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무대 장치·독특한 연출
작품은 궁궐을 배경으로 궁녀 자숙과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내시가 된 구동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어쩌면 뻔해 보이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은 비극 속에 섞인 희극과, 화려하거나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연출법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무대. 체스판처럼 그려진 텅 빈 무대에는 소품이나 배경이 없다. 인물들은 동선과 연기만으로 보이지 않는 조선의 궁궐, 문지방, 담, 술잔을 관객의 머릿속에 실제 무대보다 선명하게 그려 넣는다. 최소화한 무대 장치는 이 공연에 자주 등장하는 ‘플래시백’의 효율을 극대화시킨다.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은 인물들이 추리를 시작하는 순간, 배우들이 역모션으로 시간을 되돌려 등장인물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된 현장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영화에서 필름을 거꾸로 돌려버린 듯한 이 연출 기법은 사실 무대공연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최소화한 무대 장치로 오히려 자연스럽게 연출해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데 일조한다.
‘소리’와 ‘배우들의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극중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람, 새, 강아지 소리, 귀뚜라미 소리는 신기하게도 전부 사람이 직접 입으로 낸다. 북소리와 함께 느려졌다 빨라졌다를 반복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영화에서 ‘빨리 감기’와 ‘천천히’ 버튼을 누르는 듯한 효과를 낸다.
특히 플래시백으로 인해 툭툭 끊기는 구성을 연출하는 데도 북소리와 바람소리 등을 활용해 긴장감과 리듬감을 준다. 북소리와 함께 느려졌다 빨라졌다를 반복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영화에서 ‘빨리 감기’와 ‘천천히’ 버튼을 누르는 듯한 효과를 낸다.
특히 플래시백으로 인해 툭툭 끊기는 구성을 연출하는 데도 북소리와 바람소리 등을 활용해 긴장감과 리듬감을 준다.‘왕세자 실종사건’에서 배우들은 인터미션 없는 100분의 공연 시간 동안 퇴장이 없다.
조명을 받지 않고 있는 순간에도 모든 배우들은 무대 어딘가에서 각자의 시공간을 연기한다. 이 때문에 티켓에는 배우들의 땀 때문에 음향장치에 고장이 날 수도 있으니 양해해 달라는 문구까지 있다.
한편 공연을 보고 나면 ‘왕세자 실종사건’이라는 제목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왕세자 실종이라는 심각한 사건이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 서서히 묻혀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상기시켜 주는 보모상궁의 역할을 보는 것은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의 숨겨진 또 다른 재미다. 공연일정: 2012년 10월 28일까지
공연시간: 화·금요일 8시, 토요일 3·7시,
일요일: 3시·6시 30분 공연장소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 공연문의 1577-3383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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