유사한 점을 많이 갖고 있거든요.”


대학 졸업 후 3여 년 만에 창업하셨죠. 건축학과 출신으로 탄탄대로를 놔두고 창업의 길을 선택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학 2~3학년 즈음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1학년 때부터 청소년 게임잡지에 게임 분석(공략 가이드) 기사를 쓰거나 게임 매뉴얼 번역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영어 매뉴얼을 번역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다음 세대 아이들도 번역된 매뉴얼을 보면서 미국이나 일본 게임만 하면서 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문화적으로 종속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됐죠. 사명감이랄까요. 그런 게 생기더라고요.(웃음) 한국 사람의 사고로 만들어진 게임을 우리 후세대에는 전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건축학과 졸업 후에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건축기사1급 자격증도 땄어요. 공부는 제대로 했었던 거죠. 하하하.

뭐, 졸업도 정상적으로 하고 졸업할 때 상도 받았습니다. 건축기사 자격증이 있었던 덕에 군대 대신 건설회사에서 3년간 일하면서 건축현장 실무도 배웠어요. 그 3년이 끝난 게 1997년인데, 좀 쉬려던 참에 지인들이 연락을 해 왔어요. 친구 4명과 창업자금 5000만 원으로 시작했죠.”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그때가 딱 IMF 때였는데요.

“물론 어려웠습니다.(웃음) 당시 H 컴퓨터회사 출신 친구도 있고 해서 창업 1년 간은 기업 홈페이지 제작을 주로 했어요. 그런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잘 안되더라고요. 1년 반 정도 자본만 까먹고 지인들과 결별했죠.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게임을 만들어보기도 전이었거든요. 그래서 혼자서 다시 게임회사를 출범시켰죠. 이제부터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자고 재창업을 했죠.”

1년 반 만에 실패한 뒤 혼자 한 재창업은 잘 됐습니까.

“1998년이었는데, 직원 8명을 뽑아서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죠. 당시 우리나라 게임개발회사는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어요. 한 번 실패로 자본을 까먹었으니 어쩔 수 없이 집안의 도움을 받았는데, 잘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회사의 주식을 드렸어요. 하하. 2000년 9월에 드디어 첫 번째 작품인 ‘거울전쟁-악령군’을 출시했는데, RTS(Real Time Strategy) 게임이었어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자원을 캐서 건물을 짓고, 전투기를 만들어서 싸우는 병력 생산 싸움 있잖아요. 악령군은 생산 유닛이 있는 성당이나 민가에서 자원을 모집해 병력을 생산한다는 차원에서 스타크래프트와는 변별성이 있었습니다. 유닛 역시 레벨업 할 수 있어 더 막강한 병력으로 전투할 수 있도록 했는데, 게임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작품이었어요.

악령군이 안타를 치면서 그 다음해에 ‘거울전쟁-은의 여인’을 출시했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2003년에 출시한 ‘붉은 보석’은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었는데, 그 작품이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켰죠.”
매뉴얼을 번역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다음 세대 아이들도 번역된 매뉴얼을 보면서 미국이나 일본 게임만 하면서 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문화적으로 종속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됐죠.
매뉴얼을 번역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서 다음 세대 아이들도 번역된 매뉴얼을 보면서 미국이나 일본 게임만 하면서 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문화적으로 종속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됐죠.
일본 시장에 ‘붉은 보석’으로 온라인 게임 시장 개척

엘엔케이는 2008년 전환점을 맞이했다. 거울전쟁 시리즈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 ‘붉은 보석’으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기 때문이다. 한국인과 게임을 즐기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는 일본 유저들의 눈높이를 잘 파악한 결과, 붉은 보석은 온라인 게임 유저가 전무했던 일본에 새로운 게임 장르로 서서히 틈새를 파고 들어갔다.

한국 기업의 다양한 온라인 게임과 함께 붉은 보석은 괄목할 만한 일본 시장 착륙에 성공, 엘엔케이도 외형적으로 큰 폭의 성장을 거뒀다. 현재 직원은 200여 명. 앞서 출시한 시리즈의 성공은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을 배가시키는 법. 200여 명의 직원들은 ‘거울전쟁-신성부활’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과 내년, 내후년에 출시할 차기 작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물론 그 선두에는 게임의 유저이자 개발자인 남 대표가 있다.


붉은 보석은 일본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으로 평가되고 있던데요.

“애초에는 패키지 게임(CD 형태의 패키지를 구매해서 즐기는 게임)이었지만 2001년부터 패키지 게임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던 바람에 MMORPG로 방향을 바꿔 출시했는데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내년 말이나 내후년쯤 붉은 보석2를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일본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몰입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거울전쟁-신성부활’은 처음부터 일본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게임인가요.

“사실 붉은 보석의 경우 국내보다는 일본 시장에서 더 잘 됐어요. 붉은 보석을 일본에 수출한 것이 2004년이었는데, 당시 일본 게임 유저들에게는 온라인 게임이 생소할 때였죠. 따라서 일본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게임 장르를 보급시켰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출시 3~4년 후에 동시접속자수 3만 명까지 기록했었죠.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어가 힘든 대신 배우는 것이 많은 게임 형태입니다. 붉은 보석2의 경우 해외 시장으로 수출할 때는 튜토리얼을 좀 더 쉽게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겠죠.”

