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 자사호 수장관 강신문 대표

강신문 대표는 15년 전 친구 소개로 차를 마시며 자사호(紫沙壺)의 매력에 빠졌다. 처음부터 차보다 자사호가 좋았다는 그가 지금까지 수집한 자사호만 1000여 점에 이른다. 현재 서울 마포 오피스텔에서 회원제 찻집을 운영하는 그의 자사호 컬렉션을 소개한다.
[The Collector] 자사호 수집가, 홍익 자사호 수장관 강신문 대표
자사호는 중국 이싱(宜興) 일부 지역에서만 나는 독특한 광물질로 만든 다호(茶壺)다. 오색토 또는 부귀토로 불리는 광물질의 주요 성분은 석영, 적철광, 고령토, 운모 등이다. 오색토로 만든 자사호는 유약이나 다른 색소가 들어가지 않으며 섭씨 1100도 전후에서 구워낸다.

명나라 중엽 차 문화의 발전과 함께 탄생한 자사호는 통기성, 보온성 등이 뛰어나 차를 우리는 최적의 다구로 꼽힌다. 중국인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다구인 자사호는 오래 쓸수록 더 빛나고 차를 우려도 짙은 향이 난다.

중국인들은 예술적 가치와 실용 가치를 동시에 지닌 자사호를 두고 “주옥보다 가치가 더 있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잘 보관돼 상태가 양호한 자사호는 새로 구입한 자사호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따라서 가격도 무척 비싸다. 명인이 만든 자사호는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돈 많은 중국인들이 자사호 수집에 열광하면서 최근에는 자사호뿐 아니라 자사호의 재료인 오색토 가격까지 몇 년 사이 10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The Collector] 자사호 수집가, 홍익 자사호 수장관 강신문 대표
친구 소개로 시작한 중국차

강신문 대표가 이런 자사호의 매력에 빠진 것은 15년 전이다. 음대 교수로 있는 친구가 중국차를 가르쳐 주면서 선물한 작은 대만 자사호가 자사호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 계기가 됐다.

“다른 사람들처럼 처음에는 녹차를 마시다 보이차를 마시게 됐습니다. 보이차는 연도와 지방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거든요. 중국차는 궁합이 맞는 자사호를 만났을 때 제 맛을 냅니다. 다양한 자사호에 차를 우리면서 자사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 거죠.”

중국차는 발효 정도에 따라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등으로 나뉜다. 보이차는 발효 정도가 가장 높은 흑차에 속한다. 발효 정도가 높은 차일수록 높은 온도에서 우려야 하며, 그에 따라 궁합이 맞는 자사호도 다르다.

“다인들을 보면 차에 먼저 빠지고 다음에 다구에 빠지는 게 일반적인데, 제 경우에는 처음부터 자사호가 더 좋았습니다. 차에 맞춰 이런저런 자사호를 쓰면서 한두 점씩 모으게 됐어요. 그러다 중국 여행까지 가게 됐습니다.”

자사호를 모으면서 디자인만도 수백, 수천 가지인 자사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아쉬운 점은 중국차든, 자사호든 공부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의 경우에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 그들의 도움으로 수업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중국의 지인을 통해 수집을 시작했다. 이후 틈나는 대로 베이징과 상하이, 다롄 등을 방문해 눈에 차는 자사호를 사 모았다. 동시에 자사호를 만드는 작가들의 본거지인 이싱을 수시로 방문해 작가들과 교류를 이어왔다.
[The Collector] 자사호 수집가, 홍익 자사호 수장관 강신문 대표
[The Collector] 자사호 수집가, 홍익 자사호 수장관 강신문 대표
초보 컬렉터를 위한 조언

“자사호 수집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중국차 중에 어떤 차가 내 입맛에 꼭 맞는지 끽다(喫茶)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차와 맞는 자사호를 찾는 게 자사호 수집의 시작일 겁니다.”

