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2012년 2분기 성장률이 7.6%를 기록했다. 경기가 6분기 연속 둔화한 데다 당초 예상치 7.8%에도 못 미친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기대를 걸었던 중국 경제마저 부진하자 실망의 한숨 소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세계 경제는 2014년까지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비관적인 전망이 모여 여론의 힘을 얻게 되면, 이는 각국 정부에 ‘더 늦기 전에 무엇인가를 해라’는 압박의 메시지로 작용한다. 실제로 각국 정부들도 비관적 전망과 여론을 의식해‘뭔가’를 해보려고 하는데, 각자 집안 사정이 좋지 않다.

표심을 무섭게 생각하는 미국은 연말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뭔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재정 위기 해결 방안을 놓고 분열된 유럽은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유럽은 진심으로 통합을 원하는가’에 대한 답을 먼저 내놓아야 할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역시 중국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경제 예측기관들은 중국 정부가 하반기에 경기 부양을 실시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예상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외부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 정부가 작금의 경기 저하에 대응하는 자세는 대체로 느긋한 편이다. 몇 차례 금리 인하만 단행했을 뿐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시 신속하고도 대대적인 경기 부양을 실시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당시 중국은 ‘바오바정주(保八爭九: 경제성장률 8%를 지켜내고 9%를 쟁취하자)’라는 필사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요즘 중국 매스컴에서 이 같이 절박한 표현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원자바오 총리는 ‘부바오바(不保八: 8% 성장에 연연하지 않겠다)’라며 7.5% 성장도 괜찮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바오바(保八) 정책은 1998년 이후 중국이 고수해온 경제 정책으로 매년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그 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줄곧 8%로 제시해 왔다. 10여 년 이상 지속해온 이 바오바 정책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중국 경제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중국 지도부의 시각이 바뀐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왜 일어났을까.
[CEO 칼럼] 8% 성장에 집착하지 않는 중국의 不保八
먼저, 지난번의 대규모 경기 부양은 비효율적인 과잉 투자 및 부동산 과열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 과거와 같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데 망설일 수밖에 없다.

둘째, 지도부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구조 변화는 고용부문에서 가장 눈에 띈다. 불경기인데도 실업률이 오르지 않고 임금이 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산업구조가 1, 2차 산업에서 벗어나서 점차 노동인구가 더 필요한 금융과 서비스업종 같은 3차 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인난은 지속되는데 신규 노동인구의 유입은 조만간 감소가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중국이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지도부가 두려워하는 사태, 즉 대량 실업에 따른 사회 불안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구인난에 따른 임금 상승은 가처분소득 상승으로 이어진다. 소비가 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도부가 공약으로 내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 세계 수출 공장이던 중국이 이제는 소비 시장이 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될 경우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부양은 힘들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에 큰 기대를 건 것이 사실이다. 급하면 중국을 쳐다보던 날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종환 농심캐피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