게임의 해외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지화와 협업이죠. 게임은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에 사는 사람의 지역적·시대적 특징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수출 게임은 정치적인 이슈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슬람권에서는 십자가가 치유의 상징이 아닌 폭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니까요.

수출국에 따른 적절한 현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예요. 협업은 현지 서비스사와 함께 일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개발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개발 철학 등에 따라 고수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반면 서비스회사는 현지 유저들에게 맞는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 등을 잘 파악하고 있죠. 그 사이에서 조율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고는 초기 3초, 드라마는 초기 3분 만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게임은 어떤가요.

“게임은 그 시간이 1분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이머들은 새로운 게임을 접할 때 자기 게임 스타일과 비슷한가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그때 뭔가 독특하고 신선한 점이 보인다면 일단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최근에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가장 많이 신경을 씁니다.

실제로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짧은 기간에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최신 그래픽 기법을 사용한 다양한 효과를 사용한 게임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어요.”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현주소는 어떤가요.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2010년 800억 달러 정도로 비디오 게임이 40%, 아케이드 게임(오락실이라고 하는 게임기 업소에서 즐기는 전자오락 게임의 총칭)은 28%, 온라인 게임은 세 번째인 19% 정도입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34.4%, 미국이 23%, 일본이 18% 정도의 비율이죠. 온라인 게임만 보면 중국과 한국 게임이 7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한국 시장 규모는 전체로 볼 때 7조 원 정도 되며, 이 중 온라인 게임이 60% 정도 됩니다. 중국 시장은 최근 온라인 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며 온라인 게이머들이 1억2000만 명에 달할 정도예요.”

엘엔케이의 성장 추세는 어땠습니까.

“지난해 매출은 111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2008년부터 매해 125%, 116%, 108% 정도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2008년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한 데는 붉은 보석의 일본 수출이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게임 시장의 패러다임은 무엇인가요. 또 미래의 그것은 어떠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주된 패러다임은 모바일 게임이겠죠. 모바일 게임은 주부들도 쉽게 할 정도니까요. 일본도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온라인·모바일 게임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앵그리버드’ 등 모바일 게임이 이미 대세인 나라죠.

그런데 모바일 게임이 지금으로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핫(hot)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플랫폼이 급속도로 노화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콘텐츠를 담는 하드웨어의 한계가 곧 문제점으로 대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핀란드 로비오사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는 전 세계 8000만 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2011년 애플 앱스토어에서 ‘올해의 앱’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앨엔케이도 앱스토어용 모바일 게임 개발 계획이 있나요.

“구상 단계에 있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진 않아요. 모바일 게임도 1년 이상 개발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핫할 것 같아 출시하면 이미 트렌드에 뒤처질 수 있는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에요.”

일명 ‘게임 재벌’로 넥슨 김정주 사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남택원 대표의 청사진은 어떤 것인가요.

“매출이 100억을 상회하는 데 붉은 보석의 일본 시장 출시가 주효했어요. 붉은 보석2도 기대가 크지만 목표액을 잡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로 반응이 올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게임은 그 상품적 가치를 떠나 ‘중독’ 때문에 사회문제로 언론에 많이 오르내립니다. 게임 중독에 대한 개인적 생각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중독(poison)’이라는 용어보다는 ‘게임 과몰입(addiction)’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게임 과몰입자들을 분석해보면 다른 것에도 과몰입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은 사회를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 자체도 경쟁이 치열하고, 그 경쟁에서 이겼을 때 우월감을 갖는 특성이 있다고 봅니다. 게임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굉장한 수출사업으로 성장도 했고요. 게임산업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 게임 개발자로 적절한 게임 즐기기에 대한 귀띔 부탁드립니다.

“게임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저 숫자일 뿐이에요. 그 수치들이 내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죠. 그저 즐기고 말자하는 생각으로 해야 집착을 줄일 수 있어요.”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요. 인재관리 노하우도 궁금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 개발자가 될 수는 있지만, 좋은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게임을 좋아해야 해요. 게임을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문제는 다르다는 의미죠. 저희 회사 직원이 200여 명으로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인데, 팀장이 야근한다고 억지로 야근하는 직원은 없습니다.(웃음)”

판타지 소설은 앞으로도 계속 쓰실 겁니까.

“하루에 소설 쓰는 데 2시간은 투자하고 싶은데 어렵습니다. 세계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아 구상은 계속하는 중이에요.”

게임 개발자로서의 꿈은 무엇입니까.

“간단한 퍼즐게임이면서도 전 세계인을 움직일 만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화제의 게임, ‘거울전쟁-신성부활’은…
[CEO Interview] ‘거울전쟁’으로 세계 게임 시장 전쟁에 다시 출사표
시리즈 최신작 ‘거울전쟁-신성부활’은 해방부대, 흑마술파, 악령군의 3파가 패로힐 대륙을 둘러싸고 충돌했던 전작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전작으로부터 160여 년 후의 세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울전쟁-신성부활’이 새로운 장르로 채택한 슈팅 RPG는 점점 간단한 조작을 원하는 유저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기존 MMORPG처럼 다양한 캐릭터들이 동시에 생활할 수 있고, 사냥터에서는 클래식 슈팅게임으로 동시에 최대 5인까지 플레이할 수 있다.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