차와 자사호의 궁합을 고려한 후 자사호의 니료(재료)와 형태, 용량, 가격 등을 감안해 자사호를 구입하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그가 그랬듯이 수집 초기에는 기본 형태인 석표호, 방고호, 철구호, 서시호 등 단순하고 오랜 세월 널리 사용돼 온 것에 먼저 눈이 간다.

다음에는 호신에 각을 한 것, 부조를 한 것 등 다양한 기법의 자사호로 발전한다. 자사호는 크기도 다양한데 처음에는 소형(150cc 이하)에 끌리다 나중에는 대형(300cc 이상) 자사호에 눈이 간다. 그런가 하면 사방, 육방, 팔방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의 자사호에 관심이 간다. 그리고 궁극에는 유명 작가의 고가 자사호 작품에도 꽂히게 된다.

물론 컬렉션은 절대적으로 개인 취향에 달렸다. 컬렉터에 따라서는 같은 모양의 자사호를 니료별, 용량별, 작가별 등으로 수십여 점 모으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자사호만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
시대를 아우르며 다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자사호는 중국 부호들의 열광적인 애정 속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시대를 아우르며 다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자사호는 중국 부호들의 열광적인 애정 속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컬렉션을 하며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

강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왔다. 값진 경험도 많이 했다. 어떤 작품은 3년 동안 작가를 쫓아다니며 어렵게 구입한 경우도 있다. 2000년 자사호의 고향인 이싱에 갔을 때의 일이다. 우연히 들른 작가의 공방에서 한 자사호에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작가는 자기 작품이지만 아끼는 거라 팔지 않는다고 했다. 몇 번이나 실랑이를 했지만 결국 살 수가 없었다. 그 뒤 이싱에 갈 때마다 작가를 찾아가서 팔라고 졸랐지만, 작가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4년간 작가를 조른 끝에 그 자사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당시 120만 위안에 산 그 자사호가 현재는 가격이 5~6배 이상 올랐다.

컬렉터들 사이에는 자신의 컬렉션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때 마음에 드는 자사호가 있으면 서로 교환하기도 한다. 그도 그런 경험이 있다. 다른 컬렉터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데, 마침 그도 강 대표의 컬렉션 중 하나를 점찍은 상태였다. 서로 마음이 통해 작품을 교환했는데, 나중에 보니 교환한 자사호의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것이었다. 강 대표는 그 말을 듣고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고 했다.

7, 8년 전의 일이다. 상하이 출장길에 이싱에 들러 자사호 하나를 봤는데, 마음에 들었지만 고민 끝에 호텔로 그냥 돌아왔다. 밤새 그 자사호가 눈에 밟혔던 그는 날이 밝기를 기다려 택시로 3시간을 달려가 자사호를 손에 넣었다.

15년간 자사호를 수집하다 보니 컬렉션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떤 작품은 아내의 거센 만류로 구매하지 못하다 “자사호는 보석보다 투자 가치가 높다”는 이유를 들어 그 자사호로 결혼선물을 대신한 경우도 있다.

“15년 동안 30여 차례 중국을 오가며 자사호를 수집하다 보니 1000점 정도나 소장하게 됐습니다. 단골집에서는 인민폐 2만~3만 위안 정도는 외상도 잘 줍니다. 하지만 아직도 새로운 작품을 보면 갖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사람 욕심이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사호에 관심이 있는 초보 컬렉터들에게 그동안의 노하우를 담아 컬렉션 5계명을 전해주었다. 5계명은 다음과 같다.



① 운이 좋아 횡재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마라
② 가격을 신뢰하지 마라
③ 유행을 따라가지 마라
④ 작가의 직칭을 맹신하지 마라
⑤ 수집은 점진적인 과정이 필요하며 끊임없이 호를 감상하는 수준과 경지를 제고하라

“이 점만 조심해서 자사호 수집에 빠져든다면 건전한 끽다 생활이 되지 않을까요?”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