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우려되는 것은 정책적으로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전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브릭스 국가들은 금리 인하, 재정 지출 등을 통해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한 뉴딜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북돋아 주는 레이거노믹스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뉴딜정책이란 1930년대 혹독한 경기 침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1930년대 미국 경기는 유효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에 따라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급락하는 디플레이션과 대규모 실업사태로 대변되는 대공황 국면을 겪었다.
한 나라의 경기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부족한 유효수요를 보전해 줘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본 것이 케인즈의 구상이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첫 작품이 뉴딜정책이었다. 최소한 1970년대까지 케인지언식 방식은 경기대책으로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경기는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가 상승하는 새로운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양상을 띠었다. 이 상황에 직면해 케인지언식 처방이 한계를 보이자 새로 등장한 것이 레이거노믹스다. 이 정책은 총수요보다 총공급을 늘려야 물가와 경기 침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아서 래퍼다. 래퍼는 한 나라의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 비표준 지대에 놓였을 때에는 오히려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 경제주체들에게 창의력과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시켜 경기와 세수가 동시에 회복할 수 있다는 이른바 ‘래퍼 곡선(Laffer curve)’를 제시했다.
브릭스 경제는 아직까지 통화 공급을 늘리면 금리가 내려가는 것으로 봐서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종전처럼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 임금은 빠르게 하방 경직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얼핏 보기에는 케인즈적인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에 브릭스 정부가 금리 인하 등과 같은 뉴딜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브릭스 경기 침체는 단순히 유효수요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경로상 ‘불균형 혹은 외연적 단계’에서 ‘균형 혹은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더욱이 브릭스 국가는 공업화와 도시화 진전으로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루이스 전환점(Lewisian tuning point)’ 도달 여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가 제기한 개념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농촌 잉여 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해 성장세가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이 루이스 전환점에 이르면 그때부터 인력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로 노동자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뉴딜정책과 레이거노믹스의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 요즘 들어 브릭스 정부가 모색하고 있는 부양책의 효과가 종전만 못하고 증시 앞날에 대한 시각이 밝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브릭스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종전과 다른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 관점에서도 브릭스 주식은 기대 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브릭스 채권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주식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10년 전 브릭스에 해당하는 시베츠(CIVETS: 콜롬비아·인도네시아·베트남·이집트·터키·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포스트 브릭스 국가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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