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지배구조 변화에 주목하라!

[주식투자] 현대자동차그룹, 경영권 승계 현대글로비스 주목… 지주사 전환 시 현대모비스 수혜
현대자동차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에서 시작해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3.9%를 갖고 있고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20.8%를 통해 세 회사 간 순환출자 구조는 마무리된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사이에 현대제철이 들어가는 순환출자 구조도 성립한다. 기아차는 현대제철 지분 21.3%를 갖고 있고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 5.7%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을 지배하려면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는 이들 기업 중 어느 한 곳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이 낮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지분을 1.75% 갖고 있을 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글로비스(31.9%)와 현대엠코(25.1%) 등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지만 이들 기업은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기업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중 한 기업의 보유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 기업 가치 향상이 관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기업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발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가 현대글로비스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장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는 것과 계열사 간 지분 교환을 통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선 정 부회장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다고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증여세다. 정 회장은 현대차 5.2%, 현대모비스 7.0%, 현대제철 12.5%, 현대글로비스 11.5%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9월 말 현재 7조3000억 원에 이른다.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모두 물려받는다면 3조6500억 원가량을 상속세 혹은 증여세로 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 부회장이 가진 주식으로 물납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차 주식가치는 3조3039억 원으로 아버지의 주식을 모두 물려받았을 때 내야 하는 세금 규모에 못 미친다.

현대글로비스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은 남겨둬야 한다는 것도 고민스러운 점이다. 정 부회장으로선 세금 물납을 하고서도 지배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상승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증권이 분석한 결과 정 부회장이 20%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세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수준은 주당 45만 원이다. 10월 10일 현재 주가 23만4500원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15%로 낮춘다고 해도 주가가 36만 원 이상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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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그룹 내 역할 확대

계열사 간 지분을 교환하는 경우에도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 시나리오는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주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최근 정치권의 표적이 되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동시에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설 수 있다.

문제는 정 회장 부자 소유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가 10월 10일 현재 3조8100억 원으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가치 5조1700억 원보다 1조3600억 원 적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현대글로비스 실적 향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이 현대글로비스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이런 조건이 현대글로비스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현대증권 복합기업팀장은 “현대·기아차 수송 물량 중 현대글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 물량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연간 20%대 매출과 이익 증가세가 2~3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이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중 한 기업의 보유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불확실성 걷히면 현대모비스 부각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부각될 전망이다. 현 지배구조상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단기적으로는 현대모비스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이 현대차그룹 후계 구도 안정에 유리하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너무 높아지면 정 부회장이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에는 현대모비스의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전용기 팀장은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바꾼 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 하면 정 회장 부자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6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엠코 상장 가능성

비상장사 중에서는 현대엠코가 주목할 만하다. 현대엠코는 정 부회장과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엠코의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정 부회장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가치도 커진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엠코를 상장시켜 정 부회장이 보유 주식을 현금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엠코는 시공능력 평가액 등 상장을 위한 기본 요건은 갖췄다. 올해가아니더라도 내년쯤엔 현대엠코가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대엠코가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으로 정 부회장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엠코가 기아차(20%)와 현대모비스(20%) 보유 주식을 매입한 뒤 소각하면 정 부회장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은 각각 42%로 높아진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