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
사람의 눈은 물론 우리 사회를 환하게 만드는 데 발품을 아끼지 않는 ‘밝히는 남자’가 있다. 개원 18년 차 안과전문의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금껏 28만 안(眼)을 수술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그가 ‘밝히는’ 캠페인에 푹 빠지게 된 이야기가 궁금했다.안과전문의 11명에 전문 인력 150여 명을 확보하고 있는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는 종합병원을 제외한 안과의원 가운데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세상에 눈 나쁜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싶었다.
분주히 오가는 의료진 사이를 뚫고 병원 홍보관 한쪽에 마련된 카페에서 김진국 원장을 기다렸다. 고운 하늘색 재킷을 입고 나타난 그는 도트 패턴이 감각적인 빨강 보타이를 하고 있었다. 직원의 귀띔에 따르면 평소에도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이라는 것. 감각적인 안과 원장은 기자와 마주하고 자리에 앉자 예의 안과전문의다운 소견(?)을 전한다.
“좀 피곤해 보이긴 하는데 눈을 보니 건강 상태가 아주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네요. 눈에 문제가 생기고 무리가 오는 것은 그 원인을 살펴보면 신체 다른 부분의 상태도 안 좋을 때가 많아요.”
사회에 ‘빚진 심정’ 갚고 싶었다
시력 교정을 위한 종합병원 격인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의 태동은 18년 전 부산에서 비롯됐다. 연세대 의대 졸업 후 군의관 복무를 경상도에서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부산에서 ‘김진국 안과’를 개원한 것이 1994년.
이후 ‘밝은세상안과’라는 안과 브랜드를 론칭했고, 사회 공헌의 의미를 담은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라는 이름을 쓴 것은 지난해부터다.
비앤빛에서 앞의 비(B)는 밝음(Bright)을, 빛(Viit)은 가시광선 7가지를 의미하는 로마숫자 VII과 나눔을 통한 더 밝은 세상을 뜻하는 플러스(+)를 의미한다. 안과의사 생활 18년째. 그간 28만 안을 수술했고 지금도 안과에서는 한 달에 1200~15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수술을 받고 있다.
“솔직히 선배 때문에 안과를 선택했어요. 그때 생각으로는 안과가 다른 과에 비해 깨끗해 보였거든요. 응급수술도 별로 없을 것 같고 멋있어 보였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가서 보니 그것도 아니었어요. 안구가 돌덩이처럼 딱딱해지는 급성 백내장 환자는 2시간 이내에 안구를 풀어주지 않으면 실명하게 되거든요. 안과에도 초를 다투는 응급환자가 있는 겁니다.(웃음)”
선배 따라 강남 갔다 선택하게 된 안과라지만 그는 안과전문의로 활동하며 안과의사로서의 욕심과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안과 분야에서 그가 이룬 ‘최초’라는 기록들이 그것을 대변한다.
라섹수술이 전무하던 시절 이탈리아 밀라노 의료 원정을 통해 습득한 기술로 1999년 국내 최초로 라섹수술을 시작한 것은 물론 2000년 미국 의료진과의 기술제휴로 노안수술을 최초로 도입했다.
양막 연구를 통해 환자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시력 교정 수술 가능 여부를 가려내는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를 2008년 업계 최초로 시도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조그만 의원에서 머물지 않고 11명에 이르는 전문의와 함께 종합병원 버금가는 의료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단독 또는 공동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문을 발표하는 것 또한 흔치 않은 경우다.
그런데 안과의사로서 만든 또 다른 분야에서의 ‘최초’ 기록들이 있으니 바로 밝히는(?) 캠페인들이다. 그는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시력교정 수술 지원을 위한 ‘비앤빛 보이시나요’ 캠페인을 비롯해 선플달기 운동, 서초구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무료로 시력교정 수술을 하는 등 재능기부와 나눔으로 우리 사회를 밝히는 데도 열심이다. “영어로 유명한 민병철 박사를 자주 만나요. 그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차에 제가 안과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섰는데 저만 잘해서 이뤄진 결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언론, 좋은 장비, 좋은 의료 고수들이 도와준 덕분이니 저도 직간접적으로 사회의 도움을 받은 사람인 거죠. 그러면서 빚진 자의 심정이 되더라고요. 국제사회에서 논문도 발표하고 돈도 벌 만큼 벌었지만 빚진 심정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없어 관내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력교정 수술을 시작했어요.
특히 소방공무원들은 안경을 끼고 일하기가 힘들고 렌즈도 불편할 수밖에 없거든요. 선플달기 운동은 민 박사와 함께 하는 캠페인이죠.”
눈도, 사회도 ‘밝히는 남자’
지금까지 무료 수술을 받은 관내 공무원은 50여 명에 이른다. 서울시 디딤돌사업회에서 추천하는 소년소녀 가장과 입영 대상자들에게도 무료 시력교정 수술을 실시하는 중이다. 정준호·이하정 스타부부와 함께 벌이는 ‘비앤빛 보이시나요’ 캠페인을 통해서는 소외 계층을 위한 안과 수술,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제작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체육센터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을 하는가 하면 안경테와 개인 소장 넥타이, 와인을 관내 다문화가정 지원 벼룩시장에 판매용으로 기증하기도 한다. 직원들과, 또 고객들과 함께 모금을 하기도 하지만 사비를 쾌척할 때도 많다.
“예전에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각장애인을 ‘맹인’이라고 표현하는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어요. ‘맹인’이라는 말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비하의 표현으로 쓰인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게 됐는데, 의도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시작장애인들에게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보이시나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죠. 안과의사라 보이시나요 캠페인도 애정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선플달기 운동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남을 칭찬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언어 폭력을 줄이고 더 나아가 미래 우리 사회를 밝게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선플달기 운동은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는 캠페인으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선플 하나에 10원을 적립해 학교에 장학금으로 전달한다. 선플달기 운동과 함께 앰뷸런스 길 비켜주기 운동도 벌이고 있는데, 김 원장은 직원들과 함께 강남역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나비효과였을까. 그는 “최근에 앰뷸런스에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벌금을 내게 하는 법규가 제정됐다”며 흐뭇해했다.
사회를 밝히는 운동은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운동만큼 엔도르핀을 돌게 하는 것일까. 김 원장의 자가진단에 따르면 현재 신체나이는 40대 초반, 눈의 나이는 44세 정도다(실제 나이는 50대 초반). 아침 6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가량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는 그는 자전거 타기는 물론 산악자동차, 수영, 스케이트, 제트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로 단련된 체력을 자랑한다. 노안이 오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으니 과로한 운동 대신 근육을 잘고 가늘게 만드는 스트레칭에 공을 들이고, 과음을 삼가고 비타민 C와 방울토마토 같은 자연식을 즐기라는 권고도 잊지 않았다.
“제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눈은 눈 자체의 문제만이 아닐 때가 많아요. 다른 신체부위와 연관성이 깊은 부위인데, 선천적으로 신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화 사회, 정보 획득의 핵심인 눈을 80세까지 건강하게 관리해야 하는 시대예요. 눈과 전신 건강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안과의사가 목표입니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당장 마트에 들러 방울토마토를 샀다. 컴퓨터, 스마트폰의 잦은 사용으로 시큰시큰 통증이 오던 눈이 방울토마토 섭취를 알아채기를 바랐다. 방울토마토를 씹으며 김 원장의 이야기도 곱씹어봤다. ‘밝히는 남자’가 때론 싫지 않은 이유다.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